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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천년의 소리를 들으며 풍류를 즐기다

by 이윤기 2010.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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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하나 밖에 없는 우리 '가곡' 전용공연장 개관을 기념하는 2010년 전통음악축제 '바람도 노니는 풍류한마당'에 다녀왔습니다.

개관기념음악회에는 많은 관객들이 참여하여 150석 규모의 가곡 전용 공연장을 꽉 채웠더군요. 저는 7시 30분 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였는데, 공연장에는 맨 뒷줄에만 빈자리가 남아있었습니다.

(어이쿠 !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켜니 배터리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사진은 아이폰으로 찍었네요.)


9월 29일부터 4일간 열리는 전통음악축제 첫날인 어제는 '풍류 바람과 놀다'를 주제로 한 일요풍류회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일요풍류회는 2008년도에 '이삼 스님'(대금 연주자) 대금 독주회를 계기로 풍류문화가 사라져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연주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라고 합니다.


이름 그대로 매월 둘째주 일요일에 풍류방 음악회를 여는 일요풍류회는 이삼스님을 주축으로 최종민(해설), 이동규(노래), 송인길(가야금), 사재성(장구), 곽태천(피리) 등 국악계의 명인들로 구성되었다고 합니다.

마산 가곡전수관에서 열린 어제 공연에도 '일요풍류회'에 소속된 국악계의 명인들이 모두 참여 하셨더군요. 아무튼 우리나라의 내노라하는 연주자들이 모두 모인 공연이었다고 합니다. '풍류방 음악회'의 정수를 선사하겠다던 약속에 딱 들어맞는 음악회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전통 음악 공연에 익숙하지 않은 저와 같은 사람들은 '해설'이 없으면 어려운데, 어제 공연에는 방송진행자로도 유명한 최종민 교수(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의 해설이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사진에 있는 분들이 '일요풍류회' 연주자들이십니다. 대금을 부는 이삼스님은 교통사고로 한 쪽 팔을 사용할 수 없으신데도, 한 손으로만 대금을 연주하신다고 하더군요.

해설자가 그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연주하는 음악만으로는 한 손 연주라는 것을 전혀 눈치챌 수 없었습니다. 한 손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악기도 직접 고쳐서 연주한다고 하더군요.

첫 번째, 곡 '평조회상'은 일요풍류회 연주자들의 기악합주 공연이었는데요. 사물놀이에서는 꽹가리가 지휘자의 역할을 하는데, 가야금, 거문고, 대금, 피리, 해금이 만난 연주에서는 장구가 음악을 지휘하더군요. 가벼운 장구 장단으로 합주를 지휘하는 것이 이채로웠습니다.(뭐, 이건 원래 그런 것인지, 연주자의 내공에 따라 정해진 것인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두 번째, 곡은 일요풍류회 이삼 스님의 대금 독주였습니다. '청성자진한잎'이라는 곡을 연주하셨는데, 해설자의 말씀처럼 눈을 지그시 감고 음미하면서 듣기에 좋은 음악이었습니다.

세 번째, 곡은 가야금과 대금 변주곡인 '우조 삼삭대엽'이라는 곡인데, 대금연주를 가야금 선율이 받쳐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음악을 제대로 듣는 귀가 열리지 않았지만, 대금 독주가 주는 외로움을 느낌을 상쇄시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마치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는 것 처럼 말입니다.

남창 가곡의 최고봉 이동규, 여창 가곡의 최고봉 조순자

네 번째, 공연은 이동규 선생님과 조순자 선생님의 '가곡' 공연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가곡 전수관에서 열리는 금요풍류회에 두어번 참석하였지만, 조순자 선생님의 가곡을 직접 들을 기회는 없었습니다.

저는 국악음악단 '정음' 단원들의 연주와 이종록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이 들려주시는 시조 음악을 들었던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조순자 선생님은 늘 해설과 진행을 맡으시더군요.

