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열 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
▲ 단 한명의 외국인 학생을 위해 통역 선생님을 붙여주는 교육제도
▲ 수업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긴 학교
▲ 예체능에 소홀하면 국영수를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는 진학제도
▲ '우리 모두 똑같이 잘하자'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선생님들
▲ 15세 창의력 테스트에서 세계 일등을 하는 나라
▲ 꿈꾸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
웬 뜬금없는 소리냐구요? 스웨덴 이야기입니다. <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이야기>는 부산과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초등 6학년 때 미국 학교를 잠깐 다녔던 이하영이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소피에룬드 학교와 에즈베리 학교에서 경험한 것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모두 승자가 되는 사회
<스웨덴 학교이야기>는 이하영이 한 인터넷 신문에 실었던 글을 다듬고 새로 고쳐서 책으로 엮었다고 합니다.
지은이는 처음 연재를 부탁받을 때 세 가지 원칙을 세웠는데, 이 책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고 하네요.
①스웨덴에 대한 선입견을 주지 않도록 노력한다. ②주변의 평가(댓글 등)나 상황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내 생각대로 쓴다. ③공부에 소홀하지 않는다.
첫 번째 원칙을 지키기 위하여 여러 번 사실 확인을 하였고, 세 번째 원칙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악성댓글과 날카로운 비평을 견디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한국 교육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스웨덴 이야기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고민이었다고 하는군요. 그렇지만, 한국과 다른 스웨덴에서 받은 신선한 충격과 귀중한 경험을 한국 또래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합니다.
쉬는 시간엔 절대 공부하면 안 되는 학교
스웨덴으로 간 하영이 처음 다닌 학교는 소피에룬드 공립학교인데, 외국인을 위한 특별반에서 스웨덴어 과정을 마친 후에 일반학교로 옮겼다고 합니다.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 자유분방한 아이들, 짙은 화장을 한 아이들, 수업시간에도 헤드폰을 귀에 꽂은 아이들을 보며 심한 문화충격을 받았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이런 아이들 모습보다도 더 재미난 규칙이 있는데, 마치 유치원 아이들처럼 학교 적응을 위하여 처음 입학하거나 전학 온 학생은 일주일 동안 반드시 두세 시간만 수업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스웨덴 학교는 점심시간이 1시간 30분이나 되고, 수업과 수업사이 쉬는 시간이 30분씩이라고 하네요. 더욱 기막힌 일은 쉬는 시간에는 절대로 교실에서 공부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쉬는 시간에는 학생들을 다 내보낸 다음 교실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절대 열어주지 않는다. 교실 환기도 시키고 학생들도 맒은 공기를 마시면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 교실로 들어가는 문은 선생님이 열쇠로 열어주지 않는 한 바깥에서는 열 수 없다."(본문 중에서)
학교 건물은 마치 휴양소와 같은 분위기고, 곳곳에 체육시설과 놀이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공부는 시키는 둥 마는 둥 하는 학교, 이하영은 첫 일주일을 보낸 소감을 '어이없음'이라고 하였더군요.
이하영이 한국에서 잠시 다닌 영어학원에서 원어민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실험을 해봤더니 선생님 예상과 달리 '경쟁'이 가장 효율적이었다고 합니다. 대립은 난장판을 만들었고, 협동은 나쁘지 않았으며, 경쟁이 가장 빠른 결과를 냈다고 하네요.
'빨리 빨리'(압축 성장)가 아주 중요한 가치인 한국에서 사는 것은 가장 빠른 결과를 끌어내기 위하여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스웨덴 학교는 '모두 똑같이 잘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군요. 스웨덴 학교는 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과제를 내주는데, '똑같은 도형 위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거나, 점자판에 선을 이어 여러 가지 특이한 모양을 만드는 것' 같은 과제들은 대개 모둠을 구성하여 해결한다는 군요.
"내가 일등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것들을 포기하고 나니 일은 훨씬 쉽게 풀렸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리고, 서로 의논해서 어떻게 하는 편이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 내 의견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개성 있는 의견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찾아냈다. 그 결과 우리 모두 승자가 되었다." (본문 중에서)
그러나 협동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 이하영은, 처음에는 협동하는 것이 일등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었다고 하더군요. 특히, 부활절을 앞두고 반 친구들과 책상 세 개를 이어 붙여야 하는 커다란 공동화 작업을 하며 '경쟁'을 벌이거나 '대립'하였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작품을 만드는 체험을 한 것은 모두 승자가 되는 '협동'을 익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이하영은 "나 혼자 일등이 되는 것도 기분 좋지만, 모든 사람이 함께 승자가 되는 것도 무척 기쁘고 성취감이 느껴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스웨덴은 인간관계와 협동, 협상, 협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여럿이 함께 일을 해결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협조, 설득이 몸에 베였다는군요. 이런 경험이 쌓인 이 나라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싸우는 일도 보기 어렵답니다.
