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경남에 못짓는 이유?
|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6. 1. 5 방송분)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범 국가적 AI 대전환을 추진중이며, 이를 위해 AI 기본법 시행, 데이터 인프라 확충(GPU 확보), '소버린 AI' 개발, AI 인재 양성, 로봇·제조·반도체 등 산업 융합 을 통해 AI 기반 경제 및 사회 대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제조업, 국방, 문화 등 전 분야에 AI를 확산하고 이른바 AI 3대 강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이를 뒷 받침침 하는 주요 국책 사업 중 하나가 용인반도체 산업단지 건설입니다. 오늘은 용인반도체 산업단지 이전 논란과 왜 부울경 지역은 그 논란에서 소외되어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는 2023년 3월 윤석렬 정부에서 정부 주도의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되었고, 2027년 3월부터 2031년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사업을 완공한다는 계획입니다. 2023년 3월 후보지 선정 이후 그해 6월 삼성전자와 입주 협약을 체결하였으며, 7월에는 SK 하이닉스 중심으로 국가첨단 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이 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480조 원을 투자해 용인에 10기의 반도체 공장을 지을 계획인데, 평택 삼성단지 규모의 약 2배 이상의 초대형 생산기지로서 국내 최대규모이자 세계적인 반도체 허브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역균형 발전을 주장하는 정치인, 학자와 전문가들 그리고 기후 환경운동가들은 후보지 선정 때부터 끊임없이 용인이 부적합한 지역이라는 반대 주장을 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이전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고,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호남과 영남 등 남부에 반도체 벨트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은 반도체를 포함해 남부 지방을 인공지능, 재생에너지 등 첨단 산업의 중심으로 만들어서 지방주도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하였구요. “에너지가 풍부한 남부에 반도체 벨트부터 인공지능 실증도시와 재생에너지 집적단지까지, 첨단 산업 발전이 지역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기 많은 곳에 가야한다
이 발언은 남부에 반도체 산단을 설치해 인공지능, 재생에너지 산업과 함께 첨단 산업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것이고, 이를 뒷 받침 하려면, 남부 지방에 새로운 첨단 산업 단지를 만들거나 혹은 용인에 계획·건설 중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을 옮길 수도 있다는 해석이 쏟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사 뿐만 아니라 앞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대통령의 구상과 맞닿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의견을 내놓은바 있는데요. 지난 연말 CBS라디오에 출연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습니다.
"용인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입주하면 두 기업이 쓸 전기 총량은 원전 15개, 15기가와트(GW) 수준이라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 지금이라도 지역으로,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 되는 건 아닌지 이런 고민이 있다. 이제는 기업이 만들어지면 어쩔 수 없이 전력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전기가 많은 곳에 가서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발상을 좀 바꿔야 하는 단계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이야기 하였다는 것입니다. 용인반도체 산업단지 추진에 대한 이런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이상일 용인시장은 물론이고 출신 이언주, 이상식, 손명수, 부승찬 국회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반도체 공장 절대 이전 불가 주장을 내놓고 있고, 일부 언론에서는 K반도체 무너진다, 국가 경쟁력 자해 행위다 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경기도지사 시절과 달리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기본 토대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만, 수도권을 반대하는 여러 주장을 모아보면 용인 불가 주장의 핵심은 전기 공급과 용수 공급으로 보입니다. 즉,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말처럼 핵발전소 15개를 지어야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데, 수도권에 핵발전소를 짓지 않는다면 결국 전국에 송전선을 설치해 전기를 끌어가야 한다는 것이고, 제2, 제3의 밀양송전탑 분쟁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겁니다.
이미 광주·전남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는 나주 한전 본사 앞에서 『송·변전선로 반대 광주전남대책위』를 출범시키고 반대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뿐만아니라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수도권은 적합한 장소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재생에너지 100% 사용이라는 기준에 맞추지 못하면 2030년 이후에는 반도체를 만들어도 팔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해외사업장은 이미 RE100기준을 충족하고 있기때문에 기껏 반도체 산업단지를 만들어 놓고 해외공장만 돌려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신재생에너지 호남은 준비되어 있는데... 영남은?
용인 반도체클러스트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수도권은 전기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 물 공급도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오직 한강 수자원에만 의존해야 하는데,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이나 남북관계 경색으로 북한발 수계 차단 같은 일이 벌어지면 물이 없어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반면에 호남권은 주암댐, 섬진강댐 등 대규모 수자원 공급이 가능하고, 무엇보다도 국내 최고의 태양광·해상풍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최적의 입지라고 주장합니다. 에너지 저장장치 기술 등으로 안전성을 보완하면 수도권까지 송전탑을 세우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안전한 대안이라는 것입니다.
자 그런데 대통령은 신년사에서는 남부 지방이라고 했는데, 왜 각계 전문가들과 언론은 하나같이 호남 혹은 전남을 대안으로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왜 경남은 거론조차 안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가 전남, 광주, 전북에 집중되어 있고,경남, 경북, 부산, 대구, 울산 5개 광역시도를 합쳐도 호암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2023년 지역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비교해보면 전라남북도와 광주시를 합친 발전량을 기준으로 1만 9052MWh인데, 경남북과 부산, 울산, 대구를 다 합쳐도 1만 1177MWh로 절반에 불과합니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지난 20여 년 동안 호남의 지방 정부들은 신재생에너지를 보급을 적극권장하였고,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에 의존해온 영남의 지방 정부들은 온갖 규제를 만들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막아왔기 때문입니다. 한전에 따르면 앞으로 2030년까지 전국에 발전허가를 받은 신재생에너지의 52%가 호남에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반도체 공장부터 AI데이터 센터까지 우리 지역이 자꾸 뒤처지는 것은 세계적인 기후 환경 정책의 흐름에 뒤쳐졌기 때문입니다. 이제 경남의 지방 정부들도 한시바삐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없애고, 송전망을 확보하고, 에너지 저장장치에 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신재생에너지가 없으면 AI 대전환도, 피지컬 AI도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꼭 교훈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