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반지하 임대, 강제로 금지하면?

이윤기 2026. 7. 16.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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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6. 7. 7 방송분)

 

지난 521일 서울 정동에 있는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환경정의라는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기후위기 시대 최소한의 집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몸으로 체감할 만큼 기후위기는 매년 심화되고 있고, 극한 기후는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기상청 통계를 봐도 지난 10여년 동안 폭염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꾸준히 우상향 하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기후변화가 일상화 되고 있는 시대에 국민 모두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최저주거기준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누군가는 고단한, 다른 누군가는 보람찬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모두가 각자 돌아가는 곳은 바로 입니다.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수록 집은 더욱 소중한 재충전소입니다. 누구나 내 집 현관문을 닫고 들어서는 순간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는 안도감을 갖게 되지요. 그런 안도감은 낡고 좁은 집에 사는 사람도 익숙한 내 공간에서 똑같이 느끼는 감정입니다.

 

태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질 때, 정부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안전한 집 안에 머물라고 당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집은 가장 안전한 공간입니다만, 어떤 사람에게 집은 야외보다 더 덥고, 비가 오면 언제 물이 차 오를지 몰라 밤을 지새우며 지켜봐야 하는 위태로운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국민모두가 누려야 하는 최저주거기준 마련이 중요한데요. 최저주거기준? 혹시 들어보셨나요?

집은 모두에게 안전한가?

 

많은 청취자 분들에게 매우 낮선 용어일텐데요. 최저주거기준이란? 국민이 쾌적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기준을 말합니다. 면적, 방 개수, 필수설비인 상하수도, 화장실, 목욕시설, 그리고 구조·환경 기준 등 4가지 지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최저주거기준은 지난 200010월에 처음 만들어졌고, 20077월주택법에 포함되었으며, 현행 최저주거기준은 2011년에 개정되어 14년째 사용하고 있고, 2015년에는 주택법에서 분리하여 주거기본법을 제정하였습니다.

 

면적 기준으로 최저 주거기준을 살펴보면, 1인 가구: 14(4.2), 2인 가구: 26(7.8), 3인 가구: 36(10.8), 4인 가구: 43(13.0)으로 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보다 좁은 집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일본의 최저 주거기준이 25인 것을 보면, 우리의 최저기준이 지나치게 낮게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방 숫자를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1인 가구는 방1+부엌, 2인가구는 방1+식사실 겸 부엌, 3인가구는 방2+부엌, 4~5인 가구는 방3+부엌, 6인가구는 방4+부엌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세대 간에 잠자는 공간을 달리한다는 원칙에 따라 정해진 최소 기준이라고 하는데요. 이와 함께 수질이 양호한 상수도나 지하수 시설을 갖추어야 하고, 전용수세식화장실과 목요시설 확보를 최저주거기준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행 최저 주거기준으로는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기후 재난이 닥칠 때마다 최소한의 안전도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이 토론회 발표자들의 주장입니다.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시설이 열악한 주거 빈곤가구는 2.0%, 면적 기준에 미달하는 주거빈곤가구는 2.8%, 그리고 방숫자 기준으로 주거 빈곤가구는 0.3%이며, 가구수 기준으로는 전체 가구의 4.6%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한 채 살아가고 있고, 인구 기준으로는 전체 인구의 4.5%가 최저 주거기준을 갖추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최저주거 기준, 당신은 안녕하신가?

 

여기에 더하여 지하·옥상에 사는 가구는 1.9%, 고시원, 쪽방, 여인숙 그리고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와 같은 주택이외 거처에서 사는 가구는 2.1%입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주거 빈곤상태에 있는 가구수는 전체가구수의 8.4%나 됩니다. 열집 중에 한집은 주거 빈곤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도 주거 환경이 가장 심각한 곳은 바로 반지하인데요. 2024년 기준으로보면 245000가구가 반지하에서 살아가고 있는데요. 매년 태풍과 폭우로 참사를 당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바로 반지하에 거주하는 분들입니다.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향후 20년간 지하주거를 없애겠다고 발표하였는데, 너무 느슨한 목표였다고 생각됩니다.

 

국가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주거 빈곤 상태에 있는 국민들은 70%가 여름에는 폭염에 겨울에는 추위로 적정온도를 유지하지 못한 채 살고 있습니다. 어느 언론에서 여름철 지붕 온도를 측정하였더니, 아파트촌은 30도였는데, 쪽방촌은 65도까지 지붕표면 온도가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들은 폭염과 함께 악취, 해충의 고통까지 삼중고를 겪는다고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적정 주거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바우처를 지원해봐야 밑빠진독에 물붓기와 다름없다고 주장합니다.

 

최저 주거 기준 높여야 한다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기위위기 시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현행 최저주거기준을 시급히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요. 가장 낮은 급여를 받는 사람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최저임금인상이 필요한 것처럼,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저주거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인데요.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고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첫째, 주택법상 주택에만 적용하지 않고 고시원과 같이 실제로 사람이 주거하는 모든 공간에 최저주기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영국, 미국을 비롯한 여러나라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답니다. 실제로 영국이나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여러 지표를 구체적으로 적용하여 최저주거기준을 정해서 강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앞서 말씀드렸던 2011년 기준으로 되어 있는 1인당 평균 주거 면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구조 성능 및 환경 기준을 양호, 적절, 적합 등 추상적인 기준으로 정해놓은 것도, 구체적 수치를 적용하여 적정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고쳐야 합니다. 특히 재난 대응을 위해서는 안전한 대피시설이나 의료기관까지의 접근 거리와 같은 새로운 기준도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강제력 있는 규정이 도입되어야 하는데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곳은 임대를 금지하고 강제 폐쇄하는 조치를 해야하며, 주거감독관제를 도입하여 비적정 주거 및 불법주택을 관리감독하는 조직도 만들어야 합니다. 환경운동가들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생수를 지급하는 등의 단기적 대책은 거대한 재난 앞의 임시방편일 뿐이라면서 임시 보조를 넘어, 주거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적극 공급하고 에너지 복지의 확대 같은 '기후 정의(Climate Justice)'에 기반한 강력한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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