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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누군가 마음 먹고 당신을 뒷조사 한다면?

by 이윤기 2012.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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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싫어하는 PD수첩 작가의 이메일이 전 국민의 알권리를 핑계로 공개되었고, 통신회사들과 스마트폰 제조회사들은 사용자들의 위치 정보를 꾸준히 수집하고 있었습니다. 국무총리실이 공무원은 민간인을 사찰하고, 청와대 직원은 이른바 대포폰까지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신용카드 회사는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훤히 있고, 인터넷과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자발적으로 프라이버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전 국민에게 번호를 매기는 세계 유일의 주민등록제도를 가진 나라는,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전자주민증을 만들어 위험한 과도하게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겠다는 계획을 호시탐탐 추진하려고 합니다.
 
<감시사회>는 전자주민증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2011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공동으로 기획한 '감시사회 강연회'에 참여했던, 한홍구·최철웅·엄기호·홍성수·한상희의 강연을 엮은 책입니다.
 
한홍구와 함께 사찰과 정보정치의 현대사를 들여다보고, 페이스북, 구글 등 온라인 사이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상업적 감시의 위험을 최철웅과 함께 파악합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감시사회에 대한 엄기호의 강연이 이어지고, 홍성수는 법과 인권의 관점에서 프라이버시와 감시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한상희의 강연을 통해 세계에 유래가 없는 감시체계인 주민등록제도와 전자주민증의 문제점을 살펴봅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정치권력과 기업권력 앞에 발가벗겨진 개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감시를 바탕으로 개인을 통제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 보입니다.

 
주민감시, 북한보다 남한이 훨씬 앞선다

 
한홍구는 한국현대사를 짚어가면서 권력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하여 개인을 감시하게 되는 감시 사회의 정착되는 과정을 들려줍니다. 남북한 권력의 감시 기술을 비교 한 사례는 특히 인상적입니다. 일반적으로 북한이 남한에 비하여 훨씬 치밀하게 인민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라는 것입니다.

 
"남쪽이 얼마나 더 국민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을까요? 이산가족 찾기를 할 때 보면 적나라하게 들어납니다. 남과북이 이상가족 상봉을 추진할 때 보통 200명 정도 명단을 서로 교환합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뉴스에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명단이 뜹니다."(본문 중에서)

북측에서 오전 10시 ~11시쯤 명단을 받으면 저녁 9시 뉴스 시간에 찾는 사람의 소재를 파악해서 내보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남측에서 북측으로 넘긴 명단이 확인되는 데는 석 달쯤 걸린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개인을 감시하는 능력에 있어서 남쪽이 훨씬 앞서 있다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기술이 고도로 발달할수록 감시는 쉬워진다는 것입니다. 신용카드, 휴대전화, 이메일, 블로그, 트위터를 이용하고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기 때문에 정보기관이 사람들의 생각을 감시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는 것입니다.
 
한홍구는 주민등록제도의 기원을 일제하에 시작된 호주제와 징병대상자를 관리하던 조선기류령에서 찾고 있습니다. 국가가 개인을 상대로 세금을 걷기 시작한 것도 바로 개인 거주를 정확히 파악한 이후부터라는 것입니다.

 
해방이후에는 1947년 미군이 주민등록을 시행하였고, 이른바 공비토벌을 목적으로 '양민증'을 발급하기도 하였답니다. 현재의 주민등록증과 가장 가까운 형태는 만주국의 '국민수장'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청년기를 만주국에서 보낸 박정희가 주민등록제도의 모델로 삼은 것이라고 합니다. 1962년에 주민등록제도가 생기고 1968년에 주민등록번호 부역 시작되었으며, 1970년 전후로 국가가 개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한편, 감시를 담당하는 정보기관의 대명사인 중앙정보부는 5·16군사쿠데타 이후 김종필에 의해 창설되었습니다. 1960년대는 권력 내부 감시를 주로 하였다가 1980년대에는 힘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간첩사건을 많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실력자들을 감시하던 정보기관의 역할이 줄어든 것은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 시절이었으며, 1997년 정권교체 역시 정보기관의 힘이 줄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고 평가합니다.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 방송 민주화, 언론 민주화, 전교조 설립 등으로 정보기관이 활약이 점점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가기구가 민간인을 감시하는 과거의 망령이 되살아났다는 것입니다. PD수첩을 핍박하고 작가의 이메일을 뒤지자 세계에 유래가 없는 '이메일 망명'이 일어난 것이지요.
 
