[서평]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이 쓴 <고민하는 힘>
여자 친구가 없는 남자 후배들에게, 그리고 남자 친구가 없는 여자 후배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어떤 남자(여자)가 좋은 사람이냐?"는 질문입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그럼 너는 어떻게 살고 싶냐?" 하고 되묻습니다. 도대체 자신이 어떤 삶을 살겠다는 생각도 없이 막연히 '좋은 사람'을 어떻게 만날 수 있냐고 말입니다.
돈을 마음껏 펑펑 쓰면서 살고 싶으면 돈 많은 남자(여자)가 좋은 남자(여자)이고, 돈이나 직장 같은 것들에 구속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으면, 그런 비슷한 생각을 가진 남자(여자)가 좋은 것 아니겠냐고 말 입니다.
이런 말을 들은 많은 후배들이 대개 깜짝 놀랍니다. 자신은 남자(여자)를 만날 때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고 말 입니다. 어떤 이성이 좋은 사람인가하는 생각도 구체적으로 해보지 않았더군요.
그냥 좋은 느낌(?)에만 판단을 맡겼던 모양입니다. 하기야 세상에는 느낌으로만 만나도 평생 행복한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성을 만나는 문제뿐만 아니라 젊은 후배들은 대체로 세상을 사는 고민을 별로 하지 않습니다. 스콧 니어링은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고 하였지요. 그런데 요즘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냥 닥치는 대로 사는 것 같습니다.
<고민하는 힘>을 쓴 재일정치학자 강상중은 젊은 사람들에게 '고민'을 시작하라고 합니다. 세계화로 자본주의의 근간이 흔들려 전 세대에 비하여 더 불안한 삶을 살아야 하는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주목해보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출구가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물음에 매달려 보라고 합니다.
젊은 시절 그는 재일한국인으로서 겪은 정체성의 혼란으로 '고민하는 힘'을 경험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고민을 하여야 비로소 마음에 힘이 생긴다고 합니다. "고민하는 것이 사는 것이며, 고민하는 힘은 살아가는 힘"이라고 말 합니다. 그는 나쓰메 소세키라는 일본 작가와 막스 베버에게서 '고민하는 힘'을 배웠다고 합니다.
그가 쓴 이 책은 100년 전 동시대를 함께 살았던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실마리로 하여 고민하는 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소세키와 베버가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 있으면서도 그 흐름에 따르지 않고 각각 '고민하는 힘'을 발휘해서 근대라는 시대가 내놓은 문제와 마주"한 지식인이라고 평가합니다.
뛰어난 작가와 탁월한 사회학자에게서 고민하는 힘을 배운 강상중교수는 자신이 경험 삶을 덧붙여 젊은이들에게 여러 가지 인생의 고민거리를 던지고, 그 근본적 질문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줍니다.
나는 누구인가?
첫 번째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자신은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으로부터 '자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자기중심주의와는 전혀 다른 자아를 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자아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의식적으로 자기에게 묻는 자아의식이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본문 중에서)
그는 자기중심주의자는 타자에 대해 고민하지 않지만 자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은 '타자'에 대한 고민을 놓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는 자기와 타자를 각각의 자아로 독립해있는 것으로 보지 않고 아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자아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 즉 자아가 비대한 사람들은 타자와 관계 맺기가 힘들어 진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기의 성을 단단하게 만들고 벽을 높게 쌓으면 자기를 내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자아라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성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나'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 입니다. 결국 자아라는 것은 타자와의 '상호인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이지요.
타자와 상호인정을 통해서 자아가 성립된다면 타자와 연결되고 싶고 제대로 인정받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상중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우선 진지해지라고 말 합니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지하게 타자와 마주하는 것에서 출발하라고 합니다.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누구도 이 질문에 간단하게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을 것 입니다. 그러나 현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돈 때문에 고민하고, 돈 때문에 갈등하고 때로는 죽고 사는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때에는 돈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반대로 돈이 사람을 살리는 일도 벌어집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우리는 쉽게 돈이 전부라고 말 할 수도 없지만, 돈을 천박하다고만 할 수도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 입니다. 저자는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되는 세상은 더럽고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말은 그렇게 해도 시대의 추세가 그러니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는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 역시 '소시민'으로서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저항하기 힘든 힘을 가지고 발전하는 자본주의를 바라보며, '돈과 욕망'에 대해 어떤 윤리를 가지고 살아야하는지 깊이 고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지만, 약간의 사치를 누리며 살았다는 것이지요.
