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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신용(?)카드는 가명, 본명은 부채카드야

by 이윤기 2011.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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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신용카드 없는 품위있는 삶 제안하는 <착한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카드>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갑 속에는 평균 2개 이상의 신용카드가 들어있고, 경제 활동 인구만 따지면 1인당 4.4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면 '신용'이 쌓인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록 신용과 혜택은 아주 조금씩 쌓이지만, 대신 빚이 쌓입니다.

쓸 때마다 신용이 쌓이는 것이 아니라 빚이 쌓이기 때문에 신용(?)카드라는 이름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한 가명입니다.  '부채카드'가 신용카드의 숨겨진 진짜 이름입니다. 

신용이 쌓인다고? 웃기시네 빚이 쌓이고 있습니다.

이제 신용카드는 경제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친근한 이름이 되었습니다. 직장인들에게 월급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요?

직장동료들과의 회식일까요? 가족과 함께하는 외식일까요? 아닙니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월급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바로 신용카드 결재라고 합니다.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직장인들에게 매달 다가오는 월급날은 한 달 동안 사용한 카드금액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날입니다. 바로 당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월급이 통장에 입금되자마자 곧바로 카드회사가 신용카드 대금을 회수해 가버리니까요.

"계좌에 월급이 입금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빚잔치'가 시작된다. 주택 담보대출, 신용카드 결제금, 자동차 할부금 등이 썰물처럼 빠지고 나면 통장은 빈털터리가 되기 일쑤이다. 벌어서 잘 쓰는 삶이 아니라 빚을 갚기 위해 돈벌이에 나서야 하는 '뒤바뀐 순환 구조'에 갇혀 있다." (본문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빚을 내어 살아가기 때문에 월급날은 기쁜 날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 '빚잔치'를 하는 날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미처 만져볼 새도 없이 숫자로만 통장에 찍혔다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은 얼마를 벌든, 직업이 무엇이든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 대부분이 다음 월급날까지 한 달 동안 빚을 내며 살아가는 '가불 인생'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중에 많은 사람들은 '연체'를 걱정 하면서 살고 있고, 신용카드로 신용카드 빚을 메꾸는 '돌려막기'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신용카드'의 정직한 이름은 '부채카드'입니다. 신용카드는 한도가 높으면 신용이 높은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결국 그 신용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빚을 낼 수 있는 범위일 뿐입니다.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쓰는 것이 이익이라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들은 신용카드가 현금보다 더 이익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비자들의 착각을 깨뜨리는 신용카드의 진실을 알려주는 책이 제윤경을 비롯한 사회적기업 에듀머니에서 일하는 분들이 쓴 <착한 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카드>(바다출판사)입니다. 얼마 전에 '신용카드 선포인트 결재의 함정'을 지적하는 기사를 쓸 때도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요.

신용카드가 현금보다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소득공제 해택 때문에 세금을 적게 낼 수 있고, 현금보다 더 많이 할인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인트까지 쌓인다는 것이지요. 마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재테크 책과 신문 경제면 기사도 신용카드를 쓰지 말라고 하지 않고, 똑똑하게 사용하라고 강조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함정은 바로 신용카드 '선(先) 포인트 결재'라고 합니다. 선 포인트의 유혹, 경험해보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이런 전화도 많이 받아보셨지요.

"선 포인트 결재를 신청하시면 어떨까요? 포인트가 많이 쌓이는 카드로 교체 발급 받으시면 고객님께서 평소 사용하시는 금액만으로도 24개월이면 충분히 상환하십니다. 고객님의 카드 사용 실적이 지난 몇 개월 동안 평균 150만 원 정도예요. 저히 회사의 높은 적립률을 적용하면 매월 쌓이는 포인트가 꽤 많을텐데요." (본문 중에서)

가전매장, 대형마트, 인터넷 쇼핑몰 결재창에는 선포인트 할인 70만원 혜택 같은 광고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만 똑똑(?)하게 사용하면 70만원을 아낄 수 있다는 카드회사의 꼬임에 넘어가기 십상입니다.