원래 금요풍류회에서는 노래를 하시지 않는지, 아니면 제가 갔을 때만 노래를 하지 않으셨는지는 모릅니다만, 어제 처음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 30호 가곡 예능보유자이신 조순자 선생님 노래를 듣게 되었습니다.



가곡은 한곡, 두곡이라고 하지 않고 한잎, 두잎이라고 한다는데, 어제는 이동규 선생님과 조순자 선생님이 다섯 잎을 들려주셨습니다.

해설을 맡으신 최종민 교수님에 따르면, 국내에서(결국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음악인이 들려주는 가곡 공연이라고 하시더군요.

조순자 선생님께서는 20대 때부터 탁월한 실력을 인정 받아 당시 국립국악원장이었던 이주환 선생님과 함께 공연을 하신 분이라고 하였고, 이동규 선생님은 5대째 가곡을 전수한 집안이라고 하였습니다.

최종민 교수는 '여창 가곡의 최고봉'인 조순자 선생과 '남창 가곡의 최고봉인' 이동규 선생이 들려주는 최고 수준의 음악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음악의 귀머거리인 제가 듣기에도 참 느낌이 달랐습니다. 이동규 선생의 남창 가곡은 '악기 소리를 압도하는 소리'였습니다. 노래하는 가객의 힘과 기가 전해지는 듯 하더군요.

반면에 조순자 선생님의 여창 가곡은 악기소리를 타고 넘는 듯 하였습니다. 노래의 강약이 악기 소리와 함께 어울어진다고 해야할까요?

남창 가곡 '벽사창이', 여창 가곡 '바람은', 남창 가곡 '나무도', 여창 가곡 '모란은', 남여창 가곡 '태평가'로 다섯 잎을 이어불렀습니다. 모두 다섯 잎의 노래가 끝날 때는 낮고 긴 여운을 남기는 대금 소리가 노래의 끝을 알여주었습니다.

가곡, 기생들도 맨 처음 배우는 우리음악의 기초과정...

우리음악을 듣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아직도 가사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아직 귀가 터이지 않은 것이겠지요. 저 같은 귀머거리의 이런 답답한 사정을 모르는지, 해설자이신 최종민 교수는 "여창가곡의 아름다움을 알려면 속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지금은 낯선 음악이지만
불과 150년 전만 하더라도 술집에서도 흔히 듣는 음악이었다"고 하더군요. 12~13살 되는 어린 여성들이 기생학교에서 맨 처음 배우는 가장 기본기에 속하는 노래가 가곡이었답니다.

적어도 기생을 거느리고 술을 마실 수 있는 당시 상류층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음악이었던 것 같습니다. 외국어를 익히는 것처럼 꽤 오랫 동안 귀에 익어야 가사가 들릴 것 같은데, 처음들을 때의 놀라움에 비하여 많이 편안해지기는 하였습니다.




가곡 전용공연장이 개관하여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금요풍류회'가 열렸던 작은 공연장에서의 공연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방바닥에 앉아 적은 인원이 연주자, 그리고 노래하는 분들과 눈빛을 마주치며 마음을 나누는 공연이었던 것으로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일요풍류회 연주자들과 해설자이신 최종민 교수, 조순자 선생님이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출연진들과 함께 많은 관객들이 돌아가며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가곡 전용공연장 개관을 축하하는 '2010년 전통음악축제' 바람이 노니는 풍류한마당은 이번주 토요일까지 매일 저녁 7시 30분에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서늘한 바람이 스치는 가을 밤에 '풍류'를 즐기는 호사를 누려보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에게 보통 가곡이라고 하면 흔히 <내 고향 남쪽바다>라든가, <그리운 금강산>같은 서양음악에 우리말 가사를 붙인 노래를 떠올립니다. 저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만, 중요무형문화재 30호인 우리 가곡은 <청구영언>, <해동가요>, <가곡원류>와 같은 가집에 남아있는 우리 전통 노래를 말합니다.

마산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 30호 가곡 예는보유자이고, 가곡전수관 관장을 맡고 계시는 조순자 선생이 계시고, 이번에 가곡 전용공연장을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 가곡전수관 http://gagok.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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