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뉴욕 샌트럴파크가 마산에 생긴다면?

이윤기 2025. 12.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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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5. 6. 16 방송분)

 

지난 12일 마산인공섬 개발 민간사업자 5차 공무 우선협상대상자였던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참여 업체가 창원시를 상대로 낸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앞서 지난 5월 대통령 선거 기간에 마산YMCA 20년째 표류하고 있는 마산인공섬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였는데요. 오늘은 새로운 국면을 맞은 마산인공섬 활용 방안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마산해양신도시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불리는 인공섬 논의가 처음 시작된 지는 20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20년 전, 마산 시민들은 가포바닷가를 매립해서 새로운 부두가 만들어지는 공사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새로 만드는 가포 신항에 컨테이너 선박이 입출항을하기 위해서는 마산만으로 들어오는 수로를 준설해야 하고, 그 준설토를 먼 바다에서 처리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서항 앞바다를 매립할 계획이라는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끊임없이 매립 반대 운동을 펼쳤고, 준설토 해양투기를 주장하였습니다만 아쉽게도 마산앞바다에 인공섬이 만들어지는 걸 막아내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지속적인 매립 반대운동의 부분적인 성과로 당초 34만평으로 계획되었던 매립 면적을 19만평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핵심을 요약해보면, 마산만 인공섬은 산업용지나 주택용지가 부족해서 바다를 매립한 것이 아니라 가포신항만 운영을 위해 항로를 준설하였고, 그 준설토를 처리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바다를 매립하여 인공섬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마산만 인공섬, 건물 지으면 반드시 실패한다

그런데, 2005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2013년에 완공되어 개장한 가포신항은 적자운영의 늪에 빠졌습니다. 당초 해양수산부 계획대로라면 매년 컨테이터 53만개를 처리해야 하는데, 실제 2015년 마산항 물동량은 컨테이너 1만 3200여개에 불과하였습니다. 해양수산부 예측치의 1.9~2.2%에 그친 것입니다. 결국 항만은 항만대로 적자운영이 지속되었고, 민간사업자 수익보전을 위해 협약까지 변경해줬습니다.

한편, 가포신항 때문에 매립이 시작된 마산만 인공섬도 2014년 무렵 매립이 마무리 되면서 매립공사에 투자된 4000여억원의 공사비를 갚기 위해 약 1/3에 해당되는 부지에 대한 민간 개발을 추진하였습니다. 다만, 민간사업자에게 땅을 매각하면서 마구잡이 난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계발 계획을 사전에 협의하여 조건에 맞는 사업자에게 땅을 팔겠다는 것인데요. 

 

2015년부터 민간 개발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가 진행되었습니다만, 지금까지 사업자 선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2015년 1차, 2017년 2차, 2018년 3차 사업자 공모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사업자 선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시민단체와 창원지역 재건축, 재개발 조합들은 인공섬에 고층 아파트와 같은 주거용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지속적으로 반대하였던 것도 중요한 원인이었습니다. 

2020년에 다시 민간사업자 4차 공모가 시작되었지만, 2021년 기준점수 미달로 탈락하였고, 곧이어 5차 공모가 진행되어 10월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앞서 말씀 드린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선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였고, 2024년 3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이 취소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4차 민간사업자와 5차 민간사업자가 모두 소송을 제기하면서 창원시가 진퇴양난의 상황이 되었는데요. 4차 민간사업자 공모심사에 잘못이 있으니 재심사를 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앞서 말씀 드린대로 창원시가 5차 민간사업자와의 소송에서 승소하였다는 것인데요. 아마도 창원시는 4차 공모에서 탈락했던 GS컨소시엄을 대상으로 공모 재심사를 진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샌트럴파크에는 야구장, 마산에는 해양공원과 파크골프장


한편, 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마산YMCA와 창원물생명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토론회와 기자회견을 통해 마산만에 조성된 인공섬에 더이상 아파트와 상가를 짓지 말자는 주장을 하고 나섰습니다. 왜냐하면 민간사업자를 통한 개발은 성공해도 문제고, 실패하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건축과 도시계획 전문가인 허정도 전 경상남도 총괄건축가는 “인공섬의 1/3을 민간사업자에게 매각하여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기존 마산의 합성동, 창동, 월영동 원도심 상권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고, 곳곳에 진행중인 재건축, 재개발 사업들은 분양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하였습니다. 아울러 만약 실패하면 1300억원을 투입하고도 10년째 표류하고 있는 창원SM타운(지금은 창원문화복합타운으로 이름이 바뀐)보다 몇 십배 더 큰 애물단지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5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포신항 때문에 마산만 인공섬을 매립하였기 때문에 정부와 해양수산부가 정책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할 뿐만 아니라 인공섬 조성 공사비도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아울러 국민의힘 경남도당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을 방문하여 대통령선거 출마자들이 마산만 인공섬 조성 공사비를 중앙 정부가 책임질 것으로 공약으로 채택해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당초 민간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할 공사비가 4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만, 지난 10여년 간 창원시가 꾸준히 공사비를 지급하여 현재는 1000억원 미만의 공사비만 남았다는 새로운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마산YMCA와 창원물생명시민연대는 마산인공섬에 아파트와 빌딩을 짓지 말고, 해양자연공원과 같은 공공용지로 개발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창원시와 창원시의회 그리고 시민들이 힘을 합쳐 이재명 정부를 설득하여 1000억원 정도 남은 공사비를 중앙 정부가 부담하게 된다면 훨씬 수월하게 공공용지로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런 기대를 높일 수 있는 것은 지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후보시절인 지난 2017년 5월 3일 마산 오동동문화광장에서 유세하면서 “가포신항과 해양신도시 난개발 문제에 대해 정부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약속 했던던 것을 이재명 정부가 지키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난 대선과정에서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8차 회의에서도 “지난 20년 간 시민혈세만 나갔던 골칫거리 마산해양신도시는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산만 인공섬이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과 315해양누리공원과 연결되는 국내 최대규모 해양공원으로 조성되고, 국립현대미술관 창원 분관을 비롯한 공공 시설로 채워진다면 뉴욕 센트럴 파크나 런던 하이드파크, 밴쿠버의 해양공원인 스탠리 파크와 같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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