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방 교통비가 서울보다 더 비쌀까?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5. 3. 17 방송분) |
마산-부전 복선 전철 10년째 공사 중
지난 3월 4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도청 확대간부회의에서 "마산~부전 복선전철이 이른 시일 안에 개통하도록 관련 부서는 전력투구해달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공사 시작 후 10년 넘게 사업을 완료하지 못하고 있는 마산-부전 복선전철을 올해 일부만이라도 개통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하도록 지시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마산-부전 복선전철 개통 지연과 수도권 GTX 개통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마산에서 부전역까지 무궁화호 기차를 타면 1시간 23분이 걸립니다. 마산역을 출발하여 창원역을 지나 창원중앙역에서 진례-진영-한림정-낙동강- 삼량진을 거쳐서 원동-물금-구포-사상을 거쳐 부전역까지 총 87km 구간을 약 1시간 30분에 운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공사를 시작한 마산-부전 복선전철이 개통하게 되면 창원중앙역에서 부전역 구간이 직선화되면서 약 36km가 단축되고 30분대에 운행할 예정이었습니다. 박완수 도지사가 일부 구간이라도 개통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한 바로 그 구간입니다.
마산-부전 복선전철은 마산역에서 창원중앙역까지는 기존 철로를 이용하지만, 창원중앙역에서 신월-장유-부경경마공원-에코델타시티-강서금호-사상역까지 새로운 복선 철로가 만들어지고 사상역을 거쳐 부전역까지 기존 철도를 이용하여 연결되는 공사인데요. 당초 계획대로라면 2014년 6월 29일 착공하여 2020년 6월 완공되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완공을 코앞에둔 2020년 3월 2공구 낙동강 하저터널 공사 현장에서 터널붕괴로 인한 침하 사고가 발생하여 둘레 50m, 깊이 20m의 대규모 지반 침하가 발생하였습니다.
2020년 3월 낙동강 하저터널 붕괴사고...왜 아직 해결 못하나?
사고 조사 결과 터널 재설계 및 재시공 결정이 이루어지면서 2022년말, 2023년 4월, 2024년 연말, 2024년 12월 그리고 2015년 연말까지 거듭해서 완공시기가 늦추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9월 자문단 점검에서 추가적으로 누수가 발견되어 긴급안전점검에 들어갔으며, 올연말 완공과 내년 개통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복구공사로 인한 추가 공사비만 하여도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되는데요. 박완수 도지사는 낙동강 하저터널 구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완공상태인 마산역에서 강서금호역까지 구간을 부분 개통될 수 있도록 협의라고 지시한 것입니다. 마침 지난주 창원시의회에서도 문순규 시의원 주도로 마산-부전 복선전철 조기개통을 촉구하는 대정부 건의안이 발의되었더군요.
그런데 부분 개통과 함께 또 다른 쟁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바로 마산-부전 복선 구간에 고속열차 KTX 혹은 일반열차 ITX를 운행할 것인지, 아니면 수도권처럼 전철을 운행할 것인지가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벌써 15년 전인 2010년에 제시된 운영방안을 보면 한국개발연구원이 마산-부전 복선전철 타당성조사에서 150km/h의 4량 열차를 배차간격 30~40분 단위로 운행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그러나 2014년 국토부는 KTX-이음 열차를 1일 12회 운행하는 구상을 발표하였고 현재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 계획대로라면 4300원으로 책정된 시외버스보다 교통요금은 훨씬 비싸지고 배차간격이 길어지기 때문에 승객이 늘어나기 어렵다는 경남연구원의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마침 2020년 김경수 도지사가 부울경 메가시티와 함께 부울경 광역교통망 확충을 주장하면서 2021년 정부 국비 예산에 마산-부전 광역철도 사업에 225억원의 추가예산이 반영되었으나 코로나-19로 SOC 예산이 삭감되면서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황입니다.
