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 교통

준공영제 20년, 승객 줄어도 요금은 올라

이윤기 2026. 1. 20.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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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5. 11. 3 방송분)

 

지난 10월 28일(화) 오전 10시,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대중교통 안정화와 버스준공영제 개선방안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오늘은 이번 토론회에서 쟁점이 되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시내버스 준공영제 개선방안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시내버스가 처음 운행을 시작한 일제 식민치하였던 1920년으로 거슬로 올라갑니다. 정부가 가난했기 때문에 시내버스는 다른 민간기업처럼 민간이 운영하였습니다. 1960년대 후반 산업화가 시작되고 도시로 유입되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시내버스는 꼭 필요한 교통수단이 되었고, 콩나물시루처럼 승객을 가득 채운 버스가 운행되던 시절에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었습니다. 

 

매일 저녁 현금이 쏟아져 들어오는 알짜 중의 알짜 사업이었지요. 하지만,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하철을 비롯한 도시철도가 도입되고 중소도시에서는 지속적으로 승용차 보급이 증가하면서 시내버스는 점점 더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결국 80년 넘게 막대한 수익을 누리던 버스회사 경영이 어려워졌고, 버스 회사들은 승객이 적은 비수익 노선이나 벽지 노선은 운행을 기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익성이 낮은 지역에도 안정적으로 교통서비스를 제공하여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하는 지방정부와 구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었지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바로 준공영제인데요. 2004년 서울시에서 처음 시작되어 21년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서울시에 이어 2005년 대전광역시, 2006년 대구와 광주광역시, 2007년 부산광역시, 2009년 인천광역시가 도입하였으며, 2017년 제주특별자치도에 이어 2021년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는 최초로 창원시가 도입하였습니다. 이후 강원도 춘천시와 경기도가 2023년과 2024년도에 각각 도입하였습니다. 

준공영제 20년 평가 민간회사만 배불린다

과거에도 비수익노선에 대한 적자를 보전하는 소극적인 지원이 있었지만, 지방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이 바로 준공영제입니다. 버스노선 결정과 운송 수입금 관리는 지방자치단체가 하고, 버스 운행은 민간업체가 담당하게 되는데 이렇게 지방정부와 민간회사가 역할을 나눠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체계를 ‘준공영제’라고 하는 것이지요. 

앞서 말씀드린 토론회는 2004년 이후 서울시를 중심으로 각 지방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준공영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였는데요. <버스준공영제의 성과와 과제>, <준공영제 지역별 표준운송원가 및 재정지원금 분석>을 주제로 발제하고, 다양한 교통관련 전문가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토론자로 참여하였습니다. 

발제 토론자들의 공통된 의견을 준공영제의 장점과 단점으로 나누어 설명드릴 수 있겠는데요. 우선 장점을 살펴보면,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나서 시내버스 회사의 재정이 안정되고,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과거보다 시내버스 기사들의 처우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울러 처우개선과 함께 배차간격을 비롯한 운행조건이 개선되면서 시내버스 서비스질도 지속적으로 향상되었다는 평가도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또한 수익성이 낮은 노선에도 안정적인 버스 운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고, 준공영제를 통해 운송원가를 보전함으로써 시내버스 업체간의 과도한 출혈 경쟁을 줄이고 시내버스 노선개편이나 환승시스템 도입과 같은 대중교통 체제 개편이나 서비스 개선도 더 용이해졌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단점은 바로 비효율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준공영제하에서 지방자치단체는 버스회사의 운영 손실을 고스란히 보전하기 때문에 회사는 비용절감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으며, 느슨한 관리 감독으로 인해 임원 임금 부풀리기, 가공 인건비와 같은 구조적인 비리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지자체에서는 예외없이 재정지원금이 폭증하고 있는데요. 

 

승객 줄어들어도 요금은 오르는 시내버스, 수요 공급 법칙 어긋나


서울시의 경우 2018년 5402억원이었던 재정지원금이 2023년에는 8114억원으로 급증하였으며, 부산시의 경우도 2018년 1134억이었던 재정지원금이 2022년 3056억원으로 증가하였는데요. 서울시는 연평균 10.7%, 부산시는 연평균 28.1%가가 증가한 것입니다. 대구, 인천, 광주, 대전도 대부분 20% 내외로 재정지원금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우리 창원시의 경우도 준공영제 시행 이전인 2020년 586억원이었던 재정지원금이 2021년에는 640억원으로 증가하였고, 2024년에는 864억원까지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모든 광역지자체의 시내버스 운송수익금은 연평균 3.6~6.9%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시내버스 승객이 줄어들어 운송수익금이 줄어드는 만큼 재정지원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인데요. 결국 준공영제 시행 이후에 지자체가 모든 적자를 부담하는 반면에 운송업체는 시내버스 승객이 줄어들어도 더 이상 손실을 보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지하철, 철도, 비행기 등 대부분의 대중교통이 승객 감소로 큰 적자가 발생하였지만,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인한 재정지원금으로 손실을 메꿀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운송업체의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2019년부터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 대전, 제주 지역에서는 사모펀드가 시내버스 회사를 인수하였고, 경기도 수원시의 경우 특정 사모펀드가 전체 노선버스의 87%를 인수하여 독과점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공공성과 공익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시내버스 사업이 단기간 고수익을 목표로하는 사모펀드에 넘어가면서 서비스는 눈에 띄게 저하되고 인력감축 등 과도한 이윤추구로 인한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서울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서울시가 사자>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요. 연간 8천억이 넘는 재정지원금을 쏟아붓고 있는 버스회사를 사모펀드로부터 서울시가 매입하여 공공성을 높이자는 시민운동인데요. 2025년말 사모펀드가 매각 예정인 시내버스회사를 또 다른 사모펀드나 민간 자본이 인수하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서울시가 인수해서 지하철처럼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로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시민운동입니다. 

우리 창원시도 매년 시민세금으로 지원하는 재정지원금이 눈덩이처럼 증가하는데도, 소비자가 부담하는 버스요금도 2~3년마다 어김없이 인상되고, 근로 조건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 역시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저는 준공영제의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울의 <서울시가 사자>운동을 벌이는 것처럼 창원시도 만성 적자노선부터 인수하여 공영제로 도입을 시작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건을 살 사람이 줄어들어도 물건값이 오르는 이상한 구조, 수요공급의 법칙이 작용하지 않는 것이 바로 시내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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