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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도시철도 타당성 결과 못 믿겠네

by 이윤기 2010.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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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호화 시청사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성남시가 이번에는 재정악화로 인한 '모라토리움' 선언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성남시의 모라토리움 선언에 대해서는 지지와 비판의 상반된 평가가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재정운영에 대하여 경종을 울린 의미는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성남시의 모라토리움 선언 이후 용인시, 김포시, 의정부시 등에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경전철' 사업 등에 대한 재검토와 사업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통합창원시에서는 ‘적자우려와 반대의견’을 아랑곳하지 않고 도시철도사업을 계속추진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원(KDI)에 의뢰한 ‘창원시 도시철도 건설 계획획안’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이달 말 발표 될 예정인데, 교통수요 확보가 쉽지 않은 공공철도 운수사업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편익/ 비용지수가 높게(0.81) 나왔다고 합니다.

아울러 경상남도가 하루 19만명으로 잡은 이용 승객 예측량은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10만 2000명으로 축소되었고, 총 사업비는 경상남도 기본계획에서 1조 310억원이었으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7421억 원으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두 가지 의문점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승객 예측, 총공사비 예측 누가 틀렸나?

첫째, 하루 이용 승객이 19만 명에서 절반가량인 1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둘째, 1조 310억 원이었던 공사비는 단 번에 3000억 가량이나 줄어들었습니다.

경상남도의 도시철도 사업계획과 기획재정부(한국개발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가운데 둘 중 하나는 엉터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상남도가 창원시 도시철도 사업을 추진하기 과욕(?)으로 하루 이용 승객을 부풀렸거나, 아니면 기획재정부가 과도하게 예측 승객을 축소하였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어느 한 쪽이 엉터리라면 전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기사에서 밝혔듯이 통합창원시(옛, 마산, 창원, 진해) 지역을 운행하는 1591대의 1일 이용 승객이 26만 명인데, 도시철도 이용 승객 예측이 19만 명이나 된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려운 예측이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 2010/07/20 - [세상읽기 - 교통] - 창원도시철도 예측승객 수 엉터리?

따라서 19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하는 하루 이용 승객 예측량을 신뢰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근거로 이루어진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또한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1조 310억 원의 공사비를 7421억 원으로 줄인 것도 편익/ 비용 지수를 높이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갖게 합니다.



편익/비용 지수 높이려 총공사비 줄인것 아닌가?

한국개발원(KDI)에서 예측통행량을 조사해보니 경상남도의 예측통행량 19만 명 보다 훨씬 적은 10만 명 수준이었기 때문에 편익/ 비용 지수를 높이려고 불가피하게 총사업비 규모를 줄였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기획재정부가 방만한 사업계획을 검토하여 예산낭비 요인을 줄여서 총사업비 규모를 축소하였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비슷한 사례인 부산-김해 경전철과 비교해보면 이런 긍정적 평가를 할 수가 없습니다.

부산-김해 경전철의 경우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총 사업비 7천742억 원을 들여서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공정율 98%인 현재 1조 2615억 원으로 공사비가 늘어났습니다. 당초 예산보다 40% 가까이 총공사비가 늘어난 것입니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에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으며, 심지어 완공 단계에 가면 당초 예산의 2~3배로 공사비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Trolley... by Kıvanç Niş 저작자 표시


2020년에 총공사비 늘고 예측 승객량 엉터리면 누가 책임지나?


이런 사례들 때문에 창원시 도시철도 역시 이용승객 예측량에 맞추어 공사비를 낮추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정부 예산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시민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은 다음과 같은 격언을 새기고 있다고 합니다.

“예산이 갑자기 늘거나 줄어드는 사업이 있다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관계부처에서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사업은 다시 살펴야 한다.”(함께하는 시민행동 정창수 전문위원/ 2006년 7월 12일 시민의 신문)

더 큰 문제는 1조 310억의 공사비를 단번에 3000여 억이나 줄여 7421억 원으로 하루 10만 2000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 친환경 교통수단(창원시 도시철도)을 만들 수 있다는 ‘장미빛 청사진’을 내놓은 사람들이 나중에 결과가 달라져도 아무 책임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까이 있는 김해-부산 경전철이 좋은 사례이지요. 총공사비용이 5000억 원이나 늘어나고 이용 승객 예측이 엉터리로 되어 매년 300억씩 적자가 나지만, 당초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였던 사람들 중에는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결국, 늘어난 5000억 원이 공사비는 국민들이 떠안고, 300억 원의 운영 적자는 부산, 김해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수밖에 없습니다. 창원시 도시철도, 김해-부산 경전철과 닮아도 너무 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