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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자전거 일주3] 어렵고 힘든 순간 스스로 배우고 성장한다.

'싸가지 없어 보이는 그들에게 희망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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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자전거 일주 참가자 대부분은 10대 후반, 20대 초반 젊은이다. 우석훈 박사가 쓴 <88만원 세대>에 따르면, 제주도 자전거 일주에 참가한 젊은이 중 3명은 이제 막 "교육장치에 의해서 완벽하게 통제되어 있고, 마케팅 장치에 의해 극단적으로 착취당하는 집단"의 전형에 속한다. 그 외에도 대부분 참가자들은 20대 초반에 속하면서 10대부터 시작되어 20대까지 이어지는 '세대 착취'에 볼모로 잡힌 젊은이들이다.

참가자 중 일부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알바시장'을 통해서 참가비를 마련하였다. 또 통신요금, 휴대전화 사용습관, 미드 중독 현상 등을 보면, 1318 마케팅에 포로가 된 사치세대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이 신고 있는 운동화, 입고 있는 옷을 보면 1318 마케팅에 사로잡혀 다양한 감수성이 생겨날 수 있는 공간을 과시적 소비에 점령당하였다는 것을 이내 알 수 있다.

이전 세대에 비하여 자기주장은 더욱 분명해졌지만, 공동체의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자신이 손해를 감수하고 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그런 친구들일 것이라고 믿었다. 대화 중에도 끊임없이 휴대전화 버튼을 눌러대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인내심, 끈기 이런 것들이 부족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부산 공항에서 처음 만났을 때, 출발 전에 다함께 사진을 찍자고 해도 시큰둥하고, 게임기에 몰입하는 녀석, MP3 이어폰을 귀에 꽂고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녀석들을 보면서 내심 자전거 일주를 하는 동안 끈끈한 팀웍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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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도착하여 자전거 대여점에 갔을 때는 말로는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실망스러운 모습을 발견하였다. 자전거 종주에 참가한 젊은 친구들은 기어도 만져보고, 바퀴도 살펴보며 서로 더 좋은 자전거를 타기 위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였다. 자전거에 익숙하지 않고 기어도 사용할 줄 모르는 대부분 여자 친구들은 남자 친구들이 고르고 남은 자전거를 골라야했다.

경험 많고 약삭빠른 친구들이 좋은 자전거 골라

자전거 대여점에 먼저 도착한 친구들, 자전거를 타본 경험이 많은 친구들, '약삭빠른' 친구들 그리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친구들이 좀 더 성능이 좋은 자전거를 차지하였다. 대여점 자전거는 여러 사람에게 빌려 주다보니 어떤 것은 기어에 숫자판이 없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변속이 되지 않는 것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자전거를 많이 타보고 잘 다룰 줄 아는 친구들과 어쨌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좋은 자전거를 골라잡은 친구들이 그 중에 성능 좋은 자전거를 골라 타고, 자전거를 타본 경험이 적거나 머뭇거리던 친구들이 상대적으로 기어 작동이 잘 안되는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물론 그들의 마음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침에 처음 만나서 서로 서먹서먹하기도 하였고, 어쨌거나 자전거로 제주 해안로 240km를 달려서 완주에 성공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으니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달리기 위하여 좋은 자전거를 차지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제주시를 출발해서 한림읍 협재 해수욕장까지 가는 첫 날 오후, 젊은 친구들은 그저 목적지까지 자기 한 몸 잘 도착하는 것 이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이 보였다. 처음부터 상대적으로 체력이 좋고 자전거를 잘 다루는 남자 친구와 그렇지 못한 여자 친구를 한 명씩 짝지우고 전체를 두 개조로 나누어서 조별로 달리기로 하였다. 그렇지만, 막상 자전거 일주가 시작되자 대부분 목적지까지의 시간과 거리를 계산하며 앞만 보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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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행이도 둘째 날부터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민박집에서 하루 밤을 보내며 서로 더 친해지기도 하였고, 혼자만 잘 달린다고 해서 먼저 목적지에 도착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함께 달리는 동료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혼자만 잘 달려서 되는 게 아니었다

가파른 언덕길을 힘겹게 오르고 나면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혼자 내쳐 신나게 달려내려 갈 수 없다는 규칙에도 익숙해졌으며, 맨 후미에 뒤처져 오는 친구를 기다리는 일에 조금씩 익숙해졌다. 자전거를 잘 타는 친구들은 늘 후미에 처지는 친구들을 챙기기 시작하였고, 언덕길과 내리막길에 맞추어 기어 조작하는 방법도 상세히 가르치기 시작했다.

좋은 자전거를 골라서 처음엔 혼자서만 앞장서서 달리는 친구들이 혼자만 자전거를 잘 타서는 '제주도 종주'가 되는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된 거다. 마침내 셋째 날 아침에는 아예 자기가 타던 기어조작이 잘되는 자전거를 다른 참가자에게 내주기도 하였다. 체력이 좋은 자신은 기어조작이 잘 안 되도 다리 힘으로 언덕길을 올라갈 수 있으니 체력이 약한 참가자더러 기어조작이 잘되는 자전거를 타라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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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종주를 시작한 참가자들이 모두 함께 완주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셋째 날부터는 참가자들에게서 조금씩 공동체적 협력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월드컵 경기장을 지나서 서귀포에서 가장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갈 때였다. 모두들 젖 먹던 힘까지 쏟아 부으며 패달을 밟았지만, 가파른 언덕길에서는 체력의 차이와 자전거 타는 실력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언덕 길 경사에 맞추어 적절하게 기어를 변속하며 힘차게 패달을 밟고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는 친구들이 있는가하면, 아무리 힘겹게 패달을 밟아도 자전거가 앞으로 잘 나가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 둘째 날까지는 언덕길이 끝나는 꼭대기에서 맨 후미에 오는 동료들을 기다려주는 것이 전부였다.

