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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미국연수 여행

워싱턴까지 걸어갔다면 시차적응은?

by 이윤기 2011.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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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 활동가 미국 연수, 여행 ⑧]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면 고통이 따른다

지난 3월 15일부터 27일까지 미국으로 비영리단체 활동가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미국에 도착해서 이틀, 한국에 돌아와서 사흘 정도 소위 '시차적응' 때문에 참 어려웠습니다. 

미국에 갔을 때는 아직 체력도 소진되지 않았고 연수와 여행의 기대감 때문인지 생각보다 시차적응이 수월하였습니다. 낮에 간간히 졸음이 쏟아지고 대신 새벽에 일찍 잠이 깨는 정도였습니다.  웬만큼 늦게 자도 아침에는 잠이 깨고, 오전 시간은 견딜만한데 점심을 먹고 나면 졸음이 몰려오는 정도였지요.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서 정말 많이 힘에 부치더군요. 긴 여행의 피로와 피곤이 긴장이 풀리면서 한꺼 번에 쏟아진 탓일까요?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곧바로 업무에 복귀한 탓이었지는 모르지만, 정말 사람이 '맥'을 못추겠더군요.

낮에는 그냥 잠이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멍'한 상태가 반복되더군요. 잠이 와서 견딜 수 없는 상태는 아닌데, 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멍'한 상태 말입니다.

며칠 동안은 저녁 10시를 넘기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이 쏟아지고 머리가 멍하고 몸이 착 가라앉는 증상이 반복되었기 때문이지요. 이른바 시차적응 현상이겠지요.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워싱턴까지 걸어서 갔다면? 시차적응은?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는 빠른 이동 속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미국 워싱턴까지 사람이 걸어서 이동한다면 시차적응 따위는 없겠지요. 아마 배를 타고 이동하는 속도라고 하더라도 시차적응 때문에 비행기로 이동하는 만큼 힘들지는 않았을 것 같구요.

아울러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하였는가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 등을 여행하는 경우에는 어렵지 않게 현지 시간에 적응이 되더군요. 미국의 동부의 경우 밤낮이 완전히 바뀌는 변화 때문에 몸이 더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아침 밥 먹는 시간과 저녁 밥 먹는 시간이 비슷하고, 저녁 먹고 일찍 잠 잘 준비하는 시간과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뒤 바뀐 탓이겠지요. 개인적으로는 화장실 가는 시간이 흐트러진 것이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입니다. 원래 저는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면 곧장 화장실로 갑니다. 사실 사람이 잘 먹는 것 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잘  내보내는 일이지요.

그런데, 13시간이나 차이가 나니 먹는 시간과 내 보내는 시간도 다 바뀌었습니다. 특히 24시간 마다 한 번씩 일정한 시간에 배설하는 것에 익숙한 몸이 원래 내 보내던 시간에도 내보내고, 여기 시간에 맞춰서 또 내보내고 하는군요. 지금까지는 한국 아침 시간에 한 번, 미국 아침 시간에 또 한 번 하루 두 번 씩 화장실을 갔습니다.

시차적응, 몸이 만사를 귀찮아 하는 이유?

미국에 도착한 날, 현지 가이드 분이 가급적 오후 시간에 관광을 하는 동안 많이 걷고, 저녁에도 늦게 잠을 자서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고 시차적응 잘 하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일행 대부분이 차로 이동하는 것도 힘들어하고, 호텔에 들어가서 쉬고 싶어 하더군요.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이지요. 백악관을 둘러보는 것도, 국회의사당을 둘러보는 것도, 넓은 광장을 걷는 것도 별로 내켜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차 안에서 가이드에게 설명 듣고 우루루 내려 잠깐 건물 구경하고 사진 찍고 다시 차  타고 이동하는 전형적인 사진(?) 관광 때문에 시큰둥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하루 밤을 자고나서 두 번째 날, 워싱턴 올드타운과 대성당, 링컨 기념관을 둘러 볼 때는 사람들이 훨씬 쌩쌩해졌으니 말입니다. 결국 몸이 시간에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거 저것 다 싫었던 것’ 같더군요.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인디언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인디언은 한 참을 달린 후에는 멈춰서서 영혼이 올 때를 기다린다고 하더군요. 몸이 너무 빨리 달리면 영혼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말입니다.

한 때는 바보스러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비행기를 타고 짧은 시간에 먼 거리를 와 보니 그 말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는 동안 몸과 영혼이 쫓아오지 못하여 리듬이 깨져버린다는 것을 알겠네요.

시차적응, 영혼이 몸을 쫓아 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가만히 생각해보면 시차적응이라는 것이 인간의 몸과 영혼이 적응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범위를 넘어설 만큼 빠른 이동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 것이지요.

몸이 힘들어하고, 몸이 힘들기 때문에 마음도 덩달아 힘이 든 것은 빠른 속도로 이동한 댓가라고 봐야 하구요. 자연을 거스르는 그런 댓가 치고는 이 정도면 가벼운 댓가라고 봐야겠지요.

따라서 결국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몸이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적응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 몸이 해가 뜨고 해가지는 흐름을 따라 적응하게 되겠지요.

지진과 스나미에 뒤따라오는 재앙처럼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안겨주는 일은 아니지만, 자연스런 시간의 흐름을 억지로 거스르는 것 역시 사람에게 댓가를 치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속도는 결국 자신의 두 다리로 걷는 속도라는 생각이듭니다. 혹은 그 보다 좀 더 빠른 속도라면 달리는 속도 정도, 혹은 자전거와 같은 인간 동력으로 이동할 수 있는 속도까지가 아닐까요?

값 비싼(항공 요금) 요금을 지불하고  빠른 이동을 하고 나서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느리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속도가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 것일까요?

최근에 읽고 서평을 쓴 책을 보면 자연스런 생활리듬이 깨지는 것이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소위 시차적응을 경험하면서 그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다시 떠 올리게 되더군요.

2011/03/24 - [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 당신 아이도, 무표정, 공격성, 강한 집착?

비영리단체 기술컨퍼런스(NTC)가 열리는 행사장에서 우리는 또 다시 느린 인터넷을 원망 하였습니다. 한국이 IT강국은 못 될지 몰라도 적어도 초고속 인터넷 강국이라는 것도 확인하였지요. 그런데 빠른 것은 정말 좋은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