선포인트 결재, 왜 포인트로 못 갚고 현금으로 갚게 될까?

그러나 선포인트를 통해 공짜로 살 수 있는 것은 카드회사 상담원의 말처럼 많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카드회사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던 약관에 그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무이자 할부, 해외사용 금액, 연체금액, 포인트 사용, 세금, 선불카드 충전 등등, 상당부분이 사용금액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또 카드회사와 제휴한 가맹점 외에 일반 가맹점에서의 포인트 적립률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낮기도 합니다. 소비자는 주유비나 이동통신요금으로 포인트를 적립하는 계획을 세우지만 매월 일정금액만(월 주유비 20만원까지) 적립해주기도 합니다.

결국 자신의 매월 평균 신용카드 사용액만 믿고 선포인트 결재를 신청하면 낭패를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3개월이 지나면 선포인트 결재에 대한 할부수수료가 청구되고, 포인트로 상황하지 못한 금액에 대해서는 대부분 현금청구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선포인트 결재라는 공짜(?) 마케팅에 속아 넘어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9년 6월말 카드회사 회원이 갚아야 할 신용카드 선 포인트 잔액은 1조3천억 원이라고 한다. 또 누적 포인트 부족으로 현금으로 상환한 금액은 2007년 353억 원에서 2008년 1천291억 원, 2009년 상반기에만 1천50억 원으로 급증하는 추세이다." (본문 중에서)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소비자들이 카드회사의 얄팍한 눈속임에 속아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속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은 바로 신용카드 업계의 평균 적립률이 0.9%에 불과하기 때문이고요.

"즉 (선 포인트 결재로) 50만 원을 할인받으면 최소 5천만 원을 결재해야 선 포인트를 모두 상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 지급받은 포인트를 36개월 동안 상환한다고 할 때, 해당 카드로 매월 140만 원 이상을 꼬박꼬박 사용해야 한다." (본문 중에서)

신용카드 선포인트 결재를 믿고 TV나 냉장고를 구입한 사람들이 결국은 36개월로 나눠 수수료까지 부담하면서 현금으로 갚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카드회사는 일방적으로 유리한 약관과 복잡한 할인혜택 규정으로 소비자들에게 '외상'을 팔아먹고 있는 것입니다.



신용카드 혜택, 결코 공짜는 없다 !

신용카드를 많이 쓰면 많이 쓸수록 혜택이 많아진다고 하지만, 그 혜택을 누리려면 반드시 받은 혜택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선 포인트 결재, 할인혜택 보다 더 무서운 것은 리볼빙 결재입니다. 요즘 신용카드 회사 상담원에게 가장 자주 받는 전화가 바로 '리볼빙 결재'를 이용하라는 마케팅 전화입니다. 원래 리볼빙제도는 일시적으로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겨 연체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입니다. 리볼빙을 신청하고 매월 약정한 일정비율만 결재를 하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대출처리가 되어 연체자가 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것입니다.

처음 리볼빙 서비스를 선보인 카드는 최소 결재 비율을 2퍼센트 시작하였는데, 결국 나머지 금액은 최저 7퍼센트에서 최고 29퍼센트의 이자를 부담하며 현금서비스로 돌려 막는 것과 비슷한 것입니다.

"2천만 원 한도의 신용카드로 매달 150만 원씩 쓰는 사람이 한 달 결재 비율을 2퍼센트로 설정해 놓으면 17개월 후에 이월된 잔액은 최대 사용한도에 이르게 된다. 더는 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이자만 갚아나가는 상황이다. 심지어 원금이 2퍼센트를 분명히 갚아가고 있는데도 원금 상환액보다 나머지 잔액에 붙는 수수료가 높다" (본문 중에서)

빚을 갚아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3년 후에는 이자만 해도 처음 사용한 금액보다 늘어나게 됩니다. 심지어 카드회사는 통장에 잔액이 많이 있어도 소비자가 비율을 높이지 않으면 최소금액만 출금하고, 나머지는 잔액은 수수료를 챙겨갑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리볼빙 서비스 가입률은 두 배로 늘어났고, 대체로 소비자들은 결재 금액보다 적게 청구되기 때문에 과소비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돌려막기, 리볼빙, 카드론은 신용카드의 복수

