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0년 된 삼나무 조몬스기...성스러운 노인에게
오늘은 제 블로그에 처음으로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다른 글을 쓰면서 시를 소개한 일은 있지만 온전히 시 한 편으로 블로그 포스팅을 대신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는 시는 야마오 산세이가 쓴 <성스러운 노인에게>입니다. 성스러운 노인은 일본 후쿠오카 남쪽에 있는 야쿠시마라고 하는 섬에 살고 있는 7200년 된 삼나무 조몬스기를 말합니다.
어제는 야마오 산세이가 쓴 <더 바랄게 없는 삶>이라는 책을 소개해 드렸구요. 오늘은 <애니미즘이라는 희망>에 번역되어 있는 그의 시 '성스러운 노인에게'를 소개합니다.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시간이면 저는 조몬스기를 만나러 야쿠시마의 숲길을 걷고 있을 것입니다. 자동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최단거리까지 가도 조몬스기를 보려면 산길을 5~6시간 정도 걸어야 한다더군요. 아침 5시에 길을 나설 예정이니 7시쯤 등산을 시작한다면 12시쯤에는 조몬스기를 만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숲에는 수령이 1000년이 넘은 삼나무만 20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만나러 가는 성스러운 노인 조몬스기는 7200년 1 된 나무라고 합니다. 사진만으로는 그 위용을 짐작하기 어려우실텐데 뿌리 둘레만 43미터, 몬통 둘레 16.4미터, 높이는 25.3미터에 달한다고 합니다.
일본영화 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한 에니메이션 <원령공주>에 나오는 숲이 바로 야쿠시마의 숲이라고 하네요. 오늘은 깊은 숲속에 있는 성스러운 노인의 부름을 받고 조몬스기를 만나러 갑니다.
성스러운 노인
야쿠시마 산 속에 한 성스러운 노인이 서 있다
그 나이 어림잡아 7천 2백 년이라네
딱딱한 껍질에 손을 대면
멀고 깊은 신성한 기운이 스며든다
성스러운 노인
당신은 이 지상에 삶을 부여받은 이래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단 한 발짝도 내딛지 않고 그곳에 서 있다
그것은 고행신 시바의 천년지복의 명상과 닮았지만
고행과도 지복과도 무관한 존재로 거기 서 있다
그저 거기 있을 뿐이다
당신의 몸에는 몇 십 그루의 다른 수목들이 자라고 당신을
대지로 알고 있지만
당신은 그것을 자연의 섭리로 바라볼 뿐이다
당신의 딱딱한 껍질에 귀를 대고 하다못해 생명수 흐르는
소리라도 듣고자 하나
당신은 그저 거기 있을 뿐
침묵한 채 일절 말하지 않는다
성스러운 노인
옛날 사람들이 악이라는 걸 모르고 사람들 사이를 선이
지배하던 때
인간의 수명은 천 년을 헤라렸다고 나는 들었다
그때 사람들은 선과 같이 빛나고 신들과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이윽고 사람들 사이에 악이 끼어들고 동시에 인간의 수명은
점점 짧아졌다
그래도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백 년 오백 년을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지금은 그도 사라지고 없다
이 철의 시대에는 인간의 수명은 기껏해야 백 살이 고작이다
옛날 사람들 사이를 선이 지배하고 사람들이 신과 더불어
말하던 때의 일을
성스러운 노인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었다
하지만 당신은 오로지 그곳에서 고요한 기쁨으로 있을 뿐
일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안 것은
당신이 그곳에 있으며 그리고 살아있다는 사실뿐
그곳에 있으며 살아있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
성스러운 노인
당신 발밑 대지에서 맑은 물줄기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유일하게 보여준 마음 같았습니다
그 물을 두 손으로 떠올려 나는 성스러운 것인 양 마셨습니다
나는 떠올렸습니다
법구경 구십 팔
마을에서나 또 숲에서나
낮은 곳에서나 또 평지에서나
고귀한 사람이 머무는 곳 그곳은 즐겁다
법구경 구십 구
숲은 즐겁다 세인이 즐겁지 않은 곳에서 탐욕을 버린
사람은 즐거우리라
그는 욕망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숲은 즐겁다 고귀한 사람이 머누는 곳 그곳은 즐겁다
성스러운 노인
당신이 침묵하고 말하지 않기에
나는 당신의 숲에 사는 무구한 백성이 되어
종을 울리며 당신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른다
- 조몬스기에 대한 수령은 3000여년 정도라고 하는 새로운 검증 결과도 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