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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499

동네 고르긴 쉬워도 이웃까지 선택할 순 없다 1994년 지방자치제 시작 이후 많은 주민자치 운동, 풀뿌리 지역운동을 꿈꾸던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지역 활동가들이 '마을만들기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좋은 동네 만들기, 어떤 지역에서는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형태의 마을만들기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을만들기 운동 붐이 일어난 뒤 10년 이상 지금,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그 시작은 성대하였으나 성과는 미미하였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책 는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사회 곳곳에서 이루어졌던 마을만들기 운동에 대한 평가서 같은 책입니다. 전국의 마을 현장에서 나름대로 다양한 성공과 실패 사례를 경험했다는 7명의 활동가들과 전문가가 모여 앉아서 자신들의 경험을 펼치고 생각을 나눴던 집담회의 결과물.. 2014. 10. 23.
교과지도 보다 생활지도가 훨씬 어렵다면? [서평] 김현수가 쓴 오늘날 선생님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제가 만난 선생님들에게 들은 매우 주관적 경험이기는 하지만, 젊은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교과 수업)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바로 '생활 지도'라고 말합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 따돌림 당하는 아이들, 따돌림 시키는 아이들,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 숨어서 괴롭히고 폭력을 가하는 아이들, 무력감에 빠진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어려움은 젊은 교사들만 겪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든 선생님들도 세월이 갈수록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아이들이 옛날과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옛날처럼 지도하고 가르쳐서는 안 되더라고 낙담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2014. 10. 17.
일베, 인터넷과 잉여사회가 만든 괴물 [서평] 남아 도는 인생들을 위한 사회학 도서 '의자 뺏기' 놀이를 아시는지요? 사람 숫자보다 적은 숫자의 의자를 놓고 함께 즐거운 듯이 노래를 부르며 빙빙 돌다가 사회자의 지시가 있을 때 재빨리 의자에 앉는 놀이입니다. 이 놀이는 반드시 한 사람, 혹은 몇 사람을 잉여로 만듭니다. 놀이의 벌칙이 난감할수록 잉여가 된다는 사실의 참담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심각한 잉여도 있습니다. 회사가 부당하게 노동자를 해고 시키면 힘없는 노동자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 복직할 수밖에 없습니다. 길고 지난한 소송을 경험하고 어렵게 일터로 돌아갔을 때, 회사는 그에게 어떤 일도 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야말로 참담함을 경험하게 만드는 악질적인 노무관리입니다. 그런데 특별한 사람들만 경험하는 줄 알았던.. 2014. 10. 8.
부모의 과잉통제가 불행한 아이로 키운다 에 대하여 쓴 이 책의 부제는 '부모에게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치유서'입니다. 성장기를 보내면서 부모에게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누구나 부모로부터 크고 작은 상처를 받으면서 성장기를 보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크고 작은 상처에도 무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 중에는 지금 자신에게 닥친 심리적 어려움이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로부터 기인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과잉통제가 혼란스러운 가정, 문제있는 가정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모범적인 가정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완벽주의, 과잉보호, 독재가정, 엄격한 가정, 권위주의 가정, 가혹한 가정, 억제하는 가정, 위압적인 가정, 숨.. 2014. 9. 25.
노예해방 위해 싸웠다는 링컨? 사실은... '학교 교육의 진실과 불복종 교육'이라는 부제를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시민권과 시민불복종 같은 단어들이 떠올랐습니다. 군대처럼 복종을 가르치는 기존의 학교 교육에 맞서는 '불복종 교육'은 자연스럽게 '시민불복종'으로 연결되더군요. 공부가 부족한 저에겐 낯선 인물이었지만, 저자 '조너선 코졸'은 미국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성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그의 이름만으로는 그 명성을 짐작하기 어려웠는데 노엄 촘스키, 하워드 진과 나란히 언급되는 미국의 비판적 지성이라는 저자 소개를 읽고 보니,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936년에 태어났으니 그는 여든을 바라보는 교육운동가이자 작가입니다. 하버드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장학생으로 옥스퍼드에서 공부한 후에 공립학교 교사가 된 것부터 평범하지는 않은 이.. 2014. 9. 22.
