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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자전거 타고 大山 바람재를 오르다

by 이윤기 2011.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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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자전거 국토 순례를 다녀온 뒤로 자전거 타는 재미에 푹 빠져있습니다. 특별한 계획이 없는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 몸과 마음이 들뜹니다.
 
지난 주말에는 자전거를 타고 바람재를 다녀왔습니다. 처음엔 혼자 갈 계획이었는데, 임진각까지 국토순례를 함께 다녀온 작은 아들이 따라 나섰습니다.

혼자가면 내 페이스 대로만 달릴 수 있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홀가분하지만, 아들과 함께 가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에도 쉬는 시간이면 둘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다녀와서도 자전거 탔던 경험이 새로운 이야기 거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바람재는 처음 가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날은 바람재까지, 또 어떤 날은 바람재를 지나 윗바람재까지 등산을 여러번 다녀왔습니다.

바람재, 바람재는 이름이 참 예쁘지 않습니까? 그리 높지 않은 고개에 바람재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늘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기 때문이겠지요.

쉬엄쉬엄 산 길을 올라 이곳에 이르면 늘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봄에는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고 매년 3월 31일에는 진달래 축제가 열립니다.

바람재는 이름도 예쁘지만 바람재까지 가는 숲길도 참 예쁩니다. 지난 봄에는 제가 일하는 단체 회원들과 함께 이곳까지 등산을 하였습니다. 유모차를 끌고도 갈 수 있는 숲길이라 꼬맹이들까지 함께 숲길을 걸었었지요. 그날 많은 분들이 마산에 이렇게 아름다운 숲길이 있는 줄 몰랐다고 감탄하시더군요.



바람재나 윗바람재로 등산을 갈 때마다 이 길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는 분들을 여러 번 만났습니다. 쌀재고개, 바람재를 지나 산길을 따라가면 내서에 있는 광산사까지 임도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산악자전거를 타기에 적당한 코스입니다.언젠가 나도 자전거로 이 길을 한 번 달려봐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었는데 소박한 바람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마산 산호동은 해안가에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고도계를 보니 해발 21미터라고 나오더군요. 목적지인 바람재의 고도는 해발 350미터입니다. 집에서 출발해서 목적지까지 계속해서 오르막길을 가야 하는 코스입니다.

산호동에 있는 집을 출발하여 어시장 방향으로 길을 잡아 합포초등학교에서 무학산쪽을 방향으로 바꾸었습니다. 용마고등학교, 육호광장, 성호동 철길, 의신여중 앞을 지나서 서원곡까지는 계속해서 오르막길입니다. 합포초등 학교에서부터 성호동 철길까지는 오르막길이지만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서 그럭저럭 자전거를 타기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그러나 성호동 철길부터 서원곡입구까지 올라가는 길은 제법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숨이 차고 호흡이 빨라집니다. 이마에 땀이 베이고 허벅지와 종아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다행히 서원곡 입구에 올라서면 좌회전하여 만날재 방향으로 이어지는 산복도로길은 급경사는 없습니다.



산복도로 길은 짧은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반복되기 때문에 단조롭지 않습니다. 대신 시속 70km 구간이라 자동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약간 불안하기는 합니다. 만날재입구에서부터 만날재까지 올라가는 길은 급경사 구간입니다. 경사가 40~50도는 족히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바람재까지 가는 코스 중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만날재를 올라가는 급경사 길이었습니다. 특히 만날재 주차장까지 올라가는 길은 자동차들이 다니기 때문에 더 힘들게 패달을 밟아야 합니다. 만날재 주차장을 지나도 급 경사 길이 계속이어지지만 여기서부터는 자동차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자전거를 지그재그로 타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직선으로 올라가는 것과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것은 차이가 많이납니다. 허벅지와 종아리에 전해지는 힘과 뻐근함이 전혀다릅니다. 다리에 힘을 주고 힘껏 패달을 밟으며 직선으로 올라가다가 숨이 차오르고 힘에 부치면 자전거를 왼쪽,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지그재그로 올라가면 훨씬 수월합니다. 

집을 출발하여 약 45분쯤 지났을 때 만날재 꼭대기에 올라섰습니다. 뒤쳐진 아들을 기다렸다가 만날재에서 목도 축이고 호흡을 고르며 잠시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만날재에서 쌀재까지 올라가는 길도 역시 산길이지만 가파른 오르막 길은 아니라 자전거를 탈만합니다.  그래도 긴 오르막길을 오랫 동안 가야하기 때문에 고갯마루에 다다를 때 쯤이면 숨이 차고 다리도 뻐근해집니다.


만날재는 매년 추석이면 만날제 축제가 열리는 장소입니다. 만날제는 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모녀간의 애틋한 상봉전설을 바탕으로 열리는 민속축제입니다.

마산 월영동에서 감천으로 가는 오래된 고개길이었기 때문에 도심지가 되어버린 지금도 주막거리가 남아있는 곳입니다. 지금도 만날재 옛길과 당산 마을의 신당목, 신당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유장근 교수의 도시탐방대 기록을 보면 하루에 돼지 2마리를 팔 만큼 주막이 번성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합니다.


만날재에서 쌀재 고개까지는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휴식없이 곧장 바람재까지 올라 갔습니다. 쌀재에서 만날재까지는 비포장 길입니다. 역시 산길이지만 길이 가파르지 않고 숲이 깊어 쾌적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쌀재고개에서 바람재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10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이폰 자전거 어플을 살펴보니 쌀재고개의 고도는 298미터, 바람재의 고도는 350미터였습니다. 쌀재에서 바람재까지 고도는 50미터, 거리는 1.6km쯤 되는데 자전거로는 10분만에 갈 수 있었습니다.

가파르지 않은 언덕 길을 따라 바람을 가르며 숲길을 달릴 수 있어서 자전거를 타기에 아주 괜찮은 길이었습니다. 바람재로 등산을 할 때마다 자전거 타는 분들을 만났던 것은 이 길이 자전거 타기에 적당한 길이었던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람재에 올라 가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잠깐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히고 목도 축였습니다. 바람재에서 임도를 따라 5~6km를 더 가면 광산사까지 갈 수 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뒤쳐진 아들과 만나 함께 내려왔습니다. 쌀재 고개를 지나 집까지 가는 길은 대부분 내리막길입니다. 산길을 내려오며 잠깐 동안 브레이크를 놓고 달렸더니 최고 속도가 49킬로미터로 찍혔습니다. 마산 산호동 집에서 출발하여 바람재까지 왕복 거리는 25킬로미터 평균 속도는 13.5킬로미터였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 바닷가 길을 따라 귀산까지 다녀오는 길과 거리도 비슷하고 시간도 비슷하게 걸렸습니다만, 가파른 오르막길을 다녀온 때문이지 몸은 훨씬 힘들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평지로만 왕복 25킬로미터를 달리는 귀산 바닷길 보다는 훨씬 기분 좋게 자전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숲길, 산길을 자전거로 달려 자주 등산 다니던 바람재까지 다녀오고 나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친김에 다음에는 간식을 준비해서 광산사까지 가봐야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