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 정치

양산시의회, 주민발의조례 졸속 심의

이윤기 2026. 9. 2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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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6. 9. 22 방송분)

 

최근 양산시의회가 시민 6,324명의 서명으로 발의된 양산시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관한 조례를 본회의 표결 끝에 부결시켰습니다. 오늘은 주민발의 조례제정의 의미와 양산시의회의 졸속 심의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양산시의회는 지난 8일 열린 기획행정위원회의 조례안 심사에서는 찬성 5명, 반대 5명으로 과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되었는데요.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된 조례는 곧바로 폐기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주민발의 조례는 상임위에서 부결되어도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는 주민조례안 심사 규정에 따라 14일 본회의에서 다시 심의하였습니다. 하지만 본회의에서도 재적의원 20명 가운데 출석의원 19명이 표결에 참여하여 찬성 9명, 반대 10명으로 과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최종 부결되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 열 명이 전원 반대하고 민주당 의원 아홉 명이 찬성한 결과입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주민발의를 주도한 「민생회복지원금 주민조례제정 양산시민운동본부」는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시민운동본부는 "민생 위기 속에서 고통받는 시민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거부한 책임을 시의회는 무겁게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시민의 뜻을 외면한 조례안 부결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주민발의권을 정면으로 짓밟은 폭거이자 민생포기 선언”이라고 규탄하였습니다. 아울러 “전시행정 축소, 맨생 안정 대책 마련, 당리당략을 떠난 민생 협치” 등을 촉구하였습니다.

 

국힘 시의원, 다수결로 주민 발의 무산

민생회복지원금 주민조례 제정 운동시작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양산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 총 17개 단체가 참여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 소상공인들을 위한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조레 제정을 추진하였습니다. 이들이 민생회복지원금 조례 추진 이유로 첫째, 양산시가 경남도 18시군 가운데 고용지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고, 둘째, 도심 곳곳에 빈 점포가 늘어나고 있으며, 상가 공실률이 70%가 넘는 등 지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아울러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피해와 함께 물가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은 커지면서 특히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때문에 민생회복지원금을 요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양산시민운동본부가 결성된 작년 연말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 거제시 및 완도군, 고성군, 정선군, 안성시, 고흥군, 장흥군, 장성군, 강진군, 인제군, 순천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지원금 지급을 위한 조례제정과 예산안 통과가 활발히 이뤄지던 시기였습니다. 실제로 경남 도의 경우도 올해 상반기에 전 도민 1인당 10만원의 생활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지원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대상자 322만 명 중 80%이상에게 신속하게 지급되어 민생 안정과 지역경제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였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양산시민운동본부는 작년 11월부터 80여 일간 주민발의를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하였으며, 약 3개월 만인 2월 주민 발의 법정 최소인원인 4,000명을 훌쩍 넘긴 6324명의 서명을 받아 양산시의회에 제출하였습니다. 시민단체들이 일반적으로 시민들의 뜻을 모으는 서명을 받을 때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이름과 살고 있는 행정동 주소까지만 적는 서명을 주로 받는데, 주민발의를 위한 서명은 훨씬 더 까다롭습니다. 

 

주민발의 서명의 경우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정확히 기재해야 하고 본인 서명도 정자로 또박또박 기록되지 않으면 무효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동별로 서명부를 달리해야 하기 때문에 사는 곳이 다른 사람들이 한 서명용지에 서명할 수도 없을 만큼 까다롭습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높아지는 만큼 주민등록번호 13자리를 모두 적는 서명을 받는 일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주민발의 얼마나 어려운데...대의제도 보완해야

 

실제 서명을 받아 보면 거절하지 못해 서명을 하면서 주민등록번호나 주소를 엉터리로 적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민발의 실무를 진행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시의원의 경우 시의원들은 동료의원 5명의 서명만 받으면 조례를 발의 할 수 있지만, 일반 시민들의 조례를 발의할 때는 100배 1000배는 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가능한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주민발의 조례는 의원 발의에 비하여 100배, 1000배는 더 신중하게 심사숙고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산시민운동본부에 따르면 인구 35만5천명을 기준으로 시민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는 데 약 355억원이 필요하며, 이는 양산시 전체 예산의 1.8% 수준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들은 양산시가 국·도비 보조금 7천 49억원과 지방교부세 증가 등에 힘입어 1차 추경에서 본예산보다 세입이 804억원 늘었기 때문에 순세계잉여금 최종 정산분과 초과 세외수입, 불용 예산 등을 활용하고 시급성이 낮은 축제·행사와 경관 개선 사업을 조정하면 재원 마련이 어렵지 않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아울러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역화폐로 지급하여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체적 방안까지 제안하였습니다. 실제로 지방선거 이후 김해시가 1인당 10만원, 통영시는 35만원, 의령군이 50만원의 자체 민생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조례제정에 반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재원확보 계획이 불충분하고, 위기 판단 및 지급 기준도 모호하며 지원금 지급의 경제적 효과도 적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궁색한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주민발의를 하는 시민들이 재원확보 계획까지 촘촘히 세워야 한다면, 의원들이 급여를 받으며 일해야 할 까닭이 없는 것입니다. 주민들이 민생지원금이 필요하다고 조례를 발의하였으면, 예산을 조정하고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의원들의 몫이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재원확보 계획은 공무원과 의원들이 세워야

 

아울러 위기 판단 및 지급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은 경상남도를 비롯하여 다른 지자체들의 사례가 있기 때문에 타당한 변명이 되기 어렵고, 경제적 효과가 적다는 주장 역시 지난 경남도의회와 박완수 경남지사가 경제적 효과가 충분했다고 한 것과 전혀 다른 평가입니다. 양산시민들의 주민발의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 주민이 직접 지역 문제 해결에 참여하도록 법률로 보장한 제도입니다. 어려운 절차와 서명 과정을 거쳐 발의된 조례를 졸속으로 심의하고 배척한 것은 주민주권의 원칙을 무시하고 주민자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청원주민과의 간담회, 전문가 공청회, 주민설명회 등의 소통 절차가 충분히 이루어졌어야 하고, 조례안에 미비한 점이 있다면 심의과정에서 수정 가결하거나 대안 입법을 마련하기 위한 성의라도 보였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조차 없었던 것은 더욱 아쉽습니다. 주민의 직접 입법 시도가 의회의 벽에 막혀 이렇게 좌절되면, "지방의회가 과연 주민을 대표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생겨나며 이는 지방자치제도 전체에 대한 무용론과 불신으로 이어지게 될 것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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