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태양광 발전소 땅, 경남에는 없다?

이윤기 2026. 3. 3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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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6. 3. 2 방송분)

 

지난 12일 국회에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이른바 「신재생에너지법」과 「수소경제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수소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오늘은 신재생에너지법 통과에 따라 태양광 발전이 어떻게 활성화될 것인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활성화 되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법 개정으로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기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지방자치단체별로 우후죽순으로 되어 있던 태양광발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설비의 이격거리를 국가 차원에서 일관된 규제 기준을 마련하고, 예외사항도 정하도록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번 법 개정을 보면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이격거리 기준을 폐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문화재보호구역이나 생태·경관 보전지역 등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이격거리를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꼭 필요한 보호구역은 지켜나가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폭넓게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는 것인데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저로서는 매우 환영할 만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태양광 발전소 만들 수 있는 땅, 경남에는 없다?

그렇다면 정부와 국회는 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제한하면서까지 이 같은 법 개정을 하게 되었을까요? 그 첫 번째 이유는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과도한 이격거리 규제가 관련 산업의 발전을 막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우리 경남의 경우에는 이격 거리 규제를 받지 않는 공장 지붕이나 축사 지붕, 건물 지붕이 아니면 신규 태양광 설비 설치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퇴직이 가까워오고 있는 저도 퇴직금으로 태양광 발전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입원이 생기면 좋겠다 싶어 여러 경로로 알아봤지만, 경남에는 현실적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없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태양광 사업을 하는 어떤 회사 대표께서는 “경남에 그런 땅이 있으면 제가 먼저 투자하겠습니다” 하고 답을 하시더군요.

우리 지역이 유독 태양광 시설 투자를 하기 어려운 이유는 기초자치단체들의 과도한 규제 정책 때문입니다. 태양광 발전소를 기준으로 보면 경남 지역은 도로 이격거리와 주거 거리 두 가지 규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데요. 창원, 김해, 양산을 제외한 15개 시군은 도로 이격 거리를 최대 800~1000미터러 정해 놓아 태양광 발전 설비를 쉽게 설치할 수 없도록 해놓았는데요. 도시 지역인 창원, 김해, 양산의 경우는 도로 이격 규제는 없지만 땅값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수지 타산이 안 맞아 사실상 태양광 발전 설비를 할 수 없는 조건입니다. 

마을에서 300미터, 도로에서 800미터, 민원까지 해결해야 

 

또 다른 규제는 주거 이격 거리인데요. 경남의 대다수 시군이 조례를 통해 마을에서 300~500미터 이상 이격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마음에서 300~500미터 떨어진 곳에도 빈땅이 많이 있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시겠습니다만,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는 한전 선로가 없기 때문에 생산된 전기를 판매할 수가 없습니다. 개인이 별도로 선로를 인입하게 되면 투자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수익성이 없어 투자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거리 제한뿐만 아니라 합천군의 경우 산림 훼손 방지를 위해 평균 경사도를 15도 미만으로 하는 추가 규제가 있고, 남해군의 경우에는 해안선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설치를 금지하고 있으며, 경사도 20도 이하 규제까지 함께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의 성지로 불리는 전남의 경우는 태양광 발전소 이격거리 규제에 대한 접근 방식과 철학이 완전히 다릅니다. 전남의 경우는 태양광을 지역 차원의 생산적 경제 토대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도로 이격 거리를 대부분 폐지되어 있고, 주거지 이격거리도 정부 권고인 100미터를 대부분 수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전라남북도와 광주시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부산, 울산, 대구와 경남북을 다 합친 발전량의 2배가 넘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최적지로 전남을 꼽고 있는 것도 바로 같은 이유 때문이겠지요.

아울러 전남의 경우는 지역 소멸에 대응하고 주민들에게 기본 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으로 태양광 발전을 적극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안군의 경우 태양광 발전 이익을 주민들에게 배당하는 햇빛연금제도를 시행하여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신안군의 경우 마을에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선 곳은 연간 1인당 600만원의 햇빛연금이 지급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3인 가구의 경우 최대 816만원까지 지급된다고 합니다. 지난 2021년 이후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주민들에게 지급된 햇빛·바람 연금 누적 총액이 317억원에 이르고 신안군 인구 3만 8800명 중 45%인 1만 7455명에게 지급되었다고 합니다. 햇빛연금은 신안군의 인구 소멸 문제까지 함께 해결해주고 있다는데요. 최근 1년 동안만 해도 700명 이상 인구가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1인당 600만원, 전남 신안군은 어떻게 햇빛 연금주나?


신안군에서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외부에서 온 태양광 사업자만 수익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주민과 사업자가 개발이익을 나누도록 하는 조례를 2018년에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신안군은 바다 위에 해상풍력 발전소를 만들어 전 군민에게 바람연금을 지급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는데요. 2032년까지 5만명의 군민에게 연간 6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대규모 해상 풍력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퇴직하면 신안에 가서 살아야겠다”는 말까지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신안군 사례가 「전남형 이익공유 모델」이 성공을 거두면서 전남 영광군에도 ‘영광 햇빛연금’으로 확산되고 있고, 함평균에서도 주민참여형 발전소 건립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햇빛연금 바람연금은 소득이 줄어드는 은퇴자 뿐만아니라 피지컬 AI 시대에 대한 대비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산업현장에서는 가까운 장래에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햇빛연금, 바람연금으로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는 새로운 소득모델 성공이 인류 전체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불안을 해소하는 모범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와 국회의 규제 완화는 RE100을 위한 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 뿐만 아니라 신안군 햇빛연금 모델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정책 전환 이기도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여러 차례 신안군 모델을 언급하였고, 책임자급 담당 공무원의 발탁까지 지시하였다는 보도가 있었지요. 이제 남은 과제는 우리 경남에서도 외부 자본이나 민간 사업자가 주도하여 태양광 사업의 이익을 모두 독점하는 구조를 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개별사업자에게 사업권을 모두 내주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주도형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만들어서 주민들이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려면 결국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재생에너지 전환과 햇빛연금, 바람연금을 공약으로 내는 후보를 뽑아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남 신안군만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손으로 에너지 전환을 시작하는 지방선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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