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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3 06:05

통합시청사, 용역 그만두고 정치적으로 결정하라 !

통합청사, 용역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은가?

통합창원시의 가장 민감한 현안은 무엇일까요? 프로야구단 창단, 팔용터널, 행정구역 통합을 상징하는 대형조형물, 수정만 문제, 도시철도 문제 등 여러 산적한 현안이 있지만, 최대, 최고의 현안은 뭐니뭐니해도 '통합시청사' 문제입니다.


이것은 통합 창원시가 출범하기 이전부터, 즉 옛마산, 창원, 진해시가 통합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최대, 최고의 쟁점이자 현안이었습니다.

사실, 3개시 행정구역 통합이 추진될 당시 최대, 최고의 쟁점과 현안은 통합시의 명칭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명칭문제는 쉽게 결론이 나버렸습니다.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여론조사 등을 바탕으로하여 통합추진위원회에서 예상보다 훨씬 쉽게 '창원시'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3개시 국회의원들이나 당시 3개 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에서도 별다른 이견을 내놓지 않아 예상보다 쉽게 결정이 되었습니다. 실제 통합이 결정된 후 마산과 진해에서는 명칭 문제를 너무 쉽게 결정하였다는 의견이 시민들 사이에서 제기 되었지만, 쟁점으로 부각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한편, 통합시의 명칭 문제가 비교적 쉽게 결정된 대신에 최대, 최고의 쟁점 현안으로 시청사 위치 문제가 부각되었습니다. 아마 다양한 물밑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결론은 "7월에 출범하는 통합시의회에서 마산종합운동장과 진해 옛 육군대학 터를 1순위, 창원 39사단 터를 2순위로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결정하기로"하였습니다. 

통합시청사 위치를 결정하기 위하여 '타당성 조사 및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진행한 후 통합시의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하고, 9억원의 예산을 마련하여 6.2 지방선거 전에 용역을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옛 창원시이 추경예산 편성이 늦어지면서 9월에 가서야 용역 수행을 위한 예산이 의회에서 통과되었고, 당초 통추위 합의안에 없던 옛 창원시 청사 리모델링(안)을 포함하여 20개월의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통합창원시의회에서는 여러 차례 5분 발언 등을 통해 연구용역 수행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이 있어왔습니다. 5개월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용역을 20개월에 걸쳐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들이었습니다.



통합시청사 연구용역은 '판도라의 상자"

어쨌든 '통합시청사' 위치 문제는 한 동안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었습니다. 통합창원시 의회에서 몇 차례 발언과 논의가 있었지만, 여론의 쟁점으로 부상하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바로 '용역'을 수행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에서는 연구 용역이라고하는 것이 모든 민감한 정치적 쟁점을 잠재울 수 있는 일종의 블랙홀과 같습니다. 통합창원시 위치 선정을 말 할 것도 없고, 신공항 위치선정, 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 같은 국가적 현안도 용역 수행만 하면 얼마든지 늦출 수도 있고, 쟁점을 잠재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사회에서 연구용역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하는 정치인들에게는 훌륭한 도피처가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지역 현안인 통합 창원시 문제도 그런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통합창원시가 출범하자 '통합시 청사 문제'를 연구용역이라는 판도라의 상자 속으로 감추어버리고 모든 쟁점과 여론을 함께 담아버렸습니다.  연구용역이 끝날 때까지는 어떤 이야기도 꺼낼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도 용구용역 수행 중에는 이 상자를 열어 볼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판도라의 상자 뚜껑을 열어버린 사람이 있으니 바로 안홍준 국회의원입니다. 그는 통합시가 출범하기 전에 이미 마산종합운동장에 시청사를 유치하기로 합의하였다고 공개적으로 밝혀버렸습니다. 안홍준 의원이 아니었다면, 통합시 청사 위치 선정은 연구용역이 끝나는 20개월 후에나 다시 쟁점이 되었을 것 입니다.

통합시의회를 비롯한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안홍준의원을 비롯한 지역국회의원들에게 전모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판도라의 상자는 완전히 열리지 않은채 한쪽 틈만 살짝 내 보이다 다시 닫혀버리는 분위기입니다.

자, 그럼 왜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정치적으로 결정해야 할 일을 정치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연구용역'이라고 하는 판도라의 상자에 담아버렸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당사자들(시장, 국회의원, 시의원 등)이 당장 떠 안아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면하기 위하여 '연구 용역'을 맡겨 버렸고, 그것도 20개월이라고 하는 장기 용역을 맡겨 버렸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럼 용역이라고 하는 것이 최선, 최고의 결정을 해줄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통합시 청사 위치를 결정하는 것은 애초부터 정치적으로 결정 해야하는 사안인데, 정치적 당사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연구 용역을 수행하면 마치 과학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것 처럼 시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로 결정할 일을 왜 과학으로 결정하려고 하나?

세상에 어떤 연구용역이 가장 객관적이과 과학적이며 통합시발전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시청사 위치를 결정할 수 있을까요? 그런 불편부당하고 중립적이며 객관적인 연구는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지금 창원시민들은 '연구용역'이라는 프레임에 갇혀버렸습니다.

통합시 발전이라는 것도 통합시의 발전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 균형 발전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 앞으로 20년, 30년 후 통합시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발전상이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연구용역을 통해서 가장 좋은 입지를 선정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입니다. 

쉬운 예가 많이 있습니다. 경남도청이 현재 위치에 처음 들어 설 때를 한 번 상상해보십시요. 아무 것도 없는 허허 벌판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변하였나요?

창원시청사의 위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통합창원시의 발전을 위하여 가장 좋은 장소에 시청사가 가는 것이 아니라, 시청사가 가는 곳이 가장 좋은 장소가 될 것이 뻔한 일입니다.


통합시청사 위치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하여 용역수행기관이 딱 1곳을 찝어 여기가 통합시청사 위치로 최적지이다 하고 결론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또 다시 1안, 2안, 3안을 내놓고 여기는 이래서 좋고, 저기는 저래서 좋다는 애매한 결론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뿐만 아니라 용역 수행기관에서 딱 1곳을 최적지로 정하여 결론을 내놓으면 모든 정치적 이해당사자들과 창원시민들이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처럼 수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제 짐작으로는 연구용역 수행은 통합시 청사 위치 결정을 미뤄놓는 것 이외에는 아무 역할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연구용역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다시 한 번 '정치적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연구용역비 9억원을 날리고 시간만 끌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연구용역을 통해 과학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집단적 오류에 빠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원시민들이 먼저 정치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일을 연구용역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하는 착각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정치적 책임이 있는 시장, 시의원,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결단' 혹은 '정치적 결정(의회 표결 등)'을 하고, 그 정치적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젖히려고 하였던 안홍준의원의 '시도'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안홍준의원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시도가 옳다는 것입니다. 이 참에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지금 결정하자는 것입니다.

항간에는 안홍준 의원은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지금 결정하여 마산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면 그도 큰 손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이대로 유야무야되면 안홍준의원은 손해볼 것 없는 장사가 되겠군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 연구 용역을 20개월이나 진행하는 것은 아무도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시간을 끌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서 시민들을 우롱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책임있는 당사자들이 자신의 직을 걸고 책임있게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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