100년 과거로 떠나는 느릿느릿 기차 여행길 남도여행법.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여행 블로그 을 운영 중인 김종길의 여행기입니다. 김종길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 연속 다음-티스토리 우수 블로거로 선정됐습니다. 몇 해 전부터는 에서도 그의 여행기를 자주 접했습니다. 은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경전선 여행기입니다. 경전선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철도인데, 경남 밀양 삼랑진역에서 광주 송정역까지 300km에 이르는 남도의 크고 작은 여러 지역을 지나는 기찻길입니다. "1903년 삼랑진과 마산포를 잇는 공사를 시작으로 1905년 마산선이 운행을 시작함으로써 지금의 경전선이 비롯되었다. 그 후 1925년에 마산과 진주, 1930년에 광주송정과 순천, 1968년에 진주와 순천을 잇는 경전선이 완성되면서 경전선은 그 이름에 걸맞게 경상도와.. 2014. 7. 23.
주 3일 문 닫는 빵집 자본론에서 배웠다 삶의 본질을 찾고 노동과 삶이 하나 된 인생을 사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본의 변방마을 가쓰야마에 있는 '다루마리'라는 빵집 주인 겸 제빵사인 와타나베 이타루는 삶의 본질을 찾고 노동과 삶이 하나되는 인생을 위하여 별나게 빵을 굽습니다. 겉보기엔 그냥 빵집이지만 흔해 빠진 그냥 빵집이 아닙니다. 100년 된 고택에 자리 잡은 이 빵집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천연 원료와 천연균으로 만든 주종을 사용하여 몸에 좋은 빵을 굽는 빵집입니다. 물론, 흔하진 않지만 좋은 재료로 좋은 빵을 굽는 빵집은 도시에도 더러 있습니다. '다루마리'는 작은 시골 빵집이지만 "사람을 값싸게 부리기 위한 불완전한 음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진정한 음식을 만들며 소리없는 경제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자부하는 빵집입니다. 이윤을.. 2014. 7. 15.
우리가 TV 안 보는게 그리 두려운가? 전국의 여러 YMCA에서 일 년에 한 번씩 1주일 TV를 끄고 지내는 미디어 교육을 합니다. 'TV 끄기 운동'을 앞두고 공부 모임을 하면서 함께 일하는 후배가 제목만 보고 추천한 책을 다같이 읽었는데 참으로 해괴하기 이를데 없는 주장을 하는 책이었습니다. KBS 아나운서와 방송심의위원을 지낸 저자는 오로지 'TV끄기 운동'에 반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책을 썼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해괴하다고 하는 까닭이 있습니다. 단순히 저자가 'TV끄기 운동'에 반대하기 때문에 해괴하다는 표현을 쓴 것이 아닙니다. 가 해괴하다는 것은 첫째, 주장하는 논리의 근거가 터무니없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저자가 TV가 유해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내놓은 근거는 TV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기가 커지고 있고, TV.. 2014. 7. 3.
주의력 결핍? 놀이 결핍이 더 위험하다 는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왔다'고 확신하는 어린이놀이운동가 편해문씨가 쓴 책입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놀이란 삶을 지탱하는 '밥'이라고 주장합니다.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가 병에 걸리듯 놀이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아이도 아프기 마련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학원과 학교에서 성적 향상만 강요받는 아이들이나 유치원 시절부터 공부에만 매달려야 하는 아이들은 모두 '놀이밥'에 굶주린 아이들입니다. 놀이밥에 굶주린 아이들은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서서히 병들게 마련입니다. 저자는 아토피·천식·비염을 비롯한 각종 면역성 질환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자연에서 제대로 충분히 못 놀아서 아픈 아이들이고, 자살 등 마음의 병을 앓는 아이들도 모두 어린시절 충분히 놀지 못해 놀이밥이 부족한 탓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저자는 ".. 2014. 6. 30.
바둑 배운다고 공부 잘하는 건 아니다 [서평] 이세돌이 쓴 중학 중퇴 섬소년 바둑으로 세계 최고가 되다 바둑은 문외한입니다. 어린시절 동네 어른들에게 장기를 배울 때 오목과 바둑 규칙도 함께 배운 일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건 없습니다. 바둑을 배울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장기판을 뒤집으면 바둑판이 나왔고, 그 바둑판 위에서 알까기도 하고 오목도 하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동네 형들과 삼촌들이 바둑 두는 걸 보면서 대강 규칙은 익혔지만, 바둑에도 장기에도 큰 흥미가 생기지 않았고 깊이 빠져들지도 않았습니다. TV에 바둑 프로그램이 나오면 당연히 다른 채널로 돌렸고, '이창호'가 세계를 최고의 바둑 고수로 언론에 오르내릴 때도 무관심이었습니다. 야구나 축구에도 크게 흥미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창호보다는 .. 2014. 6. 24.
