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 정치

청소년이 뽑는 대통령은 누가 될까?

이윤기 2025. 12. 4.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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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5. 5. 19 방송분)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난 10일 경남도청 정문에서 경남지역 7개 YMCA 청소년 회원 30여명이 모여 청소년모의투표운동 경남본부 활동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일곱 번째를 맞이하는 청소년 모의투표운동과 청소년 참정권 운동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 모의투표 운동이 처음 시작된 것은 아직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 때 처음으로 청소년모의투표가 이루어졌는데요. 청소년들이 공개적으로 참정권을 주장하면서 “우리도 대통령을 뽑겠다”고 선언하자 언론들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고, 당시 모의투표에 약 6만 명의 청소년들이 선거인단으로 등록하였습니다. 

19대 대통령선거 이후, 우리나라에 청소년 모의투표가 자리를 잡게 된 중요한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청와대에서 개최된 당선증 전달 행사 덕분이었습니다. 대통령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였습니다만, 당시 문 전 대통령께서 청소년 모의투표 대통령 당선증을 직접 받겠다는 결정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당선 3개월 후, 전국에서 모의투표를 진행했던 청소년 대표 50명이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청와대를 방문하였는데요. 대통령의 긴급한 일정 때문에 김정숙 여사에게 당선증을 수여하고 청소년 정책 제안서도 전달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청소년이 뽑은 대통령 1호는 문재인 전, 대통령

19대 대선 이후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가 있을 때마다 청소년 모의투표운동이 이루어졌는데요.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는 도지사, 교육감 모의 선거를 진행하였구요.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때는 국회의원 모의선거.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때는 대통령 모의선거를 진행하였습니다.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는 도지사, 교육감, 기초단체장 모의선거를 진행하였구요. 작년에 치러진 2024년 국회의원선거까지 모두 여섯 차례 선거에 약 15만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하여 모의투표를 진행하였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김경수 도지사와 박종훈 교육감이 청소년이 뽑은 도지사와 청소년이 뽑은 교육감으로 당선되었고, 2022년 지방선거 때는 박완수 도지사와 박종훈 교육감이 청소년이 뽑은 도지사와 청소년이 뽑은 교육감으로 당선되었습니다. 당선된 도지사와 교육감들께서는 모두 인수위 사무실과 교육청으로 청소년 대표들을 초청하여 직접 당선증을 받고, 청소년 대표들과 간담회를 통해 청소년 정책제안을 청취하였습니다.

한편, 2022년 지방선거 때는 실제 선거에서 낙선한 허성무 전 창원시장에게 ‘청소년이 뽑은 창원시장’ 당선증을 전달하는 일이 난처한 상황이 벌어졌는데요. YMCA 청소년대표들이 조심스럽게 당선증을 받으시겠냐고 연락을 드렸는데, 낙선으로 곧 시장직을 물러나야 하는 허성무 전 시장이 흔쾌히 청소년 대표들을 시청으로 초청하여 당선증을 직접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허성무 전 시장은 “창원 청소년들이 창원시장으로 뽑아주었는데, 실제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해 여러분들을 실망시킨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 오히려 청소년들을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선거에 낙선하고 청소년이 뽑은 시장으로 선출된 허성무

코로나-19 펜데믹을 겪으면서 청소년 모의투표 운동이 많이 위축되었는데요. 작년에 치러진 총선 때는 마산합포구에서 최형두 후보와 이옥선 후보가 각각 청소년 대표들이 주최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하였으며, 청소년이 뽑은 마산합포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최형두 후보는 당선증을 전달받고, 제안된 정책들을 국정과 시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드린 이런 사례들을 보면, 청소년모의투표운동은 단순한 선거체험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실 수 있을텐데요. 청소년 모의투표운동은 청소년의 주권의식을 표현하고 실천하는 활동이며, 살아 있는 민주시민교육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런 경험과 활동을 통해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해나가는 청소년 시민운동의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12.3 내란과 대통령 탄핵으로 치뤄지는 이번 청소년 모의투표는 단순히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인기투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이 정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선거에 관한 관심을 높이며, 민주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정치적 효능감을 체험하는 민주주의 훈련의 장이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엄에서부터 탄핵까지 응원봉을 든 청소년들이 전국의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만 18세부터 투표권을 갖게 된 것은 불과 5년 전입니다. 87년 개헌 당시 여야 정치권이 18세 투표권과 20세 투표권을 주장하다 명분없는 타협안으로 19세 투표권이 합의되었고, 30여년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만 18세가 되면 민법상 성인이 되어 술과 담배를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고, 심지어 혼인신고도 할 수 있는데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청소년 참정권 확대 운동이 시작된 지 20년 만에 선거 연령을 1살 낮출 수 있었는데요. 선거법을 개정하여 2020년부터 21대 총선부터 18세 투표가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2019년부터 시작된 청소년 모의 투표와 지속적인 참정권 확대 운동 때문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18세 투표권... 16세로 낮춰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3년 동안 정치, 경제, 사회 여러 분야에서 한국 사회가 후퇴하였다는 평가가 있습니다만, 청소년 정책도 매우 심각하게 후퇴하였습니다. 2023년 치러진 세계 잼버리 대회를 엉망으로 개최하여 전 세계적인 망신을 당했으며, 잼버리 대회 부실의 책임을 지고 장관이 사퇴한 이후 1년 반이 다되어가는 현재까지 장관 공석 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각종 민생예산과 복지 예산이 반토막 날 때, 청소년 예산은 전액이 삭감되었는데, 저는 그 반작용이 바로 탄핵 광장에선 청소년 시민들의 응원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투표권이 없다고 해서 결코 미숙하거나 어린 사람이 아니라 ‘청소년 시민’들의 외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1대청소년모의투표 유권자등록과 온라인 모의선거 참여는 전국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대통령 모의투표 홈페이지 http://www.18vote.or.kr로 참여할 수 있으며, 전국 약 80여 곳의 오프라인 현장 투표소를 통해서도 사전투표부터 본 투표까지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남에서는 김해 삼계동 수리공원, 장유 알로기공원, 마산 합성동, 경남대앞 월영광장, 양산 젊음의 거리, 웅상 메가마트 앞, 진주 대안동 차없는 거리, 거제 고현동 신현농협 앞, 거창군 스포츠파크 등 9개 장소에서 6월 3일 오프라인 현장 모의투표소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투표권 없는 청소년들께서 21대통령 선거 모의 투표에 적극 참여해주시기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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