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탈핵운동 40년, 대만은 탈핵국가 !

이윤기 2025. 12. 9.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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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5. 5. 26 방송분)

 

두 차례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기후환경과 관련한 후보들 간의 인식차이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데요. 최근 대만은 아시아 최초의 탈핵 국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은 탈핵에 성공한 대만 사례를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아시아에서 반핵운동을 하는 환경운동가들이 핵산업과 각국 정부의 핵 부흥정책에 맞서기 위해 연대하는 조직인 ‘반핵아시아포럼’이라는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1993년 일본 도쿄에서 처음 조직된 포럼은 32년째 지속되고 있는데요. 스물두번째를 맞이하는 올해는 일본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몽골, 베트남 등 13개국 활동가들이 모였다고 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일은 이번 반핵아시아포럼 기간 중인 5월 17일, 주최국 대만이 “가동중인 원전이 없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30년 넘게 탈핵운동을 해 온 아시아 반핵 운동가들에게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순간이었을텐데요. 수십 년간 독재정권에 맞서 온 대만 탈핵 운동이 그 둔 역사적인 에너지 대전환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대만에서 탈핵 운동이 시작된 것은 40년이 넘었습니다만,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일본후쿠시마 원전사고와 2014년 대만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핵시위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2014년은 마잉주 총통이 이끄는 국민당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해 온 친 원전 정책의 결과물로 네 번째 원자력 발전소인 룽먼 원전 가동이 시작되는 해였습니다. 

 

룽먼 원전은 1999년에 착공되어 공정률 90%를 넘기며 완공 단계였습니다만, 잦은 설계 변경과 공사지연 그리고 예산 증액과 부실시공 등으로 많은 논란이 되고 있었는데요. 대만 국민들은 원전 공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국민당 정부에 대한 불신이 누적되어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이었는데, 민주적 절차마저 지켜지지 않으면서 2014년 대규모 탈핵 시위로 폭발하였던 것입니다.

 

2014년 대규모 탈핵 시위...룽먼 원전 가동 중단

특히 2014년 3월에 시작된 해바라기 운동으로 대학생과 사회운동 세력들이 23일 동안 대만 국회인 입법원을 점거한 사건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같은 해 4월 타이베이 시청 앞에 10만명이 운집하는 대규모 탈핵 시위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당시 시위에 나선 대만 국민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교훈으로 삼아 지진과 해일의 위험높은 지역이고, 핵폐기물 처리 방안도 없는 대만은 원자력 발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특히 상업 발전을 시작하려는 룽먼 원전의 가동 중단을 요구하였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대만이 아시아 최초의 탈핵 국가가 된 것은 민주화운동과 탈핵 운동이 절묘하게 결합 되었기 때문입니다. 2014년 해바라기운동과 대규모 탈핵 시위로 시민들은 2016년 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을 당선시켰으며, 차이잉원 총리가 연임에 성공하였고, 2024년에는 같은 당의 라이칭더 총통이 당선되면서 정책 후퇴없이 탈핵 정책이 추진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대만의 탈핵 과정을 살펴보면, 2014년 대규모 탈핵 시위로 룽먼 원전은 완공 직전에 가동을 중단하였고, 2016년 차이잉원 총통과 민진당 정부는 2025년까지 탈핵을 완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면서 본격화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21년에 치러진 제4원전 가동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부결되면서 탈핵 정책이 완성 단계로 나갈 수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만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요한 국가정책을 국민이 투표로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활성화되어 있는데요.

 

대만 주요 정책은 국민 투표로 결정

 

여야가 대립하거나 국민여론이 충돌하는 중요한 국가 정책을 결정할 때 국민투료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대만에서는 총통선거 유권자의 0.01%가 모이면, 서명을 시작할 수 있구요. 유권자의 1.5%가 찬성하는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2014년 당시 국민투표 찬성 서명자수가 30만명이 넘어 국민투표가 실시되었습니다. 투표 결과 원전 재가동에 반대한다는 유권자가 52.8%, 찬성한다는 유권자가 47.1%로 제4원전 재가동은 안건은 국민투표를 통해 부결된 것입니다. 

원래 대만에는 진산, 구산, 마안산 등 총 3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이었는데, 모두 수명이 만료되어 순차적으로 폐쇄 절차가 진행되었고, 마지막 상업 발전을 하고 있던 마안산 핵발전소가 지난 5월 17일 가동을 멈추고 폐쇄되었고 원전 가동이 멈춘 나라가 된 것입니다. 

 

탈원전 운동이 시작된 2015년만 해도 천연가스 50%, 화석연료 30%, 원자력 발전 14.1%, 재생에너지 비율은 4%에 불과하였습니다만, 올해 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끌어올렸으며, 2050년에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고 합니다. 원자력 발전과 석탄화력 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 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인 TSMC를 비롯한 주요 수출 기업들은 모두 RE100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대만은 해상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 비중을 빠르게 증가시키고 있으며, 2040년에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오토바이 판매를 중단할 계획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만 활동가들은 탈핵운동의 성공은 일상 속 실천활동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엄마들의 원전감시 연대>와 같은 단체들이 생활 의제와 과학 정보를 결합해 감시활동을 지속하였고, ‘반핵상점’ 운동을 통해 비핵의 가치를 일상 소비로 연결시켰다는 것입니다. 즉, 탈핵운동이 특정 시기나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생활 속에 깊이 뿌리 내렸기 때문이며, 풀뿌리 실천 활동이 정책과 입법 과정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탈핵에 찬성하는 대만 국민들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문제를 단순한 환경 이슈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평화의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대만의 탈핵운동가들은 원전 가동을 멈추는데 성공했지만, 앞으로도 세 가지 과제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첫째는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과 지속적인 재가동 반대, 둘째는 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법제화, 셋째는 SMR(소형모듈원자로) 같은 신형 핵기술의 위험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겠다는 것입니다. 

대만 활동가들은 에너지 전환은 기술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원전 가동으로 만들어지는 사용 후 핵연료와 핵폐기물을 후손들에게 유산으로 남기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탈원전을 이루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정보의 투명한 공개, 과학에 기반한 검토 그리고 세대 간 책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시민 참여, 이 세 가지 전제 조건이 이루어질 때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시작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만 사례를 보면 탈핵, 탈원전이 결코 수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늦출 수 있거나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21대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탈핵, 탈원전, 그리고 에너지 대전환 정책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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