세계적 IT기업 CEO들이 엔지니어출신인 까닭 "우리나라 10대 재벌 상장 계열사의 CEO 3명 가운데 1명이 이공계 출신"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산업화 시대를 이끌어 왔던 경영학의 경영시대가 엔지니어 경영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IT 기업들인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 애플 같은 기업들도 모두 엔지니어 출신들이 창업해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습니다. 김영한이 쓴 는 '엔지니어 경영시대'라는 새로운 흐름에 주목하는 책입니다. "현대 경영에서 엔지니어들이 주목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공학적인 전문성과 함께 과학적인 창의성이 그 무엇보다 절실한 까닭이다." (본문 중에서) 경영 능력이라는 것은 결국은 문제 해결 능력인데, 지금까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한 창의성이 경영을 이끌.. 2014. 6. 19.
독은 사람을 금방 죽이고 육식은 천천히 죽인다 '영양의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채식주의 의사 존 맥두걸이 쓴 은 녹말음식으로, 육식이 초래한 현대인의 질병을 모두 치료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담은 책입니다. 을 쓴 존 맥두걸은 고기와 유제품을 많이 먹어서 18살에 중풍에 걸렸고, 또래 친구들보다 20~30kg이나 더 비만이었으며, 오랫동안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당시 후유증으로 지금도 다리를 절룩인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이 중풍에 걸린 원인을 알고 싶어 의대에 진학하였고, 의사가 되었지만 약과 수술로 일시적인 고통을 덜 수 있었을 뿐 만성질환의 원인을 찾지는 못하다가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에서 책임의사로 일하면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탕수수농장에서 일하는 이민 1세는 병이 없는데, 2세, 3세는 미국인들과 비슷한 병에 .. 2014. 6. 13.
마지막 그 봄에도 대통령은 술에 기대지 않았다 [서평] 윤태영 비서관이 쓴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 그해 5월, 많은 사람들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이 떠난 뒤에 더 많은 분들이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며 그 다짐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바람이 불면 그 분이 오신 줄 알겠다'고 하였지요. 저도 제 방식으로 그분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주기였던 2010년에는 노무현 대통령 회고록 을 읽고 서평 기사를 쓰면서 매년 5월에 그분에 관한 책을 읽고 서평을 쓰겠다고 공개적으로 다짐했습니다. 2011년 2주기에는 , 2012년에는 정철이 쓴 , 2013년에는 를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세월이 참 빠르네요. 그새 또 1년이 지났습니다. 이 책 말고도 를 비롯하여 노무현 대통령 관련 책을 몇 .. 2014. 6. 11.
양 한마리를 잡아 세 바구니로 나눠 담는 까닭? 100만부가 발간된 시집 그리고 옥중 에세이 등으로 잘 알려진 박노해 시인의 신간입니다. 오십을 바라보는 저는 동시대를 살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만, 젊은 독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박노해 시인은 1989년 사노맹 결성을 주도하여 공개적인 사회주의 혁명 운동을 하였고, 7년여의 수배 끝에 1991년 체포되어 참혹한 고문 후 사형이 구형되고 무기징역에 처해졌습니다. 1998년 7년 6개월의 수감 생활 후 석방되었고, 2000년부터 생명 평화 나눔을 기치로 하는 사회운동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현장에 뛰어든 것을 계기로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등 가난과 분쟁의 현장을 찾아가며 평활동을 이어왔다고 합니다. 박노해 시인의 신작 은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 2014. 5. 27.
구글-애플은 도청 안심? 천만에 말씀 추리소설 같은 탐사보도. 최근에 일어난 스노든 폭로 사건, 그동안의 경과를 다 알고 있는데도, 루크 하딩이 쓴 를 보는 동안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로운 전개에 푹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에드워드 스노든은 역사상 가장 '비범한' 내부고발자이면서, 전 세계 어디에서도 생명과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없는 가장 위험한 수배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정보기관인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일급 비밀정보를 빼돌려 언론을 통해 정보 기관의 불법적인 정보수집을 폭로하였습니다. "미국의 안전보장을 책임지고 있으며 법적 구속력에서 자유로운, 미국 NSA와 NSA의 영국협력단체인 정보통신본부(GCHQ)는 인터넷과 통신의 하드웨어를 거머쥔 거대기업과 비밀리.. 2014. 5. 22.
