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무효, 홍남표 창원시정 평가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5. 4. 7 방송분) |
지난 4월 4일에는 12.3 계엄으로 내란죄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되었고, 하루 전날인 3일에는 제4대 통합창원시장으로 당선되었던 홍남표 시장이 대법원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되어 즉시 시장직을 잃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홍남표 창원시장의 출마부터 지난 2년 9개월 임기를 함께 평가해 보겠습니다.
홍남표 창원시장은 2022년 6월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6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되었습니다. 당시 현직 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후보를 20%P가 넘는 득표율로 제치고 당선되었는데요. 대통령 선거 한 달 후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홍남표 시장뿐만 아니라 김해, 거제, 양산, 통영에서도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국민의힘 후보들이 시장으로 당선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3개월 만에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었것과 정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에 치러진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선거 구도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홍남표 창원시장은 출마 당시부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홍 전 시장은 지방선거 6개월 전에야 국민의힘 출마예정자로 거론되기 시작하였고, 당시 국민의힘에서는 10여명의 예비후보자들이 출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홍남표 후보가 유권자들에게는 가장 낯선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홍남표 전 시장이 과학기술부 장관비서실장·기획예산담당관,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교육과학기술부 대변인·원자력국장, 미래창조과학부 감사관 등을 역임한 과학기술분야의 전문성을 상당히 갖춘 공직자였던 것은 분명하지만, 지역 사정을 너무 모르면서 창원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시민들에게 공감을 얻었던 것입니다.
지방선거 6개월 전 고향에 돌아와 창원시장 출마
홍남표 시장은 함안군 법수면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마산고등학교에 다녔다고 하며, 창원시와 인연은 고교 시절 3년이 전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합격하고, 1982년에는 기술고시에 합격하여 중앙부처에서 공직생활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중앙부처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은 물론이고 공직 퇴임 이후 한국연구재단 사무총장,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이사, 한국특허개발원 이사 등을 지냈지만, 창원이나 경남지역에서는 근무한 인연은 없는 분이었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이미 많이 있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와 안상수 전 창원시장 사례입니다. 두 사람 모두 중앙정치권에서 당 대표와 국회의원 등을 지낸 후에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좁혀지자 고향으로 돌아와 출마하신 분들입니다. 경남도지사로 출마하였던 홍준표 지사는 임기를 채우지 않고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도지사직을 던져버렸고, 최근에는 대선 출마를 위해 대구시장을 중도사퇴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안상수 전 창원시장 역시 창원시장 출마를 위해 왔다가 4년 임기를 마치고 재선에 실패한 후에는 다시 창원으로 떠나버렸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3년 전 홍남표 전 시장을 비롯한 출향 인사들의 느닷없는 고향 출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게 쏟아졌던 것입니다.
당시 창원의 시민사회 각계 인사들은 “태어난 고향이라고, 이 지역 학교 출신이라고, 한 평생 타지에 살았더라도 선거 때 찾아와서 출마하고 혹 후보가 되면 당선까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을 지적하면서 “고향을 떠난 후에 지역 발전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관료와 정치인들이 갑자기 나타나 고향을 책임지겠다고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지역을 지키며 살아온 고향 사람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크게 반발하였습니다.
이들은 선거법에 규정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그리고 지역 균형발전이라고 하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려면 오랜 시간 지역에 뿌리내리고 활동하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후보자들 중에서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이 선출되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당시 시민사회 인사들은 주요 정당과 유권자들을 향해 최소 3년 이상 지역에 몸담고 지역민과 삶을 나누지 않은 예비후보의 공천 금지를 요구하였고, 후보에게는 지역 복귀 3년 미만이면 다음 선거에 출마할 것을 권유하였으며, 유권자에게는 당리당략과 중앙 중심 엘리트주의 벗어나 지역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후보를 선출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하였습니다.
허성무 전 시장...흔적 지우기 몰두...성과 없이 중도 퇴진
그러다보니 당시 4명으로 압축된 국민의힘 창원시장 후보 경선과정에서도 출향 인사의 갑작스런 시장 출마 문제가 선거 이슈로 부각되었습니다만, 여러 비판과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홍남표 전 시장은 4월 23일 홍남표 전 시장이 국민의힘 창원시장 후보로 선출되었고, 6월 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대법원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을 받은 선고 결과를 살펴보면, 결국 당시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A씨에게 당선 이후에 공직을 댓가로 주겠다고 약속한 혐의 때문에 시장직을 잃게 된 것입니다. 홍 전 시장이 선거과정에서 이런 무리한 일을 하게된 것은 갑자기 고향이라고 돌아와서 시장 선거에 나섰지만, 이렇다할 지역 기반없이 선거에 출마했기 때문이라고 짐작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실제로 3년이 못되는 시정을 평가해봐도 얼키고설킨 지역 현안문제를 풀어가는데는 적임자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전임 시장이 하던 추진하던 사업이라는 이유로 국비예산이 확정된 창원박물관 건립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시켰을 뿐만 아니라 역시 국비가 확보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미 개통되었어야 하는 창원S-BRT 2단계 공사도 착공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국도비 예산지원이 확정되었던 창원시통합먹거리 지원센터 건립을 포기하여 예산을 낭비하였다는 이유로 경남도 감사위원회로부터 기관 경고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진해웅동지구 개발사업은 경남도와 엇박자를 내면서 시장 취임 전보다 더 해결이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어 놓았고, 마산해양신도시 개발사업 역시 취임 전보다 더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홍 전시장이 대법원 항소심을 앞두고 두 차례 소송기록접수 통지 송달을 회피함으로써 대법원 선고를 고의로 늦추고 있다는 언론의 지적을 받아왔고, 실제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늦어짐으로써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창원시장 재선거는 치러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우려하듯이 창원시는 부시장이 권한을 대행하게 됨으로써 산적한 현안들이 1년 이상 미뤄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을 뿐만아니라 선출되지 않은 권한대행이 얼마나 책임성 있게 시정을 주도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주 방송에서 재보궐선거로 인항 예산 낭비 문제를 지적하였는데, 장기간 시정 공백은 재선거 비용보다 더 큰 피해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홍남표 시장 사례를 거울삼아 각 정당의 공천 쇄신과 유권자의 인식 변화가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PS: 당선 무효형을 받은 홍남표 창원시장은 선거비용 보전 금액 2억 5755만 5430원을 2025년 5월 12일(월)에 성산구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반환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