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모의투표, 누가 가로막나?
|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6. 4. 14 방송분) |
지난 4월 4일(토) 오후 2시, 경남교육청 중앙 현관 앞에서 도내 7개 지역에서 활동하는 40여 명의 청소년YMCA 대표들이 모여 <청소년모의투표경남운동본부> 발대식을 개최하고 10만 유권자 모집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 청소년 모의투표를 다른 나라 사례와 비교해보고, 민주시민교육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 모의투표가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때부터입니다. 당시 전국에서 6만 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대통령선거 모의투표 선거인단으로 등록하였고, 86%인 51,715명이 투표에 참여하였습니다. 당시 모의 선거 당선자는 문재인 대통령이었고, 심상정 후보는 2위, 유승민 후보가 3위, 안철수 후보가 4위, 홍준표 후보가 5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에서 <청소년이 뽑은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증> 전달식도 개최하였습니다.
이후 청소년 모의투표는 전국 단위 선거가 있을 때마다 진행되었는데요.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는 45,765명이 선거인단으로 참여하습니다만, 2020년 총선 때는 청소년 선거인단이 8,214명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그 이유는 안타깝게도 2019년 선거법이 개정되어 선거연령이 19세에서 18세로 낮춰졌기 때문입니다.

선거 연령 낮춰놓고 학생은 '정치'에 관심 갖지 마라
청소년 활동가들은 2004년부터 15년 간 줄기차게 <18세 참정권 확대 운동>을 펼쳐왔고, 그 성과로 2020년 총선부터 18세 청소년들이 투표권을 갖게 되었습니다. 선거연령이 18세로 하향되면, 당연히 선거에 대한 학교와 청소년들의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까지 투표권을 갖게 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정치 참여’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역진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당시(2020. 1. 28) 중앙선관위는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교원이 선거권이 있는 18세 학생을 대상으로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 또는 발표하는 것”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하였고, “선거권이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모의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행위 양태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려 때문에 YMCA를 비롯한 청소년 단체는 공직 선거법을 지키고, 실제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하여 실제 선거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모의투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왔고, 선거법 위반으로 문제가 된 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가 이런 방침을 정하자, 전국 교육청과 일선 학교는 학내에서 청소년 모의투표 관련 활동을 전면 금지 시켰을 뿐만 아니라 외부 청소년 단체가 진행하는 청소년 모의투표에 대해서도 어떤 협조도 해주지 않게 되었습니다.

선거법 위반? 겁주는 선관위, 학교와 교육청은 뒷전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후 청소년 모의투표 선거인단 모집이 어려워졌습니다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는 8,514명에 그쳤고,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때도 1만 2898명에 불과하였으며, 계엄·탄핵 이후에 치러진 2025년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1만 7466명으로 늘어났지만 2017년이나 2018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1/5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와 달리 교육 선진국들은 대부분 실제 선거를 앞두고 진행되는 학생 모의투표를 축제처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청소년 모의투표를 교육부, 교육청, 그리고 학교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독일은 교육부가 나서 연방의회 선거 직전 모의투표를 진행하는데요.
교육청이 '연방의회 선거를 위한 주니어 선거'에 학교들이 적극 참여하기를 권장하고, 모의투표 방법은 수업시간에 온라인을 이용하거나 연방의회 선거 1주일 전 투표용지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선거안내문을 발송하고 선거 규정도 만드는 이 모의투표는 1999년부터 시작되었는데, 독일 전역에서 100만 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참여한다고 합니다.

스웨덴 모의선거 1800개 학교 참여, 캐나다 모의선거 100만 명 참여
스웨덴 청소년 모의선거는 2002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처음 실시되었습니다. ‘청소년 모의선거(School vote, Skolval)’는 중.고등 수준의 공립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데요. 스웨덴에서는 실제 선거 전에 학교 단위로에서 모의 선거를 실시하고, 학교 학생회가 주도하여 정당원을 부르거나 정당에 가입한 학생들이 학교에서 선거 유세도 벌인다고 합니다.
2006년에는 86.66%가 참여하였으며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는 1800여개 학교가 참여하였으며, 스웨덴 정부는 2018년 총선거와 2019년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청소년 모의선거(교육, 토론, 투표)를 위하여 약 500만 스웨덴 크로나(한화 약 6억 2000만원)를 지원하였다고 합니다.
캐나다에는 ‘스튜던트 보트(Student Vote)라는 학생 선거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2003년 10월 온타리오주에서 시작되었고, 2006년 연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학생선거에는 2,500학교 46만8천 명이 참가하였고, 2015년 10월 캐나다 연방선거를 앞둔 청소년 모의선거는 6,662개 학교에서 진행되었고, 99만 2000명이 참가하였다고 합니다. 청소년에게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는 정부 인가 민간단체‘CIVIX'에서 주관하여 실제 선거일을 1주 정도 앞둔 시기에’ 전국 학생 투표 주간(National Student Vote Week)'을 지정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가나가와현 교육위원회도 이미 2010년부터 참의원선거의 모의투표를 모든 현립 고등학교에서 시행하고 있고, 시행 첫해 144개교 학생 3만 1200명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투표 전에 각 정당의 공약이나 정책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 학생들의 정치의식도 높아졌다고 합니다.
1968년 시작된 미국 초등학교 모의투표
미국에서는 대선 때마다 초등학교 모의투표가 CBS 등 유명 언론에도 등장하는데요. 1968년부터 시작된 벤저민 프랭클린 초등학교의 모의투표는 이후 모든 대통령 선거를 당선자를 맞추고 있어 ‘대선 족집게’로 화젯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17살 이상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주는 코스타리카도 국가기관이 직접 12살 이상의 청소년들에게 모의 투표 참가 자격을 준다고 합니다.
이들 나라들의 공통점은 우리나라 선과위처럼 청소년 모의투표가 실제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불법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이구요. 또 다른 공통점은 정부나 지방정부가 주도하여 모의투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 여러나라들이 이렇게 국가 예산을 들여 ‘모의선거’를 진행하는 것은 가장 적은 예산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시민교육이면서 정치의식과 시민의식을 높이는 교육 현장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지역에서도 고등학교 3학년인 청소년이 지역구 시의원 선거에 출마하여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청소년들의 참정권을 가로막는 낡은 선거법을 하루 빨리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