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기초의원 94%, 민주, 국힘 독식
|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6. 6. 9 방송분) |
시민과 도민을 대신하여 지방정부의 살림을 책임지는 지역 일꾼을 뽑는 6.3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선거 결과를 놓고 다양한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고,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고 있지 않습니다. 지방선거가 끝난지 1주일이 지났습니다만, 시민들의 관심은 월드컵과 주식 시장 같은 새로운 이슈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데요. 오늘은 새로운 이슈에 밀려나기 전에 선거제도 개혁 방안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선거 기간 동안, 후보자들이 여러 가지 좋은 공약을 내놨습니다만, 이번 선거에서도 당락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변수 중 하나는 후보 단일화였습니다. 단체장 선거의 경우 선거 막판까지 후보 단일화가 진행되었고, 실제 선거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아울러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의 경우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가장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략 지방선거 1년 전부터 이른바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다양한 방식으로 단일화 논의를 진행하였고, 최종적으로 4명의 후보자가 경쟁을 벌였습니다.

단일화 그만하고 결선 투표 도입해야...
문제는 이런 단일화가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나쁜 선거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 전에 여론에 따라 선두권에 있는 후보가 아니면, 사실상 사퇴 요구와 다름없는 단일화 압박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3지대나 소수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단일화 압박 속에서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 혹은 가장 나은 후보 대신에, 이른바 사표 방지를 위해 거대 양당 혹은 거대 양대 세력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선택권 왜곡이 발생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소수 의견을 반영하는 정치적 토대를 단일화가 흡수해 버림으로써,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거대 정당(혹은 세력) 중심의 진영 대결구도를 고착화시키게 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여러 정치 선진국에서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있고, 정치학계에서도 인위적이고 야합적인 후보 단일화를 막기 위한 제도적 대안으로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결선투표제는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 1, 2위 후보자를 대상으로 다시 한번 선거를 치루는 방식입니다. 이미 각 정당의 당내 선거에서는 결선투표제가 시행되고 있는데요.
선거 전부터 이념과 정책이 다른 정당이나 후보들이 단일화에 목을 맬 필요가 없고, 유권자들도 1차 투표에서는 소신껏 투표하고, 2차 투표에서는 1차 투표 결과를 놓고 1차 투표에서 낙선한 후보들과 진행되는 정책 합의나 공동정부 구성 가능성 등을 지켜보면서 최종 후보를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결선투표제가 없는 현재의 단판제 선거에서는 30~40%의 득표만으로 당선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해질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도 내가 뽑은 후보가 당선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에서 벗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단일화의 결과는 승자독식으로 이루어지지만, 결선투표제는 후보자간 정책 합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저는 현재의 후보 단일화보다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선거구 획정 권한 국민이 행사해야...
두 번째로 고쳐야 할 것은 고질적인 문제점은 선거구 획정입니다.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는 1년전까지, 지방선거의 선거구와 의원정수는 6개월전까지 획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치러진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는 법정 기한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2016년 20대 총선은 선거 42일을 남기고 선거구 획정이 이루어졌고, 21대 총선은 선거 39일 전, 22대 총선은 선거일 41일 전에 선거구가 획정되었습니다.
기초, 광역 단체장 교육감 그리고 시, 도의원, 시군구 의원을 동시에 뽑는 동시 지방선거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2018년 7회 지방선거는 96일 전, 8회 지방선거는 42일 전, 그리고 올해 지방선거는 46일 전에 각각 의원 정수와 선거구 획정이 이루어졌습니다.
법정 기한을 넘기고도 차일피일 미루자 참다못한 시민단체들이 국회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일도 있었는데요. 경남은 선거 직전에 비례대표 도의원 숫자가 6명에서 9명으로 갑자기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선거구 쪼개기를 통해 2인 선거구 늘여 거대 양당 후보의 무투표로 당선이 늘어났습니다.
법정 기한을 어기고 선거일 직전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구역을 찢고 붙이는 선거구 조정을 막으려면, 기한 내에 선거구 획정이 되지 않을 경우 직전 선거구를 자동으로 준용하도록 강제하거나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인 선거구획정위원회 안을 국회나 도의회가 수정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해야 할 것입니다.
민주, 국힘 2851석... 전체 의석 94%
한편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거대 양당의 독점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뽑는 기초의원 수는 3034명인데, 더불어민주당이 1574석, 국민의힘이 1277석을 차지하였으며, 양당 합계 의석은 2851석으로 전체의석의 94%를 거대 양당이 모두 차지하였습니다. 거대 양당의 독점 구조를 깨려면 무투표 당선이 쏟아지는 2인 선거구를 모두 없애고, 최소 3에서 5인 선거구를 적용하도록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광역의원 선거의 경우에도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3~4인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하여 승자독식 구조를 깨고 소수 정당 후보자도 당선자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 불일치를 줄이고 사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OECD국가들처럼 비례의석을 50% 수준으로 확대하고, 제대로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좋은 선진국 사례들이 있는데도, 선거제도 개혁이 매번 좌초하는 이유는 공직자를 선출하는 규칙을 국회의원들이 직접 정하기 때문입니다. 선거제도 개혁에 국민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다른 선진국처럼 추첨으로 구성하는 시민의회를 상설화한다던지,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중립적으로 구성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앞으로 2년간 선거가 없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하였지만 어떤 선거라도 시기가 임박할수록 합리적인 규칙을 정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선거가 끝난 지금 더 나은 선거제도를 만들 수 있는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결선투표제 도입부터 본격적인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