1+1이 2인 이유를 서술하시오
독자 여러분은 1+1이 2인 이유를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나요? 모두들 1+1=2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왜 1+1이 2인지를 설명하라고 하면 당황할 겁니다. 1/10과 10퍼센트는 어떻게 다른가? 스웨덴이라는 나라에서는 수학을 이렇게 공부한다고 하네요.
수학 교과서는 숫자와 공식보다 글자가 더 많고,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서술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성적을 평가하는 방식이 아예 한국과는 판이하다더군요.
학교를 졸업하려면 스웨덴어, 영어, 수학은 반드시 기본 점수를 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웨덴어 점수가 미술 점수보다 더 높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점수도 MVG(매우 훌륭함), VG(훌륭함), G(보통 수준), IG(부족함) 이 네 가지 밖에 없다. 즉, 수학을 MVG를 맞건, 체육을 MVG를 맞건 계산되는 점수는 똑같다.(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주요 과목에서 만점을 받아도 예체능 과목을 소홀히 하면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체능 과목은 음악, 미술, 체육에서부터 요리, 목공, 봉재 등 별의별 과목이 다 있는데, 모두 주요 과목과 같은 비중이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스웨덴 사람들은 학교에서 목공과 같은 기술과목을 배워서 변기가 막히거나 하수도가 고장 나면 모두 직접 수리를 한다는군요. 인건비가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전등이나 변기, 욕조를 직접 설치하는 사람들이 많고 어지간한 집수리는 직접 하기에 학교에서도 목공과 봉재 같은 수업은 모두 실질적인 내용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노력과 열정이 있으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도 우리와 같은 실업계와 인문계로 단순하게 나뉘지 않으며, 장래 희망에 따라 수십개의 전공으로 세분화된 다음과 같은 고등학교 과정을 선택하게 된대요.
어린이와 여가 프로그램/ 건축프로그램/ 전기프로그램/ 에너지 프로그램/ 예술 프로그램/ 탈것 프로그램/ 상업과 경영프로그램/ 손작업 프로그램/ 호텔과 레스토랑 프로그램/ 산업, 공업 프로그램/ 요리 프로그램/ 미디어 프로그램/ 자연프로그램/ 과학프로그램/ 간병, 간호, 보육프로그램/ 사회학 프로그램/ 기술프로그램/ 국제학사학위 프로그램.
장래 희망에 따라서 이런 프로그램들을 이수하여 곧바로 직업을 선택하기도 하고, 다시 대학을 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험 점수에 따라서 의사, 변호사, 공무원으로 갈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배우고 차별받지 않고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하영이 에즈베리 학교 선생님 '이다'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바로 "노력과 열정이 있으면 네가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말이었다고 하네요.
나는 이 문구를 좋아한다. 돈이 없어도, 인맥이 없어도, 엄청나게 뛰어난 두뇌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열정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본문 중에서)
부모의 경제력과 비싼 과외를 통해 얻어내는 좋은 성적, 다양한 입시정보에 의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참 많이 다르더군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엄청난 대학 학비도 감당해야 하는군요.
지구 저 편 나라에서는 젊은 청소년들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 우리와는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노력과 열정 앞에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이 참 매력적이더군요.
<스웨덴 학교 이야기>를 쓴 이하영 역시 한국에 있을 때보다 스웨덴에서 생활하면서 자신의 꿈이 확 바뀌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자신 앞에 수많은 선택이 펼쳐지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유엔에서 일하는 꿈을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내가 무엇을 얼마나 못하는 인간인지를 깨닫게 만드는 한국교육과 내가 장래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깨닫게 만드는 스웨덴 교육의 차이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해주네요. 어디 학교와 교육제도뿐일까요? 어른들이 살아가는 세상도 많은 세금을 걷어 기본적인 의료, 복지, 교육시스템이 갖추어진 스웨덴과 우리나라는 완전히 딴판이지요.
책을 시작할 때 머릿글에서 이하영은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살아야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꿈같은 스웨덴 이야기가 '속 편한 소리'로 비쳐질까 두렵다고 하네요.
그렇지만, 지구촌 어떤 곳에서는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우리보다 더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도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면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미국학교를 다녔던 사람, 미국에서 살아 본 사람들의 경험만 주로 전해져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대부분이 미국을 쫓아가서 실패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이하영이 다녔던 스웨덴 학교와 그가 살았던 스웨덴이라는 나라의 경험이 이 책을 통해 우리청소년들과 학교에도 바이러스처럼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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