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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회의때 침묵하고 수당만 챙기는 위원 퇴출시켜야

by 이윤기 2010.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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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도지사 취임에 즈음하여 제 블로그를 통해 경상남도의 각종 위원회를 개혁하자는 제안을 하였는데 댓글로, 메일로, 전화로 적절한 지적을 하였다며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위원회 개혁을 위한 여러 의견을 전해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  2010/06/25 - 김두관지사, 위원회부터 바꿉시다)

그리고 엊그제는 경남도민일보에서도 위원회 개혁에 대한 기사(김지사, 위원회 개혁 칼 빼드나?)가 나왔습니다. 도청에서 나온 최신 자료를 인용한 기사에 경남남도의 위원회 운영에 대한 기본 현황이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모두 122개 위원회가 있으며, 대부분 법령(82개)·조례(32)·훈령지침(6)에 따라 설치운영되고 있다. 기능별로 의결(19개)·심의(83개) 역할이 84%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자문(20개) 역할이다......지난해 위원회 개최 횟수는 876회로 1개 위원회 평균 7번 열린 셈이지만 12개 위원회는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1번도 열리지 않은 위원회는 지난 2007년 39개, 2008년 42개나 된다........무엇보다도 위원회 개혁의 핵심은 인적 구성이다. 122개 위원회 위원 2133명 중 공무원인 당연직(454명)을 빼면 민간 위촉직이 79%(1679명)나 된다." (경남도민일보)

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서 공무원을 위한 책임 면피용 위원회, 거수기 위원회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주민참여를 높이고, 주민자치 활성화시키는 위원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79%를 차지하는 민간 위원들을 어떻게 위촉하느냐에 따라 열린 도정을 위한 실질적 위원회 기능의 성패가 달려있는 셈입니다.

사실, 이러한 위원회 개혁은 경상남도만의 과제가 아니라 통합창원시를 비롯한 기초자치단체에게도 똑같이 중요한 일입니다. 오늘은, 지난 몇 년동안 직접 참여했던 마산시의 모 위원회 사례를 공개해 봅니다. 단체장이 바뀐 경상남도와 통합시로 새로 출범하는 창원시에서 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는데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담아 봅니다.



말 한마디 않고 회의수당 챙기는 위원도 있어...

20년 혹은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있었던 이 위원회는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이른바 관변단체와 직능단체의 대표들이 위원으로 함께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1년에 3~4회 정도 회의가 개최되고 1~2번은 꼭 필요한 안건 때문에 모이지만, 나머지 1~2번은 매년 특정한 시기에 모여서 뻔한 보고를 듣고 뻔한 토론을 하는 위원회입니다.

이 위원회의 가장 한심한 점은 '회의수당'을 받고 위원회에 나와서 발언을 전혀하지 않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현실에 맞지 않는 안건으로 특정 시기만 되면 반복해서 모이는 위원회 때는 더욱 발언을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대체로 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시민단체 몫으로 참가한 나와 모 직능단체에서 참가한 1명을 빼고나면 그의 발언을 하는 분이 없었습니다. 
관변단체와 이익단체를 대표해서 참가한 위원들은 정말 아무말도 하지 않고 회의시간을 버티(?)어냈습니다.

어떤 회의때는 1시간 넘게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자리만 채우고 있다가 '회의수당'만 받아 챙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정말 무엇 때문에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더군요. 정족수를 채우기 위한 공무원들의 노력 때문인지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이분들은 절대로 회의에 빠지는 일은 없었습니다.(솔직히 1~2시간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다가 받아가는 수고료 치고는 회의수당이 짭짤한 수입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날은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하여 위원장이 "안건과 관련없는 이야기라도 해달라"고 하면 차례로 돌아가며 덕담(?)을 늘어놓은 식입니다. 심지어 워낙 발언하는 사람이 없었던 어떤 날은 회의가 끝난 후 위원장이 나와 모 직능단체 소속 위원에게 " 위원회 때마다 적극적으로 발언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 위원회는 지난 수십년 동안 특정 시기만 되면 회의를 개최하는 관행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특정시기에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이 회의는 개최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시대에 뒤 떨어진 안건을 특정시기라는 이유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한 번은 위원회 자리에서 다음부터는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형식적인 위원회를 더 이상 소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한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 사회가 관행을 바꾸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일인지 그 후에도 매년 특정 시기가 되면 반복해서 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이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생각했던 위원회 개혁 방안은 이렇습니다. 

① 위원회 출석에도 아웃제도가 있어야 한다. 위원으로 위촉되어 이름만 올려놓고 출석은 하지 않을 만큼 바쁜 사람이면 위원을 그만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② 위원회에 출석하여 발언 한 마디 없이 자리만 채우다 가는 사람은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한다. (그런데, 모든 위원회가 이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공무원들은 이런 위원들을 선호하는 듯하다. )

③ 안건과 관련없는 덕담만 늘어놓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대체로 이른바 유관기관을 대표해서 온 분들인데 좋은게 좋다며 거수기 역할을 자임하려고 한다. 


행정기관의 위원회 중에는 정말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한 번에 3~4시간 이상 공익을 위하여 활발하게 토론하고 고민하는 위원회도 있습니다.(이 글로 인하여 모든 위원회가 싸잡아 도마에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직접 위원으로 참여해 보았던 경남도의 2개 위원회는 정말 활발한 정책토론과 전문분야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위원회는 내가 가진 능력 범위를 넘어서는 전문성이 필요한 위원회여서 6개월 정도 참여하고 스스로 위원을 그만두었습니다.

오늘 사례는 마산시에 속해 있던 모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고민하였던 문제였습다. 이런 어이없는 위원회 운영을 개혁하려면 우선 해당 부서에서는 출석부와 회의록을 작성하여 위원 임기가 끝난 후 재선임 할 때 꼭 반영하여야 합니다.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을 '간판'이나 '감투' 혹은 '경력'을 추가하는 일로 생각하시는 분들, 혹은 극소수이긴 하지만 위원회 참여를 '알바'쯤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은 꼭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