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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90년 된 기차 레일로 만든 육교 어디 또 있나요?

by 이윤기 2010.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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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북마산역 육교 공사 꼭 해야했나?

옛 북마산역이 있던 자리에 육교가 있다는 것을 아시는가요? 가끔 마산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잘 모르시더군요. 아마 자동차가 다니는 길에 만들어진 육교가 아니라 기차가 다니는 길위에 만들어진 육교이기 때문에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면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아래 사진으로 보시는 저 육교 입니다.



올해 마산시가 저 육교 아래 옛 북마산역이 있던 곳에 임항선 철길 위에 공원을 만듭니다. 지금 한창 공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번 사업은 마산 철도·해안선·임도 100리를 이용한 그린웨이(Green Way) 조성구간 가운데 1단계 사업으로 14.5㎞의 임항선·경전선 철도 폐선에 숲길과 소공원을 조성하는 공사 중에서 일부입니다.

방치되어 있는 임항선 주변 철길을 정비하여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마산시의 계획에는 기본적으로 반대하지 않습니다. 또한 도심에 그린웨이와 녹지축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원칙적으로 찬성입니다. 그러나 옛 북마산역 주변 소공원 공사 계획에 사진에 보시는 저 육교가 포함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 입니다.



제가 선배들에게 전해들은 바로는 저 육교는 마산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육교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세히 보시면 저 육교는 어쩌면 우리나라 전체에 하나 밖에 없을지도 모르는 '기차 레일'로 만든 육교입니다. 

짐작하건데, 사용연한이 지난 기차 레일을 재활용하여 기찻길을 건너야 하는 주민들의 편의시설을 만든 것이지요. 아마 당시로는 주민 숙원사업을 이룬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옛 북마산역 근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선배 한 분은 저 육교가 개통되던 날, 군악대가 와서 연주를 하면서 거창한 기념행사가 열리는 걸 본 기억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전국에 딱 하나 밖에 없는 기차 레일 육교일지도 모르는데...
 
건축을 전공하신 분들은 저 육교를 보더니, 30여년 전에 저렇게 단단한 철강 기차 레일을 저런 곡선으로 휘어서 구조물을 만들어낸 기술이 놀랍다고 하시더군요. 건축 구조의 측면에서 볼 때도 상당히 특이한 구조물이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예사로 보았는데, 막상 건축 하시는 분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보니 참 놀라웠습니다. 저 단단한 기차 레일을 어떻게 저렇게 부드러운 곡선으로 휘어서 구조물을 세울 수 있었을까요?  어떤 장비를 이용하였을까요? 여러분도 한 번 상상력을 발휘해보세요.

기차 레일이 얼마나 튼튼한지 30여년이 지나도 끄덕없이 튼튼하게 서 있지 않습니까? 시내 도로에 설치된 다른 육교 기둥들과 비교해보면 정말 튼튼하게 만들어진 육교라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저 육교가 만들어진 것은 30여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저 육교를 만든 기차 레일의 역사는 그 보다 훨씬 오래 되었다 것은 구조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시면 기차 레일에는 생산연도가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지금 사진으로 보시는 기차 레일로 만든 저 육교 기둥은 1924년에 만들어진 것 입니다. 벌써 90여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요. 저 육교를 자세히 살펴보면 기둥마다 각각 다른 생산연도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수명이 다 되어 걷어 낸 기차 레일을 재활용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역사를 가진 저 육교가 이번 마산시의 소공원 조성 사업으로 합성 목재로 덧 씌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 새 단장한 구름다리가 달갑지 않은 이유) 건축사인 류창현씨가 팀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과 사진을 보면 "계단과 육교상판에 합성목재를 덧대고, 기존 철재난간도 모두 잘라내어 합성목재로 난간을 설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달갑지 않습니다. 저는 지난해 11월에 열린 마산임항선 활용 방안을 연구하는 이주영 국회의원 정책 세미나에서도 토론자의 한 사람으로 "소공원을 만들더라도 이 육교는 원형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활용 방안을 찾는 것이 좋겠다"며 앞서 포스팅 한 내용을 마산시 도시환경국장님께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달갑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것은 전부 낡은 것, 새것으로 바꿔야 좋다 것이 마산시 정책 당국자들의 판단인 것 같아 달갑지 않다는 것입니다. 낡고 오래 된 것은 무조 건 새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그 생각이 바로 낡은 생각입니다.

어쩌면 저 육교는 기차 레일이 보이도록 그대로 두었으면 옛북마산역 소공원의 명물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 입니다. 기차 레일로 만든 육교 다른 곳에 어디 또 있던가요? 레일 바이크는 이미 여러 곳에 있지만, 레일 육교는 마산에만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근대 역사와 근대 문화 유산을 '자산'으로 생각한다면, 저 육교에서도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명물'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정책 당국자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대 도시 마산이 가진 가장 소중한 '자산'이 바로 근대 역사와 저 육교와 같은 크고 작은 근대 문화 유산이라는 사실을 왜 알지 못하는 것일까요?

저 육교에는 옛 북마산역 근처에 살았던 수 많은 시민들의 삶의 흔적과 기억이 고스란히 묻어 있습니다. 합성 목재를 덧대어 놓은 새 육교가 옛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모두 지워져버리겠지요. 참으로 아쉽고 안타까운 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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