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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지방선거

시민주권, 왜 공천에 탈락하면 깨닫는가?

by 이윤기 2010.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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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지역 시, 도의원 예비후보 12명이 “한나라당에 맞서자”는 기치를 내걸고 ‘무소속 연대’를 결성하였다고 합니다. 이태일 경상남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12명의 시, 도의원 예비후보들이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한 후 ‘마산 무소속 연대’를 결성하였다고 합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들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 정치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중앙정치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면서 지방자치를 중앙에 예속시키는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비판하고 나섰다고 합니다.


이들은 “국회의원은 말로만 지방자치를 외칠 뿐 지역주민의 여론과는 상관없는 아집과 편견으로 지방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하였다고 합니다. 아울러 지방선거 후보공천과 마창진 통합문제는 주민의 뜻과 다르게 진행되어 주민들의 특정 정당의 들러리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하였다는 것입니다. 

시민단체 기자회견과 비슷한 주장(?)

얼핏보면 마치 시민운동을 하던 분들이 ‘무소속 연대’를 결성한 것이 아닌가하고 착각할 만한 주장들입니다. 시민단체들이 오래전부터 주장하던 ‘정당공천제 폐지 운동’과 주민투표 없는 마창진 행정구역 통합을 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한나라당에서)“공천만 주면 당선된다는 정치풍토를 개선하는 것은 시민의 몫이며, 진정한 지방자치, 생활정치가 열리는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며 지지를 호소하였다고 합니다. 이 역시 시민운동 단체들이 해오던 주장과 비슷합니다.

또한 “시민이 선택한 시민의 후보, 시민이 주인인 시민중심의 시대를 만들어 진정한 생활정치가 활짝 열리는 멋진 사회를 만들어 가자”고 호소하였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이명박 정부 심판을 기치로 내걸고 한나라당을 제외한 범야권연대를 추진하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흡사하지 않습니까? 이들은 3.15 정신을 내세우며 기자회견 후에는 국립 3.15묘지를 참배하였답니다.

특히, 이태일 경남도의회 의장은 “한나라당 탈당과 함께 정치를 그만두고자 시골에 집까지 구하러 다녔으나, (마산에서)통합 창원시장 후보를 내지 못하고 청사와 명칭 등을 빼앗긴 시민들이 자신을 시골에 내려가게 방치하지 않았다면서 도의원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건 숫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아전인수식 주장에 불과합니다. 만약, 이 분들이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지적하는 일이 있었을까요?

만약, 공천에서 탈락하지 않았다면?

물론, 천만의 말씀이겠지요. 자신들이 공천을 받았다면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에게 충성을 약속하고 자신의 당선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승리’를 위하여 온 몸을 불사르며 선거운동에 뛰어들었겠지요.

만약, 처음부터 한나라당의 공천을 신청하지 않고 정당공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주민투표도 거치지 않은 정부 여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행정구역 통합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면 이 분들의 주장을 믿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무소속 연대를 결성한 분들 중에는 현역 시, 도의원도 있었지만 임기 중에 한 번도 ‘정당공천제 폐지’ 주장하거나 주민투표 절차를 무시한 행정구역 통합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지적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이 분들의 주장은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한 후에 탈당하여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분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정당을 지지하지 않습니다만, 자신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정당을 비판하는 이 분들의 주장 역시 신뢰할 수 없습니다.

※ 5월 14일 경남도민일보 발언대에 실린 글을 조금 고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