"나 또한 사치를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렇다고 구두쇠도 아닙니다. 주린 배만 채울 수 있다면 먹는 것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입을 수 있는 것이라면 누더기도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취미에 돈을 쓰고 싶고 여유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본문 중에서)
돈을 벌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에는 저항감을 가지고 있지만, '검약은 미덕이다'라고 말할 자신도 없다는 것입니다. 돈이 돈을 버는 머니 게임이 싫다고 말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 혜택에 기대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식, 펀드, 보험, 연금과 같은 것이 모두 머니 게임의 소산물이며 우리는 그것과 단절된 세계에서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결국 나쓰메 소세키처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돈을 벌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돈을 사용하고, 그러면서도 돈 때문에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윤리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본의 논리 위를 걸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 너무 평범할까요?" (본문 중에서)
여러분에게 돈은 어떤 존재인가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생활인인 우리들이 돈에게 끌려가지 않으려면 결국 돈에 대하여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비교적 책을 많이 읽는 저는 잡다한 것을 많이 아는 사람입니다. 깊은 고민이 없는 대신 정보량이 많기 때문에 아는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강상중 교수는 많이 아는 것과 깊이 사고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합니다. 정보와 지성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지요.
정보를 다루는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지성을 가진 사람은 더욱 찾아보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정보+정보가 지성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인간의 지성이라는 것은 원래 학식과 교양 같은 요소에 더해 협조성과 도덕관이라는 요건을 갖춘 종합적인 것을 가리키는 말 입니다." (본문 중에서)
강상중 교수는 막스 베버를 인용하여 현대사회가 과거에 비하여 자기 생활에 대한 이해가 더 부족한 시대라고 말 합니다. 사람들은 전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지만 차량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움직이는지는 모른다는 것이지요. 옛날 사람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도구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던 것에 비하여 현대인들은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지요.
막스 베버는 유뇌론적(唯腦論的) 세계를 예상하였다고 합니다. 오만하며 인간중심적이고 맥락이 없는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사회, 자연의 영위와는 관계가 없고 제멋대로인 인간의 뇌가 자의적으로 만들어 낸 세계라는 것입니다.
방에서 컴퓨터로 먼 외국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 현장을 바라보며 국경의 의미를 상실하고, 24시간 언제든지 쇼핑을 하면서 시간의 구별이 없어지는 것처럼 유뇌론적 세계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뇌는 한계가 없고 내버려두면 끝없이 확대되고 자기 위주로 국경 없는 세계를 만들어 간다는 겁니다.
그는 진정으로 알아야 할 인간의 지혜는 자연에서 얻는 지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인간이 무엇을 알아야 할 것인가 라는 문제는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인지를 묻는 물음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고 말 합니다. 우리의 지성이 무엇 때문에 있으며 우리는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 입니다.
늙어서 '최강'이 되기 위한 청춘의 고민
강상중 교수가 쓴 <고민하는 힘>은 바로 이런 방식으로 메마른 청춘들에게 유쾌한 고민을 시작하라고 충고하는 책 입니다. 이 책에는 ▲청춘은 아름다운가?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늙어서 최강이 되라 같은 주제들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적당히 살지 말고 더 진지하게, 더 크게, 더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 합니다. 그런 파괴력이 있어야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합니다. 강상중 교수는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진지하게 고민하면 되는가를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과 막스 베버의 저작들 그리고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길을 찾는 방법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고민을 시작하는 것 입니다. 고민 끝에 얻은 답은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넓고 깊은 고민을 통해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가꾸어가야 하는 것 입니다. 아름다운 청춘들에게, 늙어서 최강이 되고 싶은 중년들에게 '강상중식 고민 법'이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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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 ![]()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사계절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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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어디까지 어른들의 청춘예찬을 들어야 할까?? - 강상중, 고민하는 힘
2010/01/22 21:10
고민하는 힘 -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사계절출판사 난 원래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인생'에 대해 논하거나 '성공'에 대해 논하기 시작하면 도망가는 편이다. 그런 '보편적 섭리' 따위는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종 읽을 때가 있다. 그건 저자에 따라서이다. 이를테면 오프라 윈프리의 말은 종종 경청할 필요를 느껴서 읽었었고, 힐러리 클린턴과 오바마의 '자서전류'는 좀 읽은 편이다. 거기에는 그래도 팩트는 있으니까. 그러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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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N 2010/01/10 08:42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책의 해설이 책보다 재밌을것같은 그런 기분이 듭니다(웃음) 해설을 보면 책이 너무 유익하고 재밌을것같아 지름신(?)이 내려앉을 지경입니다. 또 동시에 ' 난 고민을 많이하면서 살아가나? ' 하는 고민을 얻게되는군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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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2010/01/11 17:34
제글을 꼼꼼하게 읽어주시는 분을 만나서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새해에 참 기분 좋은 만남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강상중 교수, 참 멋진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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