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시콜콜

자동차 오래 탄 나만의 비법

by 이윤기 2010. 1. 18.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16년 탔던 차를 지난 연말에 폐차하였습니다. 1994년 1월 14일에 등록한 기아자동차 프라이드 승용차를 19만여 킬로미터를 주행하고 만 16년을 보름 앞두고 폐차하였습니다.

워낙 오래된 차도 많고, 주행거리가 긴 차(자동차, 최고 몇 킬로까지 탈 수 있을까?) 도 많아서 대단한 자랑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승용차를 16년씩 타는 것은 여전히 별로 흔한 일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차를 신차를 선호하고 차량 교체를 자주 하기 때문에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도 생겼으니까 말 입니다. 제 차 역시 10년이 지나면서부터는 친척들이나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프라이드' 아직 타고 다니냐? 혹은 이 차 몇 년 탔어요? 하는 이야기를 인사처럼 수 없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새 차를 구입하는 경제적 부담과 새 차가 환경에 주는 부담을 생각하여 차일 피일 미루다가 2009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 노후차 교체 세제감면 혜택 때문에 아직 수명이 좀 남은 차를 부득이하게 폐차하였습니다.

관련기사 : 2004/01/04- [시시콜콜] - 사연 많은 16년 지기와 헤어지다
관련기사 : 2010/01/15 - [시시콜콜] - 16년 정든 차, 20년 못 채운 이유


저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 하는 일을 직접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고장나면 카센타에서 기술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남들 보다 특별히 차를 아끼거나 차에 시간과 공을 들이지는 않았습니다.
 
새차 같은 오래된 차를 타는 분들은 직접 부품도 구해서 교체하고 늘 왁스 칠을 해준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남들 보다 차를  비교적 오래 탈 수 있었던 것은 아마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16년 무사고가 가장 중요한 비결

①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큰 사고가 없었다는 것 입니다. 자동차의 성능과 기능이 나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사고가 틀림없습니다. 제 차 역시 크고 작은 접촉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장 큰 수리를 하였던 때가 뒷 범퍼를 교체하였을 때입니다. 따라서 사고로 본네트 속에 있는 주요 부품을 교체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지난 16년 동안 자동차보험으로 차를 수리한 적이 단 번도 없었습니다. 어떤 분은 꼬박 꼬박 낸 보험료가 아깝다고 하는 분도 있지만 저는 큰 사고가 없었다는 것만 해도 충분한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저에겐 아주 운이 좋은 차였습니다.

② 두 번째로 저는 16년 동안 운전자가 바뀌지 않은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차가 낡을 수록 운전하는 사람이 바뀌면 수명이 짦아지고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이 운전하는 제가 일하는 단체에 있는 승합차를 보면 확실히 자동차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운전 습관이 다른 사람들이 번갈아 운전하기 때문에 차의 수명이 줄어드는 현상이 분명히 있습니다

▲ 94년 12월 23일부터 작성한 차계부입니다.
엔진오일 교체와 수리 내역을 구분하여 기록하였습니다.



낡은 프라이드, 15년 동안 차계부를 작성하다.


③ 약 15년 동안 차계부를 작성하였습니다. 깔끔한 차계부를 작성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수첩에다가 카센타나 정비공장에서 정비한 내역을 메모해두었습니다. 휘 갈겨놓은 메모지만, 엔진 오일은 몇 킬로미터 마다 교환하였는지, 각종 소모품은 언제 교체하였는지, 어떤 부품을 교체하였는지는 모두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차계부를 보며 매 5000킬로마다 한 번씩 엔진오일을 비롯한 소모품은 꼬박꼬박 교체하였지요.

④ 큰 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자동차 전체 도색은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만 크고 작은 접촉사고로 긁힌 일은 수 없이 많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메니큐어처럼 생긴 자동차 도장 페인트로 흠집이 있는 곳에 페인트 칠을 해주었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긁힘이나 흠집 때문에 차의 겉면에 녹이 생기는 일은 없었지요.

⑤ 불필요한 튜닝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프라이드를 새차로 구입하였을 때는 이것저것 여러가지 편의 장치를 설치하였습니다. 원격시동 경보장치를 비롯하여 핸즈프리 장치 같은 것을 설치하였습니다만 얼마 후에는 모두 제거하였습니다.

특히, 출고 당시에 설치되어 있지 않던 원격 시동 장치는 2년여 만에 자꾸 말썽을 부려서 결국 제거하였습니다. 새차에 설치되어 있지 않은 이런 저런 편의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반드시 차의 성능을 높여주는 것은 아닌 것 같더군요.

10년이 넘아가면서 제 차는 처음 출고 상태로 돌아갔습니다. 여러가지 부착물도 모두 없애고 마지막 폐차 할 때는 출고 상태에서 인조가죽 시트만 덧 씌워진 상태였습니다.




16년된 차, 취급설명서도 고스란히...

⑥ 저는 어떤 기계든지 새 기계를 구입하면 '취급설명서'를 꼼꼼히 읽는 편입니다. 16년 된 프라이드 베타는 지난 연말에 폐차하였지만, 저희집 책꽂이에는 늘 차에 싣고 다니던 '프라이드'의 사용설명서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만약, 중고로 자동차를 처분할 일이 있었다면, 사용설명서와 차계부를 새 주인에게 넘겨 줄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차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어 가끔 차에 이상이 있으면 보관함에 들어있는 '취급 설명서'를 꺼내 보곤 하였습니다. 요즘은 보험회사 긴급 출동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언젠가 한 번 여행지에서 휴즈가 끊어져 시동이 걸리지 않았을 때, 취급 설명서를 꺼내 읽어보고 어렵지 않게 해결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의 경험담이 지금 타고 계신 차를 좀 더 오랫동안 타겠다는 계획을 세우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