정보기관이 마음먹고 뒤지면 사생활 다 알 수 있다
 
"정보기관이 마음먹고 금융정보, 카드정보, 휴대전화 정보, 이메일 정보, CCTV 내역을 뒤지면 누구든 하루 생활이 완벽하게 다 그려집니다."(본문 중에서)
 
개인에 대하여 더 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되자 국가의 통제도 강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민주주의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한홍구의 결론입니다.

 
"저들이 아무리 우리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더라도 우리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행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하더라도 마음마저 통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 마음들을 우리가 어떻게 지켜나가느냐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본문 중에서)
 
공감하고 아파하는 능력으로부터 연대하는 힘히 발휘되고 거리로 나서지 않더라도 선거에 참여하고 국회를 압박하고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철웅의 강좌는 감시를 위한 테크놀러지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정보의 축적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정보를 매칭하는 '데이터 마이닝' 능력이 엄청나게 커졌으며 축적, 검색, 조합의 가능성이 극대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이 제공하는 정보를 축적하는 기업들의 관심은 행동패턴을 예측하는 쪽으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며, 통계적으로 70~80% 이상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업이 가진 정보가 국가기관 그리고 정보기관으로 넘어가서 정치적 불이익이나 통제로 작동하는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정보기관 못지 않은 자본의 감시가 더 위험하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처럼 막대한 개인정보를 축적하는 민간기업들에게 공공성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면 국가권력의 감시보다 더 위험한 일이 일어날 수 있고, 이미 그런 사례들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CCTV와 같은 감시기구의 확대, 재벌 기업의 민간 경비시장 진출 등으로 사회적 안전이 상품화 되고, 계급적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개개인이 자기 돈으로 CCTV를 설치하고 스스로 보안업체에 가입하고 하면서 자기 안전은 자기가 지켜야 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겁니다."(본문 중에서)
  
신자유주의 체제는 사회적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부자동네에 CCTV가 늘어나면 옆 동네에 범죄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라는 것이지요. 결국 경쟁강화, 공공부문 축소, 복지약화로 사회적 블안이 증가하는 것을 치안을 상품화하여 해결하려 든다는 것입니다. 

 
한편 페이스북은 한해 수천억의 매출을 올리고 기업가치만 50조가 넘는데, 따져보면 온라인 상에 시스템 하나 만들어놓고 모두 개인들이 제공한 개인정보를 활용해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 눈에 띕니다.

 

개인은 정보만 대고 이윤은 기업이 독점하는 상황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개인이 정당한 댓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라는 것입니다.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민주주의의 역설
 
엄기호의 강연은 프라이버시 문제를 깊이 다루고 있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국가권력은 두 종류인데, 첫 번째는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전체주의'입니다. 비밀경찰이 시민을 감시하고 영장도 없이 잡아가고 개인의 권리를 짓밟는 체재입니다.
 
두 번째 국가권력은 투명사회라고 합니다. 민주주의를 통해서 권력의 움직임을 완전히 투명하게 하려는 기획, 시민이 국가권력을 감시해서 프라이버시를 지키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투명한 사회, 민주주의가 역설적으로 CCTV와 같은 시민의 자발적 동의를 받는 감시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감시와 통제를 스스로 삶속에 불러들이고 인정하고 허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안전을 위해 불러들인 통제와 감시 때문에 프라이버시가 안전히 침해될 수 있는 불안이 함께 작동한다는 것이지요.
 
한편, 프라이버시에 대한 저자의 정의는 꼭 기억해둘 만합니다. 소유권의 문제가 강조되면 프라이버시 문제는 지적재산권문제와 부딪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프라이버시라고 하는 것은 내면을 숨긴다는 것이고 그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안 보일 권리, 내가 숨을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철저히 나를 안 드러낼 권리, 사회로부터 완전히 물러날 수 잇는 권리라고 할 수 있죠." (본문 중에서)
 
트위터에 남긴 글을 허락도 안 받고 인용했다고 하여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소유권 주장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하여 깊은 성찰이 있어야 국가의 감시와 통제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는 일이 오히려 프라이버시를 보호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부풀려진 외부의 위협에 흔들리지 말고,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자발적으로 감시에 동의하는 불행을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TV는 사랑을 싣고' 성적표 공개는 불법?
 
