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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미국연수 여행

백악관, 어째 낯설다 했더니...뒤통수만 봤네요.

by 이윤기 2011.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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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 활동가 미국 연수, 여행 13] 백악관 앞뒤 구분 잘 해야합니다

미국에 도착한 첫 날, 알링턴 국립묘지에 이어서 백악관을 방문(?)하였습니다. 아 정정합니다. 방문이 아니라 구경하였습니다.


비행기에 내려서 입국 수속을 마친 후에 곧장 케네디를 비롯한 미국 장군들이 묻힌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하고, 곧장 백악관으로 가니 무슨 '국빈 방문' 일정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저희 일행 대부분은 백악관이라는 장소에 대해서는 큰 흥미를 가지지 않았습니다. 뭐 한 마디로 하자면 '미국 대통령이 사는 곳인이라고? 그래서?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런 느낌이었지요.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진행될 때는 부시의 뒤를 잇는 공화당 후보 보다는 나으리라는 기대로 NGO 출신인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바라기는 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선 이후에 오바마의 모습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고, 때문에 오바마가 살고 있는 백악관 건물이라도 보고와야겠다 싶은 그런 마음 같은 건 아예 생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워싱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하는 백악관의 역사를 알고 있었다면, 조금 더 관심있게 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14시간 비행에 지친 몸으로 밤낮이 바뀌어 시차적응이 안 된 몸으로는 백악관도 그다지 흥미를 끌지는 못하였습니다.

 

 

저희 일행을 태운 승합차는 걸어서 백악관으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차를 세워주었고, 안개 같은 비를 맞으며 백악관을 보러 갔습니다. 사실 백악관 건물 보다는 백악관 앞에서 30년 동안 반전 시위를 해오고 있다는 할머니를 직접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콘셉션 피시오토라는 이 할머니는 1981년부터 이 자리에서 시위를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30년 동안 매일 한 장소에서 '반핵 평화 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수행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어떤 일이든 10년을 꾸준히 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하였고, <꾸준함을 이길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는 아주 인상 깊은 책 제목도 있지요. 그런데, 한 장소에서 '반핵 평화 시위'를 30년이나 하고 있으니...가히 수행 수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현장에서 직접 본 느낌은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였습니다. 차림새와 그녀가 가진 시위용품들을 보니 오랜 시위가 너무 일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군요. '역동성', '에너지', '열정' 같은 것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직접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는데...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세계 각국에 반핵을 호소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가 백악관앞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시위를 한다고 답하였더군요. "여기 있으면 그것이 실현된다. 내가 직접 돌아다니지 않아도 세계를 상대할 수 있다"고 하였다더군요.

이 할머니는 스페인 태생으로 1962년 미국에 이주했고 1966년 이탈리아 출신 남자와 결혼하여 스페인 영사관에서 비서로 일하였다고 합니다. 처음엔 꼬인 실타래처럼 얽힌 자신의 삶을 알리기 위하여 백악관 앞 시위를 시작하였다가, 지금은 반핵 평화 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그녀는 시위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법정에도 섰고,경찰의 폭력에도 맞섰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제는 백악관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호기심 때문이라도 꼭 보고 가는 세계적인 명사중 한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백악관 앞에는 수학 여행을 온 듯한 미국 청소년들이 단체로 몰려와서 시끄럽게 떠들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고, 시위를 하던 할머니는 그날 시위를 마치고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백악관 앞을 다녀온 기념으로 인증샷을 찍고, 할머니의 시위 용품을 잠깐 구경하는 사이에 빗방울이 굵어졌습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비를 맞고서라도 꼭 봐야 할 만큼 소중한 장소가 아니라는데 쉽게 합의가 되어 모두 발걸음을 차가 있던 곳으로 돌렸습니다. 

차에 돌아왔을 때, 안내를 맡은 '대니 정' 선생이 백악관을 보면서 뭐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무도 대답이 없자 다시 한 번 물어보더군요.

"백악관이 좀 이상하다, 집에서 뉴스로 보던 백악관하고 좀 다르게 생긴 것 같다는 생각 들지 않았어요?"

그러고 보니 뭐가 좀 다른 느낌인 것 같기는 하였는데...뭐가 다른지 딱 감이 잡히지는 않았습니다. 알고보니 저희가 보고 온 것은 백악관의 뒤통수 더군요.

나중에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백악관의 앞쪽을 보았는데, 뉴스에 나오는 워싱턴 특파원의 뒷 배경으로 자주 나오던 백악관은 거기 있었습니다.

백악관은 1798년에 완공된 건물이며 워싱턴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미영 전쟁 때 불탄 건물에 하얀 페인트 칠을 한 것이 백악관이라고 불리는 유래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이미 1988년부터 박물관으로 승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현직 미국 대통령이 살고 있는 집이라는 사실보다. 1798년에 세워진 워싱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그래서 이미 1988년에 박물관 승인까지 받은 건물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훨씬 흥미있게 살펴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백악관을 꼭 보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던 탓에 준비 없이 백악관을 보러 같고, 결국 백악관 뒤통수만 보고 인증샷을 찍고 온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