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 정치

350억 민주주의전당, 해결 방안은?

이윤기 2026. 10. 27.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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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6. 10. 20 방송분)

 

작년 6월 29일 정식 개관을 예정했던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1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정식 개관을 못하고 임시 개관 상태에 머무르고 있고, 시민단체들은 97개 단체가 참가하는 대책위를 구성하여 운영 중단과 전편 개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전당 개편 방안을 모색하는 아침논단을 개최하였는데요. 오늘은 아침논단에서 발표한 최영 공동대표의 평가와 제안을 중심으로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갈등 해소 방안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대한민국 근현대 민주주의 역사는 독재 권력의 탄압에 맞서 자유와 정의를 수호하고자 했던 시민들의 자발적 헌신과 희생 위에 세워졌습니다. 마산은 1960년 4·19 혁명의 결정적 도화선이 된 3·15 의거를 비롯하여, 유신 독재 체제를 무너뜨린 1979년 부마민주항쟁, 19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에 이르기까지 국가적 대전환의 국면마다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민주주의의 성지입니다. 이러한 역사를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전하고자 총사업비 353억 원(국비 121억 원 포함)이라는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마산합포구 3·15 해양누리공원 내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전당'을 조성한 것입니다.

353억 민주주의전당 애물단지가 된 이유?

그런데 작년 6월 개관식을 앞두고 운영자문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창원시의회가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내란을 공개적으로 옹호, 동조했던 시의원들을 자문위원으로 추천하면서,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 추천 위원들이 자문위 참여를 보이콧하였고, 이어서 임시개관이 시작되자 전시콘텐츠 부실과 역사관 왜곡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갈등 해결의 중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행정안전부는 시민소통과 공론화 추진을 권고하는 것으로 한 발을 빼버렸습니다. 

 

6.3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면 갈등 해결의 단초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만, 여전히 시민대책위의 협의는 별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지난 9월 2일 노산 이은상기념사업회가 ‘마산의 빅브랜드 가고파의힘 학술토크콘서트’를 민주주의전당에서 개최하겠다고 대관을 신청하였고, 전당 측이 이를 승인하면서  논란과 갈등이 증폭되었습니다. 다행히 민주주의전당과 노산이은상기념사업회측이 행사 장소를 마산합포구청 강당으로 옮겨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한편, 아침논단 발표자로 나선 최영 대표는 오랜 염원을 모아 지역사회의 기대했던 민주주의전당의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전당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목숨 바쳐 독재에 항거한 열사들의 숨결 대신 외국 정치인들이 남긴 관념적이고 평이한 명구들만 벽면을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구요. 전국의 다른 지자체 민주주의 기념관들이 생생한 현장 사료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역사적 진실을 담아내는 것과 달리, 가장 최근에 대규모 예산을 들여 지어진 민주주의전당은 가장 미흡하고 뒤쳐져 있다는 것입니다. 드디어 제대로 민주주의 역사를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공간에 대한 기대를 안고 방문했던 시민들이 어이없는 전시 내용에 고개를 저으며 자괴감을 안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는 지적입니다. 

 

 

독재 역사 가려준 민주주의전당


최영 대표는 특히 다음의 세 가지 문제를 지적하였는데요. 첫째, 독재자(가해자)의 부재: 이승만·박정희 독재 지우기가 뚜렷하고, 둘째 민주화 운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의 부재로 저항의 역사를 탈색 시켰다는 것이며, 셋째 창원 지역 노동자 투쟁에 관한 전시가 빠짐으로서 노동운동 역사가 배제되었다고 비판하였습니다. 


예컨대 민주주의 역사의 핵심 서사를 의도적으로 삭제하고 가해자를 숨기려 한 왜곡된 전시 기획이라는 것입니다. 전당 내부 어디에서도 '이승만 독재'나 '박정희 군사독재'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독재의 원인과 독재를 무너뜨리기 위해 싸웠던 대상이 지워졌기 때문에, 시민들이 왜 거리로 나와 최루탄에 맞서며 피를 흘려야 했는지를 이야기하는 서사도 함께 공중분해 되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5·18 민주화운동을 설명하는 전시 판넬에는 백골단 사진이 들어가는 어처구니없는 무지와 무성의함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상설 전시의 핵심 길목을 채우고 있는 '바다 이야기' 테마입니다. 처절한 민주화 항쟁의 기록과 증언이 전시되어야 할 자리에 '모두의 바다', '영혼의 바다', '포용의 바다' 같은 뜬금없는 관념적 수식어로 도배되어 있다는 것인데요. 보도연맹 사건을 비롯한 민간인 학살로 수백 명이 수장된 통곡의 마산 앞바다를 민주주의전당에서 마저 '낭만의 바다', '산업화의 바다'로 둔갑시켜서는 안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아울러 전시 공간 면적의 불균형에 대한 지적도 있었는데요. 전체 실면적이 3,000평이 넘는 거대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순수 상설 전시 공간은 겨우 13.1%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대신  민주주의전당 정체성과 상관없는 키즈카페, 테마파크, 카페 같은 '복합문화공간'과 각종 공용시설이 86%나 되는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민주주의전당이 임시 개관하여 무더위 쉼터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던 것도 바로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복합문화공간 자체는 반대하지는 않지만,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최 대표의 주장이었습니다. 

 

전시면적 13.1%? 25%이상으로 확대해야

1년이 훨씬 넘도록 갈등이 지속되는 원인으로는 관료 주도의 밀실 행정과 정치적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일부 시의원들의 개입, 그리고 편향된 진영 논리를 지적하였습니다. 최 대표는 “부분적인 전시 패널 교체나 문구 몇 개 고치는 임시방편을 넘어, 전당의 구조와 내용 전체를 바르게 세우는 전면 개편”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특히 현재 13% 수준에 불과한 상설 전시 면적을 최소 25% 이상으로 대폭 확충하고, 왜곡된 역사적 사료와 기록들을 제대로 전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민주화운동 서사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이승만·박정희 독재의 실상을 명확히 밝혀야 하며, 그래야 3·15 의거와 부마민주항쟁이 왜 마산에서 일어났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민주주의전당과 관련한 갈등이 지속되고, 정식 개관이 미뤄지면 미뤄질수록 그 손해는 결국 시민의 피해로 돌아옵니다. 오랜 갈등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민주화 운동 단체와 시민사회, 역사 전문가가 중심이 되는 민간협의체를 구성하고 실질적인 기획 및 운용 권한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거버넌스 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전당을 통해 미래 세대가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와 역사적 교훈을 온몸으로 체득하는 살아있는 교육장이 될 수 있도록 민의를 반영하는 숙의과정을 통해 갈등 해결하는 한층 더 성숙한 시민 민주주의 사례를 만들어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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