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 무죄?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5. 3. 24 방송분) |
지난 2011년 3월 11일은 동일본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14주기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14년이 지난 지금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때아닌 핵무장 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지정에 따른 정치, 경제적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이웃 나라 일본에서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은 1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언제 수습이 마무리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는 여전히 사람이 접근할 수 없으며, 지금도 매일매일 핵방사능 오염수가 나오고 있습니다. 2023년 8월 24일 핵방사능 오염을 우려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핵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시작하였는데, 그동안 모두 10차례의 방류가 이루어졌고, 회당 약 8000톤의 방류가 이루어졌습니다. 아직 우리나라 근해에서 오염수가 검출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여전히 방류하는 오염수보다 새로 만들어지는 오염수가 더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여전히 안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 따르면, “더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데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가장 돈이 적게 드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일본정부가 주변국을 위험에 빠뜨리면서도 가장 돈이 적게 드는 오염수 해양투기 방식을 선택하였는데도 불구하고, 경제적 비용은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도쿄전력이 방사능 오염수 처리와 제염비용, 해양투기 비용으로 일본정부에 1조 9천억엔, 우리돈으로 약 18조원 추가지원을 요청했다고 하는데요. 2011년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지금까지 수습 비용으로 23조 4천엔 약 225조원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아직도 얼마나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지 알 수 없다는 것이고, 지금까지 들어간 사고 처리 비용도 예상하지 못할 만큼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천문학적 처리 비용...끝을 알 수 없다, 2011년 58조, 2016년엔 208조원으로 증가
2011년 사고 초기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추산한 사고 수습 비용은 6조엔 우리돈으로 약 58조원 정도였습니다. 우리나라 한해 예산이 약 670조원 정도인데, 그 1/10 정도면 사고 수습이 가능하다고 추산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불과 2년 후인 2013년이 되자 당초 비용의 2배인 11조엔, 우리돈으로 107조원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닙니다. 사고발생 5년이 지난 2016년이 되지 또 다시 사고 수습 비용는 갑절 가까이 증가하여 21조 5천억엔, 우리 돈으로 208조원으로 증가하였는데, 도쿄전력이 사고 수습 때문에 진 빚만 17조엔, 우리돈으로 164조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예컨대 일본 정부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인 도쿄전력 지원을 중단했다면, 도쿄전력은 벌써 망해도 몇 번이나 망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잘 아시다시피 경제적 피해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관련 사망자만 3500여명이나 됩니다. 사고 당시 16만 4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고, 여전히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은 자발적 피난상태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방사능 오염 제거작업 참여 누적 인원만 해도 3000만 명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원전 사고 제염작업은 강한 방사능 때문에 한 사람이 긴 시간을 작업할 수 없어 짧게 짧게 교대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폭의 위험을 안고 방사능 오염 제거작업에 투입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역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그린피스 활동가들에 따르면 14년이 지난 지금도 후쿠시마 주변에는 기준치의 수십 배가 넘는 방사능 핫스팟이 계속발견되고 있으며, “인간의 시간과 기술로 사고를 완벽하게 수습하는 것은 불간능해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막대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누구도 법적으로 직접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3월 기소 후 9년이 지나서 끝난 형사재판에서 핵심 책임자들이 모두 무죄를 받았다는 것인데요. 사고 초기부터 형사처벌 의지가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2011년 후 2년이나 끌었던 경찰과 검찰 조사가 끝나자 관계자 전원을 불기소 처리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일본의 시민사회가 크게 반발하였고, 2014년 7월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가 원전사고의 핵심 책임자들을 기소해야 한다는 결정을 하였는데도 검찰은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2년이 더 지난 2016년이 검찰심사회 2차 심사에서 두 번째 기소 의결이 결정된 후에야 도쿄전력 전 회장과 전 부사장 등 3명을 기소하였는데, 2019년 9월 도쿄지방재판소가 2023년 1월에는 도쿄 고등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였으며, 최근 최고재판소까지 최종 무죄 선고가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후쿠시마 책임자 무죄...민사소송만 남아, 1심 법원 130조원 배상금 판결
시민들의 강제기소 이후 9년 만에 최종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자들과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실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도쿄전력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민사소송만 남았다고 합니다. 우선 지난 2022년 7월 도쿄전력주주들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큰 손해를 입었다며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경우는 1심인 도쿄 지방재판소가 13조 3210억엔, 우리돈으로 약 130조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난 상황이며, 2심 소송이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저는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무죄 선고는 아주 나쁜 신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책임으로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우니라라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는데, 원전 사고를 일으킨 기업주들이 아무런 형사 책임을 지우지 않는 일본 사법부의 판단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원전정책에도 나쁜 시그널이 될까봐 걱정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탈원전 정책이 확산되었고, 우리나라도 문재인 정부가 2083년까지 장기적인 탈원전 계획을 세웠습니다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건설을 중단했던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재개하였으며, 한국형 소형모듈원전 개발, 원전 수출 확대 등 이른바 원전르네상스 정책을 추진하면서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2% 이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핵발전소를 찬성하는 분들은 원전 수출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2010년 UAE 원전을 수주한 이후 단 1건도 추가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고, 당시 기대와 달리 2024년 말 누적이익률은 0.3%로 추락하였고, 최종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후무시마 원전사고 교혼으로 삼아 핵발전이 결코 값싼 전기에너지가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