신용카드로 신용불량자가 되는 악순환의 시작은 신용카드 돌려막기입니다. 다음은 리볼빙 서비스, 그 다음은 바로 카드론이라고 합니다. 보통 현금서비스와 리볼빙 이자는 26퍼센트나 되지만 할인이 적용된 카드론 이자는 16퍼센트 정도이기 때문에 카드론을 이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은행들은 카드론 등 제 2금융권 대출이 3~4건에 이르는 고객들을 과다채무자로 분류하기 때문에 카드론 선택은 빚을 청산할 수 있는 최선책인 은행대출과 점점 멀어지게 만드는 최악의 선택입니다.

저자들은 신용카드의 과장된 혜택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를 잘 쓰면 현명하다는 생각 자체가 과신이라는 것이지요.

▲ 카드회사의 할인 혜택은 반드시 조건이 붙으며 결코 공짜가 아니다.

▲ 할인을 받는 것 보다 더 많은 불필요한 소비를 자극 받는 것이 신용카드이다.

▲ 대부분 사람들에게 신용카드는 마음먹은 대로 통제와 관리가 되지 않는다.

결국 소득 수준을 넘는 달콤한 카드 소비의 결과는 돌려막기로 이어집니다. 행복 빼고는 뭐든지 다 준다는 신용카드의 복수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한편,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수입보다 많은 지출을 일으키는 과소비의 주범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지목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용대출은 빚으로 여기면서 마아너스 통장은 비상금으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이자만 잘 내면 별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마이너스 통장은 은행 신용대출에 비하여 약 5.7퍼센트나 많은 이자를 부담하게 되고, 연체가 쉬운 구조적 함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저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행복한 경제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그리고 마이너스 통장에서 멀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용카드와 마이너스 통장의 대안은 무엇일까요? 책을 읽는 내내 제가 가장 궁금하였던 것도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지금 적금을 들라 !

신용카드를 없애고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저자들은 적금을 들라고 합니다. 좀 뜬금없이 들리지요. 그러나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갖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당장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는 대신 적금을 든다. 적금 통장을 만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비는 뒤로 미뤄진다. 1년 만기 적금에 가입해 소비를 늦춰보자. 즉각적인 소비로 욕구를 실현하는 것보다 큰 즐거움이 발생한다." (본문 중에서)

소비지연은 더 큰 만족감을 선물한다는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날이 더 행복한 것처럼 소비하는 것보다 적금을 넣는 것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겁니다. 아울러 가전제품의 경우 워낙 빠르게 신제품이 쏟아지기 때문에 적금을 들고 욕구를 지연시키면 저렴한 가격으로 최신의 질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저자들은 남들과의 비교를 통한 상대적 위안으로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문명적 사치를 벗어나 내재적인 만족과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문화적 사치로의 전환"을 주장합니다.

새 옷을 샀을 때의 만족감보다 좋은 영화 한 편을 보고 난 후의 감동을 떠올려보라고 합니다. 물질적 소유대신 자기계발, 문화적 충족, 여행 같은 곳에 소비를 늘려야 삶이 풍요로워 진다는 것입니다.저자들이 신용카드 결재일에 쫓기고 있거나 돌려막기, 리볼빙, 카드론, 마이너스 통장으로 빚을 내며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제안은 품위 있는 결핍입니다.

"신용카드로 구질구질한 풍요를 사는 대신 적당한 소비지연과 적금 통장으로 품위있는 결핍을 연습하자" (본문 중에서)

혹시, 당신도 월급날이 다가오면 신용카드 대금 결재를 걱정하고 계시는가요? 그렇다면 꼭 <착한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카드>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생각을 조금 바꾼다면 품위 있는 결핍을 즐기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겁니다. 


착한 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카드 - 10점
제윤경.정현두.박종호.김미선 지음/바다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