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26만장, 재생에너지로 돌릴 수 있나?
|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5. 11. 10 방송분) |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서른세 번째 APEC 정상회담이 경주에서 개최되었는데요. AEPC 기간을 전후하여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마무리하고,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공식화하였으며, 특히 국내 AI산업을 이끌어가게 될 엔비디아 GPU 26만장 공급에 전국민이 환호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환경운동가의 입장에서 GPU 26만장 공급이 과연 환호만 해도 되는 일인지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경주 APEC 기간인 10월 31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한국 정부와 기업에 AI(인공지능)개발에 필수적인 장비인 GPU 26만개를 우선 공급한다고 밝혔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삼성전자, SK그룹에 각 5만장, 네이버 6만장을 합쳐서 GPU 총 26만장을 공급한다는 것인데요. 엔비디아의 GPU 공급에 온 나라가 환호하는 것은 국내 산업 생태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것입니다.
현재 국내에 있는 엔비디아 GPU를 모두 합쳐야 4만 5000개에 불과한데, 5배가 넘는 양을 한국에 우선 공급하겠다는 것이니 엄청난 사건인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엔비디아 최신 GPU인 블랙웰B200이 개당 3~4만 달러임을 감안하면, 엔비디아는 최소 80~100억 달러어치, 한화로 14조 8000억원(약15조원)의 GPU를 한국에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막대한 돈을 들여 엔비디아 GPU를 살 수 있게 된 일을 두고, 온 나라가 기대에 부푼 것은 전 세계 GPU 시장을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말도안될 만큼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AI 생태계로 전환하려는 모든 글로벌 기업들도 엔비디아 GPU를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니,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GPU를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것이지요.

AI 전환과 재생에너지 대전환 함께 해야
하물며 이재명 대통령도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일 년이 뒤처졌지만, AI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는 말로 새로운 기술과 산업 대전환을 강조하였습니다. 정부는 이번 GPU 협력으로 한국의 AI 개발과 제조업의 AI 전환(AX)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로봇·자율주행 등 생산을 위한 설계부터 제조까지 전 과정에 AI를 접목시키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GPU 생산에 꼭 필요한 HBM(고대역폭 메모리)를 납품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GPU 공급이 엔비디아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들과 윈-윈하는 구조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고, 국내 주식시장에도 그런 전망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2022년말 OpenAI가 출시한 ChatGPT4가 등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GPU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장비였습니다. 자신의 데스크탑 컴퓨터에 GPU카드가 들어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시는 분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컴퓨터 그래픽처리 장치인 GPU는 게임마니아나 영상편집, 디자인 같은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나 꼭 필요한 컴퓨터 부품이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여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컴퓨터에 GPU가 최적 장비로 사용되면서 전 세계 기술기업과 정부들이 GPU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장밋빛 전망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세계 환경운동가들의 걱정입니다. 올해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글로벌 AI 빅테크기업 상위 10개 기업에 대한 탈탄소 진척도를 평가하였는데, AI 칩 설계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80% 이상이 공급망(생산공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좀 더 단순화 시켜서 표현해보면, 엔비디아 GPU 생산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80%이상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공급망에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엔비디아의 탄소배출량은 배출량은 2023년 351만 메트릭톤(CO₂e)에서 2025년 691만 메트릭톤(CO₂e)으로 2년 사이 거의 두 배 급증하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 대부분이 자사의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하여는 ‘나몰 나라’하고 있다는 것이 그린피스의 지적입니다.

엔비디아, 한국 신재생에너지에도 투자해야 한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흔히 알고 있는 데이터센터에서만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와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생산과정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AMD·엔비디아·퀄컴·브로드컴과 같은 AI 칩 설계 기업의 2024년 기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80% 이상이 공급망에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적 GPU 수요를 감안하여 향후 AI칩 제조 전력수요 예측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2023년 대비 약 170배의 전력 공급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을 제외한 메타, AMD, 아마존, 인텔 퀄컴, 브로드컴, 그리고 엔비디아는 모두 공급망 탄소 감축 노력에서 낙제점인 F등급을 받았습니다.
최종 소비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4% 미만인 우리나라의 경우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을 위해서도 막대한 탄소배출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이번에 엔비디아가 약속한 26만장의 GPU를 국내에서 가동하기 위해서 또 다시 막대한 탄소배출을 해야합니다.
전문가들은 26만장의 GPU는 데이터센터 4개 정도를 가동하게 되는 양인데, 인구 20만 신도시 두 곳이 1년간 사용하는 전력양과 비슷한 정도이며 데이터센터 뿐만 아니리 전력 공급 인프라를 구축하는데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것이며 이는 모두 추가적인 탄소배출 증가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아무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일본에서 누적 500MW 규모의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 개발에 직접 투자했고, 2018년 중국 ‘청정에너지 펀드’ 조성에도 참여하여 1GW 이상의 신규 재생에너지 생산에 기여 하였으며, 올해부터 2단계 투자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구글 역시 2024년 대만에 1GW급 대규모 태양광 개발 투자를 하였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엔비디아와 같은 AI빅테크 기업은 한국에서 반도체 칩을 구매하고, GPU를 공급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공동투자를 함께해야 공정한 거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며 서로 윈윈하는 동반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