가파른 언덕길은 함께 넘어야 한다

그런데, 셋째 날부터는 먼저 언덕을 오른 친구들 중에 몇몇이 후미에 처져 힘겹게 올라오는 동료들을 마중하러 다시 언덕길을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자전거를 타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 번 힘겹게 올라간 오르막 코스를 돌아내려가서 다시 올라오는 것은 보통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내려갔다가 그냥 다시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힘이 모자라서 후미에 처진 동료들을 밀면서 올라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자전거를 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힘도 들고 기술도 필요한 일이다.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균형을 유지하면서 다른 손으로 힘겹게 오르막길을 오르는 동료 왼쪽에서 등을 밀어주는 것이다. 그저 등을 밀어주는 가벼운 도움으로 보이지만 정작 밀어주는 사람에게는 적지 않은 체력적 부담이 따른다. 나 역시 초등학교 4학년 아들 녀석이 언덕길을 만나서 힘들어 할 때마다 밀어주었는데, 나중에는 함께 지쳐서 힘들어하곤 했었다.

힘겨워 하는 동료를 밀어주는 동안 허벅지와 종아리에 근육이 단단해지면서 조금씩 통증이 밀려들고, 호흡 역시 조금씩 가빠지면서 숨이 목까지 차오르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모두 다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부터, 함께 가는 기쁨을 알고부터 자전거를 잘 타는 친구들은 언덕이 나타날 때마다 주저 없이 자기 짝을 찾아서 등을 밀어주며 함께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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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자전거 대여점에서 서로 눈치를 보면서 좀 더 좋은 자전거를 고르던 모습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끈끈한 우정을 쌓아가고 있었다. 힘든 경험을 함께 하면서 젊은 친구들이 '공동체적 삶'을 체험 하는 것이 참 아름답게 보였다. 이 장면에서 김남주 시 '가로 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어차 넘어 주고'하는 구절을 떠올린 것은 386세대의 성급함일까?

<88만원 세대>를 쓴 우석훈 박사는 지금의 10대와 20대가 소위 386세대에 비하여 자신과 동료에 대하여 훨씬 각박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세대 착취와 사교육의 포로'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였다. 경제적 측면에서 그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10대와 20대들에게서 참 '이기적'이라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는데, 자전거를 함께 타면서 그들에게 싹트는 우정과 동료애를 보면서 내가 가진 편견을 지울 수 있었다.

우석훈 박사의 주장처럼 문제는 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날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겹게 하루 종일 비를 맞고 달리는 동안에도 언덕길이 나타날 때마다 뒤처지는 동료를 밀면서 달렸다. 1회용 비옷 하나로 몸을 가리고 달리면 달릴수록 장갑도 젖고, 양말도 젖었지만 자기보다 더 지친 동료들을 위로하며, 언덕길이 나타날 때마다 옆에서 등을 밀어주며 다 함께 완주에 성공하였다.

제주 일주 꿈, '함께' 이루다

목적지 제주시에 함께 도착하였을 때,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쁨과  스스로에게 해냈다는 가슴 벅찬 감격, 뿌듯함 그리고 함께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도록 도움 준 동료에 대한 고마움이 어우러져 연출 없는 감동이 펼쳐졌다. 제주 일주를 완주한 참가자들은 서로 껴안고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영원히 그 순간의 감동을 간직하기 위하여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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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비를 맞고 달려와서 '4·3 항쟁과 제주 근현대사' 강의를 듣는 것이 어쩌면 무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오히려 젊은 친구들은 자기 몸뚱아리로 제주 일주를 해냈다는 기쁨으로 가득했기 때문인지 기대보다 훨씬 진지하게 강의를 듣고 질문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는 적극성을 보여주었다. 젊은 그들은 "슬픈 역사가 배인 아름다운 이 섬을 다시 보게 했고, 제주4·3특별법이 폐지되지 않고 존속되어 제주민의 아픔이 치유되고 올바른 역사로 기록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팀워크는 마지막 날에도 이어져서, 하루 종일 눈을 맞으며 한라산 백록담을 다녀올 때도 서로 격려하며 힘들어하는 동료와 함께 걷는 것을 잊지 않았다. 힘든 일을 함께 하는 동안 사람들은 나이와 세대에 관계없이 무엇을 가르치려들지 않아도 스스로 배우고 성장한다는 것을 또 한 번 체험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참가자 모두 생애 처음으로 해보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참 많이 친해지고 끈끈한 정을 나누었다. 젊은 친구들이 스스로 어렵고 힘든 일도 충분히 해 낼 수 있다는 것과 어렵고 힘든 순간에 동료를 돕고 함께 해내는 기쁨을 경험하며 뿌듯해하는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아름다웠다. 젊은 그들이 인생을 사는 동안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도전과 희망'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였다.

*** 이 글은 2008년1월 25~29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진행한 '예비대학생과 함께 하는 자전거 제주 일주'  참가기로 당시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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