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 정치

지방선거, 묻지마 공천 왜 반복되나?

이윤기 2026. 6. 17.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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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6. 6. 16 방송분)

 

6.3 지방선거가 끝나고 2주가 지났습니다. 당선의 기쁨을 누리던 지지자들도 낙선으로 마음 아파하던 지지자들도 조금씩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을 것 같은데요. 저도 오늘까지만 6.3 지방선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한 번 더 가져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1948년 제헌헌법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최초의 지방선거는 1952년에 실시되었습니다. 하지만 5.16 군사정변으로 지방자치는 중단되었고, 1987년 6월 항쟁으로 개헌이 이루어지면서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였습니다. 1991년부터 다시 지방선거가 치러졌으며, 현재와 같은 전국동시지방선거는 1995년부터 시작되었는습니다. 그때부터 지난 35년 동안 끊임없이 중앙으로부터 지방으로의 권한과 예산 이양을 요구해왔자민, 이번 지방선거 과정을 보면 아직도 중앙집권식 지방정치 통제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대부분 정당에서 광역단체장 공천권은 중앙당이 행사하였습니다. 과거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가지고 시, 도의원을 줄세우기 한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만, 최근에는  당내 경선을 통해 결정하는 경우가 과거보다 많아지기는 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러 지역에서 중앙당에 의해 후보가 결정되는 이른바 전략 공천이 이루어졌습니다.

 

지방선거 공천 기준, 왜 중앙당이 다 정하나?

 

당내 경선을 거치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이기는 하지만, 여론조사 반영 비율이나, 컷오프 같은 중요한 공천 기준을 모두 중앙당이 결정하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문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정당 당원들도 이런 중앙집권적 구조를 별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당의 강력한 중앙집권적인 구조는 광역단체장 공천권을 중앙당이 행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국의 기초 자치단체장과 광역, 기초의원 공천 기준도 모두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하고, 경남도당과 같은 지역 단위에서는 중앙당에서 정해놓은 공천 기준을 바꿀 수 없으며 그 기준에 따라 심사만 하게 됩니다. 

 

예컨대 범죄 경력이 있거나 음주 운전 이력이 있어도 중앙당에서 정해놓은 정량적 공천 기준을 벗어나지 않으면, 지역에서 공천 배제시키거나 탈락시킬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경남도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정성 평가를 통해 중앙당 공천 기준을 벗어나서 후보자를 공천 탈락시켜도 당사자가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하면 결국 공천을 받게 됩니다. 

지방자치를 시작하고 35년이 지났어도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우리나라 정당 구조가 중앙집중식으로 되어 있는 탓도 있지만,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 그리고 광역 및 기초의원 선거가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긴 병폐이기도 합니다. 각 정당은 광역단체장, 즉 도지사 선거와 시장 혹은 군수 선거를 유리하게 치르기 위해서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공천을 최대한 늘이려고 하는데요. 기초의원, 광역의원 출마자가 늘어나는 만큼 선거운동원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지방선거 묻지마 공천 왜 반복되나?

 

그러다보니 경남 서부권에서 지지가 낮은 더불어민주당도 기초의원 1-나까지 최대한 공천하려고 하고, 동부권에서 지지가 낮은 국민의힘도 기초의원 1-나는 물론이고, 일부 3인 선거구에서는 1-다 까지 공천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모두 일단 공천을 많이하는 것이 단체장 선거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출마를 많이 시키는 것이 유리한 구조이니, 지역에 따라서는 선거에 임박하여 당적을 바꾸어도, 함량 미달이라도, 당선 가능성이 없더라도 일단 출마시키고 보는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실제 공천 과정과 선거 과정에서도 기초의원, 광역의원 후보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중 하나가 바로 ‘선당후사’입니다. 당을 우선한다는 것이 원래 뜻이지만, 지방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선거가 우선이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즉 기초의원 출마자는 자기 선거도 중요하지만 광역, 기초단체장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지방선거가 이런 방식으로 치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만,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바꾸어야 할 때도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는 집행기관과 견제 기관으로 나뉘어진 기관 대립형이라고 하는데, 동시 선거를 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집행 권력과 견제 권력을 한꺼 번에 뽑아야 하는 상황이고, 이른바 묻지마 줄투표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만약 집행 권한을 가진 단체장 선거와 견제 권한을 가진 광역, 기초의원을 따로 뽑는다면 이른바 줄투표로 당락이 결정되는 일도 줄어들 것이며, 인물과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단체장과 의원 선거를 따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당 권력의 지방분권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방자치가 발전하는 만큼 지방으로, 주민에게로 권한을 이양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행정구역을 합칠테니, 광역연합을 할테니 권한을 더 달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은 지역 균형 발전이 아니면 국가 성장 동력마저 잃게 될 것이라는 강조하고 있지만, 중앙 정당의 권한을 지역 정당이나 당원에게 돌려주려는 논의는 시작조차 안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인 1표제 다음은 지방선거 지역당 권한 강화 !


이른바 지방자치 선진국이라고 하는 독일이나 일본, 스위스 같은 나라는 우리와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독일은 중앙당이 하부 조직을 통제하는 중앙집권적 구조 대신, 각 주 정당이 독자적인 공천권과 재정권을 갖는 연방분권형 정당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독일은 연방당과 주당이 법적으로 독립된 조직이라고 합니다. 

 

중앙당 지도부가 주정당의 당무나 후보자 공천에 개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의회 및 연방하원 지역구 후보자 공천은 전적으로 해당 지역의 주당 또는 지구당 당원총회나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다고 합니다. 심지어 국고보조금과 당비도 중앙당을 거치지 않고 각 주당이 직접 수령 관리하기 때문에 재정적 존속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독일의 경우 중앙당이 지방당의 연합체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앙집권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정당과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자유민주당, 입헌민주당, 공명당 등의 중앙 정당이 있지만, 지방자치 단체 선거에는 중앙 정당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다양한 지역정당이 자리잡고 있으며, 단체장과 의원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지역정당이 지방선거에 뛰어들었고, 1990년대에는 도쿄 생활자 네트워크나 가나가와 네트워크 같은 지역정당이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으며, 2000년대 후반부터 중앙집권체제와 도쿄일극집중에 반발하면서 지역정당이 더 주목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대통령 지지율이 지방선거 후보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중앙정치의 대결구도가 그대로 지방으로 재구조화되는 것도 결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분권형 정당제도의 도입과 함께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경남민주당, 창원의힘, 마산의미래 같은 지역정당을 창당하여 선거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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