작년 6월에 부산과 경남이 일반열차 ITX-마음 운행에 합의하고, 광역철도용 전동 쳘차 투입 백지화시키는데 합의하였지만, 부산시민과 경남도민들의 반발이 확산되자 현재는 한 걸음 후퇴하면서 KTX-이음과 ITX-마음 일반열차를 먼저 운행하면서 향후 광역철도용 전동열차 투입을 검토하겠다고 유보한 상황입니다.
왜 서울보다 지방 교통요금이 더 비쌀까?
저는 경남 도민들이나 창원시민들이 전동열차 투입 여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바로 마산-부전 운행요금과 배차간격 그리고 환승할인 적용 등이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애초 사업계획은 수도권 광역전철이 모델이었는데, 긴축 재정을 시작한 중앙정부가 고속열차(KTX) 도입으로 변경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전동열차 도입 조건으로 지방정부에 시설·운영비를 부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도민들이 바라는대로 서울 수도권처럼 전동열차를 도입하면 경남도는 사업비 859억 원을 비롯해 연간 운영비 158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저는 매우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중앙정부 계획대로 ITX-이음 열차를 운행하는 경우 60분에 1대씩 운행될 뿐만 아니라 기본요금이 8400원이나 될 것이라고 합니다. 부산시와 경상남도 요구대로 급행열차가 추가 편성되는 경우 배차간격이 30분으로 단축되고 급행열차 요금은 4800원으로 ITX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만, 여전히 수도권 지하철이나 전철 그리고 최근에 개통한 GTX-A노선에 비교하면 훨씬 더 비싸고 불편합니다.
예컨대 GTX-A 파주운정~서울역 구간의 배차간격은 평균 8분대이고, 전체 구간 배차간격은 평균 10분대라고 하며 앞으로 6분대까지 단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울러 GTX-A 전동열차의 최고시속 180km/h에 편도 141회가 투입되며 기본요금은 3200원이라고 합니다.
한강 하저터널 사고 났다면...5년 동안 복구 안되었을까?
저는 같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데, 서울,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과 동남쪽 끝에 사는 사람들 간에 대중교통 서비스 차이가 너무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수도권 전철이나 GTX 공사구간인 한강 하저터널에서 사고가 났어도 복구공사가 이렇게 오래걸렸을까요? 아마 한강 하저터널에서 사고가 났다면 매일 저녁뉴스에 보도가 쏟아졌을테고, 5년 동안 복구가 안되는 것을 이렇게 방치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요금 문제도 수도권 전철, 지하철과 비교하면 더욱 심각합니다. 서울역에서 1호선 전철을 타고 온양온천역까지 111km를 가는 전철요금은 3400원입니다. 서울에 사는 어르신들이 지하철 타고 당일 여행으로 온양온천을 매주 한 번씩 다녀온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회자 되던 이야기입니다. 현재 운행 중인 마산역에서-부전역까지 87km 무궁화요금은 5000원이고, 마산-부전 복선철로가 개통되어 50km로 거리가 줄어들어도 KTX가 운행하면 8400원, 급행열차를 운행해도 4800원을 내고 타야합니다.
지역균형 발전을 외치기 시작한 지 30년이 다되어갑니다만, 중앙정부의 수도권 우선 정책은 조금도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nc다이노스와 롯데자이언츠의 야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부산팬들은 부전역에서 전철을 타고 마산역으로 와서 NC파크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고 돌아갈 수 있고, 마산팬들 역시 마산역에서 부전역을 거쳐 대중교통으로 사직구장에 야구보러 갔다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 직장이 있는 청년들이 경기도에서 전철을 타고 출퇴근 할 수 있는 것처럼 창원이나 김해에 사는 청년들이 부산에 있는 직장까지 30분만에 전철을 타고 출퇴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운대나 광안리에서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거나 회식을 해도 전철 막차를 타면 장유나 창원으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부전역에서 울산까지 이어지는 동해선까지 연결하여 경남, 부산, 울산이 1시간 생활권으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