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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100년을 걸으며 마산을 생각하다

 

지난 일요일 포항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대학 시절 만난 30년 지기 친구들과 포항에서 모여 1박 2일로 모임을 가졌는데, 둘째 날인 일요일에 구룡포와 호미곶을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늦은 아침을 먹고 일찍 헤어질 계획이었으나, 모두들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시간이 남아 내친김에 구룡포와 호미곶을 다녀와서 점심을 먹고 헤어졌습니다.

 

구룡포는 대게를 파는 항구로도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근대역사관과 근대 문화의 거리로도 유명해지고 있습니다. 포항사는 친구의 안내로 구룡포 근대 문화의 거리를 둘러보았습니다.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는 100년 전 구룡포에 이주ㆍ정착한 일본인들이 형성한 거리라고 합니다. 일본인의 구룡포 이주가 시작된 것은 100여 년 전인 1906년 가가와현 어업단 소전조(小田組) 80여척이 고등어 등 어류떼를 따라 구룡포에 오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지금은 대게 집하지로 유명하지만 당시 구룡포에서는 고등어 어업이 성황을 이뤘으며, 고등어 잡이에 나선 어선과 어부들을 중심으로 일본인들이 대거 구룡포로 이주를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일본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였던 1932년에는 287가구 1,161명이 거주하는 규모 있는 촌락을 형성하였다고 합니다.

 

이 시기 구룡포 일본인 거주 지역에는 음식점, 제과점, 어구류 판매점, 술집, 백화점 등이 들어섰고, 구룡포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지구로 성장하였다고 합니다. 지금 구룡포 근대문화의 거리는 당시 가옥들을 포항시가 복원사업을 통해 보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구룡포 항구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처음 나타나는 일본식 건물인 반석상회입니다. 전봇대에 쓰인 '구룡포 100년을 걷다'라는 구호가 인상적이더군요. 당시에도 저런 예쁜 간판을 걸었놓치는 않았을텐데, 담배라고 쓴 간판이 눈에 좀 거슬리기는 하였는데 아마 지금도 담배를 파는 모양입니다.

 

 

미각 반점은 2층식 건물이었습니다. 입구에 배달 오토바이 같은 것이 서 있기는 하였는데, 문을 열어보지 않아서 지금도 영업을 하는 곳인지는 확인해보지 못하였습니다.(좀 더 자세히 둘러 볼 걸 하는 후회가 생기네요.)

 

 

재영정밀은 일부 수리를 한 흔적이 있기는 하였지만, 1층은 일본식 목조건물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100년 전 일본인 거주 당시에 꽤 부자가 살았던 집인 것 같았습니다. 땅도 넓고 단층 집 한 채와 이층 집 한 채가 나란히 서 있는 저택이었습니다. 여기는 안에 들어가 보려고 문을 열어보았는데, 문이 잠겨 있었습니다.

 

당시 이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발굴해서 안내판 같은 것을 만들어 놓으면 훨씬 더 흥미롭게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스토리텔링이 대세니까요.

 

 

여기는 영업을 하고 있는 식당이었습니다. 점심 예약이 되어 있어 음식을 먹어보지는 못하였는데, 냉면과 불고기 그리고 갈비탕을 팔고 있더군요. 포항 사는 친구에게 이 집 냉면 맛있냐고 물었더니, 이 집 냉면은 먹어보지 못했지만 포항 시내에는 오래된 냉면집이 여러 군데 있다고 하더군요.

 

 

여기는 옛 일심정 건물입니다. 이 집은 80년 전 건립된 목조 2층 건물로 당시에는 요리집이었으며 항상 손님들로 붐볐다고 합니다. 복원 된 후 후루사토라는 이름의 일본식 찻집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내부 형태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고 합니다.

 

 

후루사토 앞을 지나는 가족들 사진입니다. 한글로 된 커피 현수막만 아니면 일본의 어느 동네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풍경입니다.

 

후루사토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여명의 눈동자 촬영 장소로 유명한 건물이 있는데 사진을 찍지는 않았습니다. 건물 앞에 여명의 눈동자 관련 홍보물이 너무 덕지덕지 붙어 있어서 오히려 미관을 어리럽히더군요.



근대 문화의 거리 뒤쪽에 있는 공원에서 찍은 구룡포 항입니다. 옛 일본인 거주 시기에는 신사가 있었던 자리였다고 하더군요. 멀리 구룡포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양지 바른 자리였습니다.

 

포항시가 '구룡포 근대문화의 거리'를 만들어 관광객을 모으고 있는 것을 보니 마산의 옛 한일합섬 공장과 삼광청주 공장과 쌍용양회 사일로 같은 근대 문화 유적들이 다시 생각나더군요. 한일함섬이나 삼광청주 공장 한 곳만 잘 복원하였어도 '구룡포 근대문화의 거리' 보다 훨씬 멋진 근대 문화유산으로 복원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이 일은 지금의 포항시장이 나서서 한 일이라고 하더군요. 포항시장이 누군지 이름도 모릅니다만, 만약 포항시장이 창원시장이었다면 삼광청주 공장이나 쌍용양회 사일로 같은 근대문화유적을 흔적도 없이 없애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겠지요.

 

어떤 사람이 시장이 되느냐에 따라서 도시가 이렇듯 다르게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습니다. 구룡포는 이제 차를 타고 와서 과메기나 대게만 사서 훌쩍 떠나는 동네가 아니었습니다.

 

항구에 차를 세워놓고 대게를 주문한 후에 근대문화의 거리를 찬찬히 둘러보고 식당으로 가서 주문해놓은 대게를 먹고 떠나는 곳이 되었더군요. 근처의 호미곶은 잠깐 들러서 차를 세워놓고 구경하고 금새 떠나는 곳이었지만, 구룡포는 하루쯤 머무르면서 대게도 먹고 조용한 산책도 즐길 수 있는 문화마을이 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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