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 교통

창원 시내버스 파업이 길어진 이유

이윤기 2025. 12. 1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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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5. 6. 2 방송분)

 

지난 5월 28일 시작된 창원시내버스 파업이 역대 가장 긴 파업으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당초 서울, 부산, 광주, 창원이 같은 날짜에 파업을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만, 다른 지역은 모두 파업이 중단되었는데 창원에서만 장기간 파업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교통 약자인 청소년과 고령자 그리고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내버스 파업이 6일째를 이어가는 것은 창원에서는 처음 벌어지는 장기파업이고 전국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인데요. 오늘은 창원에서만 시내버스 파업이 길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창원시는 전세버스를 투입하여 대체 교통수단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파업 첫날은 기존 시내버스 운행의 42%를 대체하였으나 파업이 길어지면서 30%로 줄어들었으며, 전세버스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노선은 2시간을 기다려서 버스를 탔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몇 분을 기다리면 내가 타려는 버스가 도착하는지 알려주던 BIS 시스템도 함께 멈춰버렸기 때문에 더 큰 불편을 격고 있습니다. 

 

BIS전광판에 파업 안내 왜 안했나?

 

심지어 버스정류장마다 설치되어 있는 BIS 전광판에는 “시내버스가 파업 중이라는 안내”나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나오지 않습니다. 파업 첫날 아침에 버스가 멈춘 줄 모르고 정류장에 나왔던 많은 시민들은 BIS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더 큰 불편을 겪은 것입니다. 창원시가 버스 승강장 안에 파업을 안내하는 종이를 붙여 놓을 것이 아니라 버스를 타러 온 모든 시민이 확인하는 BIS 전광판에 파업 안내를 했다면 불편을 훨씬 더 줄여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시내버스 파업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한 안내 콜센터에 문의 전화와 불만 전화가 하루 3000건씩 쏟아진 것도 제대로 된 안내가 없었기 때문일텐데요. 시내버스 파업이 시작되기 전, 파업에 따른 수송 대책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부시장과 교통 관련 공직자들이 “불편과 혼란을 최소화시키겠다”고 답한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준비조차 소홀히 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창원시는 2021년부터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되어 서비스의 질은 높이고, 비용 지원은 더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만, 서비스가 나아지는 만큼 비용 지원도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2020년 시내버스 회사를 지원하는 재정지원금이 586억원이었지만, 2024년 지원금은 856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2021년 준공영제 도입 이후 재정지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서비스와 편리함은 지원금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서 나아지지는 않고 있으며, 대중교통 체계의 획기적 개선을 약속했던 BRT 2단계 사업도 착공 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대로 당초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 부산, 광주, 창원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5월 28일에 전국적인 동시 파업을 결의하였지만, 부산시만 8시간 40분 만에 노사합의가 이루어져 파업이 종료 되었고, 서울시는 2시간 만에 파업을 유보하고 정상 운행과 협상을 병행하고 있고, 광주시도 파업을 유보하고 협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번에 전국적인 시내버스 파업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이번 시내버스 파업이 매년 반복되던 단순 임금인상을 둘러싼 파업이 아니라 작년 12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통상임금은 쉽게 말씀드리면, 노동자가 통상적으로 일 했을 때 받는 급여를 말하는데요. 이 통상임금이 왜 중요하냐면, 연장·야간·휴일 근로 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하는 기준이 되는 임금이기 때문입니다. 

 

좀 단순화시켜서 예를 들어보면 기본급으로 2,500,000원을 받고 상여금으로 500,000원, 식대 200,000원을 받는 노동자가 있다고 가정할 때, 대법원 판결 이전에는 기본급 2,500,000원이 통상임금이었지만, 이제는 상여금과 식대를 모두 합친 3,200,000만원이 통상임금이 되고, 그에 따라 연장근로 수당들이 모두 따라 인상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통상임금 적용이 쟁점이 된 것은 2013년 판례에 남아 있던 이른바 ‘고정성’ 기준을 없앤 것인데요. “몇 일 이상 일해야 지급한다”, “무사고 운전자에게만 지급한다” 등의 조건이 붙은 경우, 즉 고정적으로 지급되지 않는 상여금도 모두 통상임금로 적용함으로써 실질적인 임금인상 요인이 발생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노동조합은 대법원 판결에 따른 임금인상분을 기본급으로 모두 반영해달라는 것이고, 사용자는 전부 반영하면 회사가 버틸 수 없다면서 일부만 반영하자는 것이며, 준공영제를 하고 있으니 시가 산정하는 운송원가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창원시만 시내버스 파업이 길어진 이유

그렇다면, 유독 창원시만 시내버스 파업이 장기간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첫째 이유는 통상임금 적용 기준 확대에 따른 임금인상분을 시내버스 운송원가에 얼마나, 어떻게 반영할지를 노사와 함께 의논해야 시정의 최고 책임자가 공백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2022년 6월에 당선되어 그해 11월부터 선거법 위반 재판을 받던 홍남표 창원시장이 올해 4월 3일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당선무효과 확정되면서 권한대행체제로 전환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적극적으로 노사정 협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울, 부산, 광주 등 타 준공영제 도시에서 협상이 어떻게 타결되는지 지켜보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시장이 공석이 이런 시기에 시민이 뽑은 의회마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손태화 창원시의회 의장은 파업에 따른 입장문에서 “노사가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치른 후에 협상을 재개하기로 하고, 그때까지 파업을 멈추면 좋겠다, 파업 때문에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해선 안 될 일”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온 시민이 매일매일 불편을 겪는 시내버스 파업이 지속되고, 이를 책임있게 해결할 시장이 공석이면, 시민 직접 선출 시의회 의장이나 시의원들이 발 벗고 나서도 모자랄 판에 여야 가릴 것 없이 시의원들 모두 각 정당 대통령선거운동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노사정이 더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을 촉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만, 장기적으로는 교통공사를 설립하고 적자노선부터 공영제로 전환하는 대중교통 공공성 강화 정책이 진행되어야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기 위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것처럼, 지방정부가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시내버스를 공영제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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