책 읽기에 빠져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 책 내용을 일일이 살펴보지 않고 글쓴이만 보고 책을 골라도 후회하지 않을 책이 있기 마련입니다. 제게는 이라는 책이 꼭 그렇습니다. 이 책은 사회학자 정수복씨가 책에 대해 쓴 두 번째 책입니다. 저자가 책에 대한 일곱 가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이에 답합니다. 그런데 책에 대한 첫 번째 질문이 놀랍습니다. 그 질문이란 바로 '책을 읽지 말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입니다. 저자는 책을 읽지 말아야 할 첫 번째 이유로 '책 중독'의 위험성을 꼽습니다. "책 중독에 걸린 사람은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책에 고스란히 헌납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혹시 여러 분도 '책을 읽는 시간이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귀한 시간을 허비(?)한다'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어떤 측면에서 독서는 세상을 직.. 2014. 5. 15.
세월호 아픔에 공감했다면 '분노하라' !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나고 20여일을 보내면서 는 물론이고, 제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소소한 일상'조차 포스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읽었던 몇 권의 책은 서평을 써놓고도 지금 소개하기엔 적절한 책이 아닌 것 같아 기사 송고를 미뤄두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에 송고한 서평 기사는 표창원이 쓴 (세월호 슬픔 속 표창원의 책을 권하는 까닭) 한 권뿐입니다. 사고의 전 과정에 '정의의 적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기 때문에 비록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이라고 해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고 후 보름이 지나도록 여전히 구조와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터라, 국민적 애도와 추모 분위기에 맞는 서평을 써달라는 편집부의 부탁에도 적당한 책을 떠올리기는.. 2014. 5. 13.
강남 다음이라는 창원 사장님 이렇게 망가졌다 경남 창원 사람들은 서울 강남 다음으로 가장 번화한 상업지역으로 창원 상남동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경제가 휘청거린다고 할 때도, 장기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고 언론이 호들갑을 떨 때도 창원 상남동은 '불야성'을 이뤘던 곳입니다. 밤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뜩이고, 새벽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 이 동네의 겉모습만 보면 '이곳은 불황과 거리가 멀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그늘을 직접 발로 뛰며 조사해온 책 의 저자들은 창원 상남동 역시 빛과 그늘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짙은 그늘에서 허우적거리는 자영업자들이 매일매일 무너지고 교체되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확인시켜 줍니다. 의 공동 저자인 여영국은 1988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울산과 함께.. 2014. 5. 9.
세월호 슬픔 속...표창원의 책을 권하는 까닭 국가권력은 사회계약 틀 안에서만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약하고 개입할 수 있으며 개인은 누구나 자유를 누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가해하고 공공의 질서를 해치는 일은 처벌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민주정부 10년을 거친 21세기 대한민국은 "부당하게 생존권을 위협하는 불법행위가 중단되거나 처벌받지 않고 방치되는 반면에, 이에 항의하는 질서위반 행위는 단호하게 처벌"되고 있습니다. 최근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부기관의 늑장대처와 지지부진한 구조작업에 항의하며 대통령을 만나러 청와대로 가겠다고 나선 실종자 가족들을 막아선 경찰들은 마치 시위 진압하듯이 서울에서 500km 떨어진 진도대교 부근에서 길을 막았습니다. 이번 사고만 봐도 '정의의 적들'은 곳곳에 있습니다. 이미 드러난.. 2014. 4. 30.
경제성장 할수록 가난뱅이에겐 독이다. [서평] 윤석천이 쓴 한국 경제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으면 과연 모두가 불행해질까? 몇 년 전만 해도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지속하는 한 성장없는 분배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더글러스 러미스가 쓴 를 읽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녹색평론사에서 번역 출판한 이 책을 통해 더 이상 경제가 성장하지 않아도 우리는 얼마든지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는 언론이 주로 다루는 경제기사에 담긴 엉터리 경제 정보와 왜곡된 기사를 낱낱이 파헤치고 해부한 글을 모은 책입니다. 저자 윤석천은 승승장구했던 투자 전문가를 거쳐 '자본과 권력을 감시하는' 경제비평과 칼럼을 쓰는 평론가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주제는 '성장 집착이 고용을 줄.. 2014. 4. 17.
