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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4 09:07

홀로 운문사 새벽예불을 감상하다.

운문사 새벽예불 - 비구니 스님들이 들려주는 청아한 불교음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은 여러 절집 중에 운문사 새벽예불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기록하였다. 그는 “절집의 새벽 예불이 보여주는 장엄함은 가톨릭의 그레고이안 찬트와 비견되는 것”, “단음성으로 최소한의 변화를 구사할 따름이지만 바로 그로 인하여 웅장함을 지닐 수 있”다고 기록 하였다.

지난 9일과 10일 새벽, 연 이틀 동안 운문사 새벽예불을 참관하였다. 10여 km 떨어진 인근 휴양림에서 아이들과 ‘계절학교’를 하는 동안 새벽마다 아침예불 구경을 다녀왔다. 사실은 8일 새벽에도 운문사를 갔었는데, 새벽 4시가 넘어 도착해서 아침예불은 못봤다.

이 날 밤에 아이들과 함께 운문사와 인근 내원암까지 야간 산행을 하기 위하여, 캄캄한 새벽에 산사 주변을 한 시간 가량 답사를 하고 돌아왔다. 결국, 휴양림에서 3박 4일을 지내는 동안 매일 새벽마다 '운문사'를 찾아간 셈이다.

이미, 십수년 전 유홍준이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베스트셀러였을 때, 운문사 새벽 예불 구경을 한적이 있다.
책에서 읽은 생생한 감동을 느껴보려고, 절집 들머리에 있는 민박집을 구해서 새벽예불을 구경하고 왔다.

당시의 특별한 체험이 기억한 구석에 남아있기는 하였지만, 계획에 없었는 ‘새벽예불’ 참관은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운문사 대웅전, 승가대학 졸업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9일 새벽, 3시부터 새벽예불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2시 50분쯤 운문사 문앞에 도착하였다. 절집 문이 잠겨있었고, 경비 아저씨 숙소에서 TV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새벽 찬공기를 마시며, 돌담길을 따라 서성이고 있자니 3시 정각이 되자 스님들 숙소가 있는 정문 왼쪽편 안쪽 마당 어디선가 낮은 목탁소리가 시작되었다. 탁~탁~탁~탁~ 탁~탁~탁~ 목탁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경비아저씨가 문을 열었다.

대웅전 앞으로 가려고 들어서는데, 지금 들리는 목탁소리가 거칠 때까지 문앞에서 기다리라고 일러주었다. "대략 10분 정도 걸리니까, 목탁소리가 끝나면 경내로 들어가라"고 하였다. 집에 돌아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다시 찾아보았더니, 이 목탁소리가 바로 새벽 예불을 지휘하는 ‘도량석’이었다.

“예불 30분 전에 요사채와 법당 주위를 돌면서 목탁을 두드리며 독송하는 도량석은 새벽 예불의 서주, 판소리로 치면 다스림에 해당된다.”

10여분이 지난 후 대웅전에서 ‘쇠’(악기 이름을 모름)를 치는 청아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 예불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금요일 새벽에 아침 예불을 참관하러 온 사람이 나 외에 중년 남자가 한 명 있었는데, 그는 소문으로 들었던만 못했던지, 혹은 영하의 추위 때문이었는지 이내 자리를 떴다.

200여명의 학인 스님들이 물흐르듯이 대웅전으로 모여드는 장관은 이날 아침에는 없었다. 스님 몇 분만이 대웅전에서 아침예불을 올리고 있었다. 따라서 웅장한 불교 음악회 같은 새벽예불이 아니었다. 혼자 짐작으로 승가대학이 방학(?)이라 학인스님들이 계시지 않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천연기념물로 유명한 운문사 처진 소나무]


그렇지만, 보름을 하루 앞둔 열나흩날 새벽 밝은 달 빛 아래에서 이곳 저곳 법당마다 고요히 울려나오는 목탁소리와 낮은 염불소리는 생생한 명상음악이었다. 낮고, 느리고, 고요한 타악기 소리에 맞춰 울려퍼지는 맑고 청아한 소리가 시린 새벽공기와 어울어져 가슴까지 스며들었다.

대웅전에서 목탁소리와 잔잔한 염불소리가 한 참 동안 이어지다 딱 멈추더니, 운문사 정문 위 누각에 설치된 법고가 묵직한 소리를 낸다. 세 분 스님이 번갈아가며 커다란 법고를 두드렸다. 소리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면서 자리 바꿈을 하며 법고를 두드리는 장면이 소리보다 더 깊이 인상에 남았다.

법고 다음에는 대종을 쳤다. 몇 번을 치는지 새어보지 못했는데 꽤 오랫 동안 반복에서 종을 쳤다. 내 귀에 들리는 소리를 굳이 글로 적어보면 댕~댕~댕~ 이리 들렸다. 이름 난 산사에서 듣는 종소리치고는 소리가 그리 맑지는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에는 목어를 두드렸다. 타다다닥 타다다닥, 마치 난타를 연상케 하는 빠른 두드림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멀리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대종과 목어 사이에서 맑은 쇠소리를 내는 악기 소리가 들려왔다. 낮에 다시 운문사를 찾아 서점 앞에서 만난 비구니 스님께 여쭤봤더니 구름운자를 써서 ‘운판’이라고 부른다고 알려주었다.

대웅전 건너편, 만세루 처마끝에 걸려있는 둥근달이 새벽 예불이 끝나가는 4시를 넘어서자 대웅전 왼편 낮은 산봉우리 뒤로 떨어졌다. 4시 30분 새벽 예불이 끝나자 가로등마저 불을 끈 운문사 경내에는 새벽어둠이 짙게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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