홍성수의 강연은 법과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감시사회의 문제입니다. 그는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의 생활기록부를 함부로 열어보고 공개하는 문제, 혹은 국회청문회에서 대학 성적표까지 공개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프라이버시의 기원부터 한 번 살펴보자고 제안합니다. 프라이버시가 권리로 등장한 것은 시민혁명 이후라고 합니다.

 

"근대 시민혁명의 이념은 이른바 개인주의 또는 자유주의인데, 그것은 국가의 간섭 없이 시민이 최대한 자유를 누릴 때 최상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었죠. 이것이 시민의 자유라는 이념으로 형상화되었고 근대 인권의 초석이 됩니다."(본문 중에서)
 
따라서 프라이버시는 모든 자유의 기본적인 전제라는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종교의 자유, 인신의 자유, 주거의 자유, 통신의 자유,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장 등 헌법에 있는 대부분의 권리들은 프라이버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복지국가가 등장하면서 프라이버시의 측면에서는 국가의 개입을 불러들이는 역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복지 혜택을 제공하려면 개인의 경제적 처지와 정보를 알아야 가능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대사회에서는 공익을 목적으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결국 프라이버시 문제를 '절대 선'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프라이버시 문제에 접근하면서 혼자 있을 권리, 자기정보통제권, 반 감시권의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다른 사람의 프라이버시 알고 싶다는 욕망을 버려야

 
또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공익과 충돌하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프라이버시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줍니다. 정보화 사회에서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감시와 통제로부터 자유롭게 살아갈 방법을 제안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다른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알고 싶다는 욕망, 그런 재미를 포기하고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남의 사생활을 알고 싶다는 욕망은 결국 자신의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본문 중에서)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타인에 대한 관심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은 물론이고 연예인의 경우에도 똑같이 사생활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편 공익적인 이유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정보 수집도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예컨대 CCTV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CCTV의 경우 범죄 예방 효과가 없으며 범죄 발생을 줄여주지도 못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강좌는 한상희의 주민등록제도에 대한 고찰입니다. 세계 여러나라의 신분증명 제도와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제도를 비교합니다. 주민등록제도를 통해 국가가 140여가지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름부터 나이, 학력이 중학교, 고등학교 재학 중인지, 졸업했는지 중퇴를 했는지, 대학은 전공이 뭐고 무슨과인지, 이런 것까지 관리하고 있어요. 또 지문까지 수집하죠."(본문 중에서)

그런데 정작 주민등록법과 시행령에는 지문을 채취한다는 조항이 없다는 것입니다. 시행령 별표에 있는 주민등록증 신청 양식에 지문찍는 칸이 있고 이를 근거로 지문을 수집한다는 것입니다.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허용해야 한다
 
정보수집보다 심각한 문제는 주민등록이 없으면 국가로부터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고, 아예 국민취급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절차를 지키지 않고 이루어지는 불심검문이라 하더라도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곧장 범죄자 취급을 당하기 일쑤입니다.

 

또 국민에게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주민번호를 강제로 부여하여 주민등록번호 하나로 국민의 정보를 한꺼번에 관리하는 것이지요. 나아가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되어 끊임없이 시도되는 전자주민등록증 제도의 위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아날로그 정보가 유출될 확률이 1만분의 1이고 디지털 정보가 유출될 확률이 1억분의 1이라고 합시다. 어느 게 더 안전할까요? 보안의 판단 기준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퍼져나가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 얼마나 충격을 줄 것인지가 되어야 하는 거죠."(본문 중에서)
 
아날로그 정보는 훔쳐 본 사람만 알 수 있지만, 디지털 정보는 한 번 유출되면 영원히 되돌릴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더 위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당장 주민번호 부여를 없앨 수 없다면 적어도 유출된 주민번호는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주민번호를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활용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감시사회를 살아가려면 적어도 자발적으로 개인정보를 넘겨주는 어리석은 일은 중단해야 하며, 감시에 대하여 자발적으로 동의하고 협조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입니다. 아울러 국민이 국가권력을 더 적극적으로 감시해야만 권력이 국민을 감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감시사회 - 10점
한홍구 외 지음/철수와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