일본 1200년 육식금지 메이지 유신때 깨졌다 흔해 빠진 일본 여행기나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 아닙니다. 음식과 맛을 통해 근대 이후 일본 문화를 들여다보고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인도와 유럽에 이르기까지 문화 교류의 역사를 짚어보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책입니다. 저자 박상현은 시기적으로 근대 이후에 특별히 주목하는데 그 까닭은 "음식에 있어서 지나치게 먼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학문적 의미는 있을지언정 현재를 보는 방법은 아니"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근대의 음식을 살피면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의 근원이 보이고, 심지어는 그 배경과 변화의 과정까지 보인다. 그런데 이를 살피다보면 번번이 암초를 만난다. 바로 일본이다. 마음 같아서는 슬쩍 돌아가거나 못 본 척 지나가고 싶은데, 그냥 돌덩어리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기에 그럴 수가 없다." (본문 중에서) 일본.. 2014. 4. 10.
허핑턴 포스트 CEO의 제안 "디지털 기기를 꺼라" [서평] 아리아나 허핑턴이 쓴 아리아나 허핑튼은 미디어 그룹의 회장 겸 편집인이고 칼럼니스트입니다. 2005년에 창간한 는 방문자수에서 전통 미디어인 등을 넘어섰고, 2012년에는 보도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인터넷 미디어 기업입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 뿐만 아니라 프랑스, 스페인, 이탈이어, 일본, 독일, 포르투갈에서 현지 언론사와 제휴하여 국가별 허핑턴포스트를 창간하였으며, 지난 2월에는 한겨레 신문과 제휴하여 허핑턴포스트 한국판 서비스를 시작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오늘날 세계 최고의 인터넷 언론이 바로 입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은 아리아나 허핑튼이 를 창간하고 세계적인 최고의 인터넷 미디어로 성장시킨 성공 사례를 담은 책이 아닙니다. 많은 독자들이 저.. 2014. 4. 2.
애인 고르기와 유치원 고르기, 이렇게 닮았다 [서평] 허은미가 쓴 좋은 유치원은 어떤 곳일까요? 최신 시설을 완비한, 궁전 같이 지은 유치원일까요? 아니면 교육비가 비싼 유치원일까요? 아니면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일까요? 이도 저도 아니면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잘 시키는 곳일까요? 어떤 분은 조기 영어교육을 잘하는 곳이 좋은 유치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요. 전국의 영어유치원에 아이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면 '좋은 유치원의 기준'이 어떻게 학부모들 사이에 잡혀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현직 유치원 교사인 허은미가 쓴 책 는 바로 좋은 유치원을 찾는 바람직한 방법을 알려줍니다. 여러분은 어떤 유치원이 좋은 유치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좋은 유치원의 기준은 사람마다 제각각 다를 수 있겠지만, 사실 진짜 좋은 유치원은 아이들이 좋.. 2014. 3. 27.
완전한 자유 대신...51%의 자유를 누리자 ! [서평] 사람들이 뽑은 50개 단어로 정철이 풀어 쓴 "놀랍고 재미있는 발상이다. 그리고 정철답다." 책을 펼치며 든 첫 생각입니다. 사랑, 가족, 엄마와 같은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목적어 50단어를 찾아 정철의 생각과 의미를 담아 당신들도 한 번 생각해보라고, 인생의 목적과 의미를 새겨보라고 권하는 책입니다. 50개의 인생 목적어 중에는 이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인생을 살면서 한 번도 깊이 새겨보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단어들도 수두룩하였습니다. 성찰하면서 살려고 노력하지만 실제 매일의 삶은 그다지 성찰적이진 않았던 것이지요. 정철이 쓴 는 좀 특이한 과정을 거쳐 쓰여진 책입니다. 저자는 '왜 사는가?'라고 하는 철학적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하여 사람들에게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2014. 3. 25.
예수 믿는 사람들, 제발 성경공부 좀 하시라 ! . 팟캐스트 를 연출하여 국민 스타가 되었고, 서울 노원구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바로 그 김용민이 쓴 책입니다. 2012년 대선이 끝나고 가 막을 내린 뒤 '벙커1 교회'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교회가 익명의 기독교인들이 모여 공동체 실현을 꿈꾸는 '진짜' 교회인 줄은 몰랐습니다. 를 읽으면서 라디오 PD이자 시사평론가로 그리고 놀라운 성대모사를 선보이던 다재다능한 김용민이 극동방송 PD로 일했었다는 이력을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또 그가 신학대학을 졸업했으며 이라는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 스스로 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목회자이고 태어날 때부터 신앙생활을 하였다는 사실을 여러 번 밝혔고, '벙커1 교회'를 열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2014. 3. 20.
