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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자전거 국토순례

선생님 이제 진짜로 몇 킬로미터 남았어요?

by 이윤기 2011.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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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토순례 다섯 째 날 이야기 이어갑니다. 충남 공주시를 출발하여 마곡사, 맹사성 고택, 아산만 방조제를 거쳐 중원 스파랜드까지 이어지는 85km 구간을 달렸습니다.

공주한옥체험마을은 200여명이 동시에 숙박할 수 있는 깨끗하고 편리한 숙소 시설과 전체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세미나실 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국토순례단 숙소로 아주 편리하게 이용하였습니다.

국토순례 참가 청소년들이 나흘 동안 묵었던 숙소 중에서 가장 좋은 시설로 꼽은 곳이 바로 공주한옥체험마을이었습니다. 공주시의 후원으로 저렴한 가격에 좋은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단지 시설뿐만 아니라 환영 현수막 부착, 마곡사 입장료 후원, 기념품 제공 등 공주시의 크고 작은 배려는 국토순례참가자들에게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유서 깊은 천년 고찰 마곡사...백범 김구의 피신처

오전에 들런 마곡사는 유서깊은 사찰이었습니다.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태화산 자락에 있는 "마곡사는 신라선덕여왕 9년에 자장이 창건하였고, 고려 명종 때 보조국사가 중수하고 범일이 재건하였으며, 다시 도선국사가 중수하고 순각이 보수하였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도 세조가 이절에 들러 '영산전'이라고 사액을 한 일이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오래된 사찰의 역사 보다도 백범 선생에 얽힌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가지더군요. "마곡사는 임시정부 줙이며 독립지도자인 백범 김구선생이 1896년 명성황후 살해에 대한 분노로 황해도 안악에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후 은거하여 1898년 원종이라는 범명으로 잠시 출가 수도 하였던 곳"이라고 합니다. 마곡사에는 김구 선생님의 사진이 걸려있고, 김구선생 '사색의 길'도 있더군요.

다섯째 날은 오르막길이 많은 구간이었습니다. 마곡사까지 가는 동안 서너 번의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졌고, 마곡사에서 아산만 방조제까지 이어지는 구간에도 오르막길이 여러 번 이어졌습니다. 고당고개, 안넙티고개 등 이름이 있는 고개길도 있었지만 이름없는 가파른 언덕길도 여러 번 넘어야 했습니다. 또 고당고개, 안넙티고개 같은 이름있는 고개들은 언덕길을 한 번만 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언덕을 넘어야 하더군요.

선생님, 이제 몇 킬로 남았어요?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수도 없이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남은 거리와 목적지 도착 예정시간 그리고 오르막이 몇 개나 더 남았는지를 묻는 질문입니다.

“선생님 몇 킬로 남았어요?”
“선생님 오늘은 오르막 길 몇 번 넘어가야 돼요?”
“선생님 이제 오르막 다 지나갔어요?”
“선생님 이제 몇 분만 더 가면 돼요?”

라이딩을 돕는 선생님들의 대답은 뻔합니다. 대부분 아이들의 질문에 정확하게 답을 하는 일이 없습니다. 물론 아이들을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아이들을 물을 때마다 늘 비슷한 대답을 합니다.

“이제 20km만 가면 된다:
“이제 이 오르막만 넘으면 힘든 오르막 없다, 힘내라”
“이제 평지 구간만 남았다. 조금만 가면 휴식장소다. 힘 내라”
“오늘 숙소 다 왔다. 이제 한 20분만 가면 된다,”

일부러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남은 거리를 정확하게 말해주는 것이 오히려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때는 남은 시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도로사정과 교통상황에 따라서 도착시간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질문에 정확히 답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라이딩을 진행하는 모든 실무자가 전 구간 답사를 함께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진행요원들도 휴식지가 어딘지, 휴식 시간이 몇 시인지 정확히는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토순례 코스는 현지 교통사정에 따라서 경찰과 협의하여 코스가 수정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최종적인 휴식지 장소와 휴식시간 결정은 라이딩 대장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행팀 실무자들도 정확히 모를 때도 있습니다. 당일 현장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사흘, 나흘이 지나자 아이들은 선생님들 말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언제 물어도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이 언덕만 지나면 오르막 길 끝이다.” “힘내라 이제 다 왔다”하는 뻔한 대답을 듣게 되기 때문입니다.

라이딩 진행 실무자들에게 진실한 대답을 들을 수 없게 되자 아이들은 자구책을 강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국토순례 기간 동안 고장 난 자전거를 그때그때 수리해주는 정비팀 선생님에게 묻기도 하고, 성인 참가자들에게 묻기도 하더군요.

"선생님, 선생님 저 한테만 살짝 좀 말해주세요? 네! 진짜로 몇 킬로 미터 남았어요?"

하루하루 날짜가 지날 수록 아이들은 통밥으로 짐작하는 능력(?)도 생겼습니다. 그날 구간거리를 라이딩 시간으로 나누어 남은 거리를 어림짐작 해내는 친구들도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거리와 시간을 계산해내는 감각이 생겨나는 살아있는 공부를 하게 된 것입니다.


 
거짓말이라도 듣고 싶다, 이제 오르막길 없다는 말

그렇지만 오르막 길이 몇 개나 남았는지를 짐작해 낼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들도 진실한 답을 꼭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가파른 오르막을 다섯 개나 넘어야 한다는 대답보다는 이번 오르막만 지나면 평지가 나온다는 대답을 듣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너희들은 거짓말이라도 이번 오르막길만 지나면 평지라는 대답이 듣고 싶니? 아니면 앞으로 언덕을 다섯 번이나 더 넘어야 한다는 진실한 대답이 듣고 싶니?”

여러 아이들이 똑같이 대답하더군요. 거짓말이라도 가파른 오르막은 이제 다 지났다는 대답을 듣는 것이 힘이 덜 빠진다고 말입니다. 아이들이 힘을 내서 라이딩을 하게 하려면 거짓말이라도 희망적인 대답을 해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앞으로 남은 구간에는 가파른 오르막길은 없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자 이제 언덕 길 하나만 더 넘으면 된다, 화이팅 ! 힘내라 !"

※ 한국YMCA 자전거 국토순례 6일차는 중원스파랜드를 출발하여 매향리, 화옹방조제, 제부도길 입국, 시화방조제, 오이도입구, 소래포구, 상동호수공원을 거쳐 부천YMCA까지 약 100km를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