무농약, 유기농이 민주주의를 지킨다고? [서평] 마크 윈이 쓴 은 산업화한 먹거리 체계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로컬푸드와 지속 가능한 먹거리 운동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생협 매장에서 유기농으로 생산된 제품을 구매하는 초보적인 생활협동 운동뿐만 아니라 거대 식품 기업들이 생산하는 오염된 농축산물의 문제점 그리고 미국 여러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로컬푸드 운동의 사례와 도시농업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온갖 식품 첨가물로 오염된 가공식품을 제외할 때 가장 대표적인 '정크푸드'라고 할 수 있는 유전자조작 식품의 문제점과 유전자조작 곡물 종자를 생산, 보급하는 독점적 기업들의 문제 그리고 공장식 축산업 문제를 고발하는 내용들을 자세히 소개하는 책입니다. 저자인 마크 윈은 대학 시절부터 먹거리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난 40여 년간 먹거.. 2014. 3. 17.
정수기가 방사능을 걸러낼 수 있다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3주기를 맞았습니다만, 사고 수습에는 30년이 걸릴지 40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합니다. 내부 피폭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식품에 위험 경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명태는 위험하다", "고등어도 위험하다", "일본산 생선과 수산물 먹으면 안 된다" 등등. 핵 방사능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허용기준치를 넘지 않았으니 안전하다고 하지만, 탈핵을 주장하는 환경운동가들은 안전기준이 결코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구소련 체르노빌 사고와 함께 인류 역사 이래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의 위험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정말로 일본에서 수입한 해산물은 먹을 수 있는 걸까요? 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먹어도 괜찮은 것일까요? 우리나라.. 2014. 3. 12.
죽자고 공부만해서는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서평] 사토 마나부가 쓴 '배움의 공동체'를 주창한 저명한 일본의 교육학자인 사토 마나부가 쓴 는 '교육 방법'에 관한 이론과 사례를 담은 책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교육방법학은 '교육실천의 기초가 되는 지식을 제공하는 학문'입니다. 저자는 교육방법을 '교육 실천의 학문'이라는 협의의 교육학으로 좁혀서 고찰합니다. "교육의 실천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이론과 지식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교육방법학이라고 정의 합니다. 이 책은 바로 교사가 실천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활용하는 지식과 견식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아주 딱딱하고 재미없는 이론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말랑말랑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와 같은 책도 아닙니다. 방송대학에서 교육방법을 강의했던 교재를 바탕으로 수정한 책이라고 합니다. 이.. 2014. 3. 6.
잡스처럼 생각하고 잡스처럼 행동하기 [서평] 왕쥔즈가 쓴 스티브 잡스를 통해 혁신을 배우자는 책이 인터넷 규제가 심한 중국에서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우선 놀라웠습니다. 이 책은 인재양성 강사이자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해 온 왕쥔즈가 쓴 스티브 잡스 평전이면서 자기계발서 성격을 동시에 갖춘 책입니다. 예컨대 스티브 잡스의 삶과 철학 그리고 기업경영을 통해 배우는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 쉽게 요약하자면 인생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스티브 잡스를 따라 배우라고 권하는 그런 책입니다. 이라는 제목에는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면이 많은 책이지만, 1000여 쪽에 가까운 월터 아이작슨이 쓴 공식 전기 를 읽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우리 시대의 가장 혁신적인 인물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스티브 잡스.. 2014. 3. 4.
형님 빽으로 다녀 온 중국 유람...아 놀랍다 연암 박지원. 박제가, 홍대용 등과 함께 교과서에 나오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 박지원의 대표저서는 . 여기까지가 고등학교 졸업 이후 마흔을 훌쩍 넘길 때까지 박지원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전부입니다. '박지원이 조선 최고의 문장가'로 손꼽힌다는 것은 마흔이 넘어 읽은 소설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를 읽게 된 것은 제가 속한 단체 회원들과 함께 읽을 책을 고르다가 우연히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순간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제목만 기억하고 있는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회원들과 함께 읽은 는 북드라망에서 출간한 고미숙 등이 번역한 책입니다. "조선왕조 500년을 통틀어 단 하나의 텍스트만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 를 들 것이다. 또 동서고금의 .. 2014.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