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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아침논단, 신경숙 표절 논란 그리고 문학 권력

by 이윤기 2015.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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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표절 논란과 문학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제 66회 아침논단이 7월 14일(화)에 개최됩니다. 아침논단은 제목 그대로 아침 일찍 모여서 간단한 주제 강의를 듣고 짧은 질의 응답과 토론을 나누는 모임입니다. 


마산YMCA가 주최하는 모임이지만 회원 뿐만 아니라 시민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론장입니다. 지난 65회를 이어오는 동안 지역사회의 중요한 현안들에 대하여 전문가가 참여하여 의견을 발표하고, 참가자들이 함께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이슈를 발굴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번 아침논단의 주제 발표는 경남대학교 배대화 교수가 맡았습니다. 사회적 이슈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신경숙 표절 논란에 대하여 이야기 해 줄 것입니다. 배대화 교수는 외국어대 노어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 지역 신문에서는 일찍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혹은 사는) 문학평론가 정문순이 먼저 표절 문제를 제기하였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던데,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신경숙의 표절 논란은 이응준의 허핑턴포스트 기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많이 알고 계시겠지만 문학평론가 이응준이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하였던 표절의혹은 아래와 같습니다. 표절의 증거로 제시한 아래 글 뿐만 아니라 이응준의 허핑턴포스트 기고 전문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링크 참조)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 미시마 유키오, 김후란 옮김, 「우국(憂國)」, 『金閣寺, 憂國, 연회는 끝나고』, 주우(主友) 세계문학20, 주식회사 주우, P.233. (1983년 1월 25일 초판 인쇄, 1983년 1월 30일 초판 발행.)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 신경숙, 「전설」, 『오래전 집을 떠날 때』, 창작과비평사, P.240-241. (1996년 9월 25일 초판 발행, 이후 2005년 8월1일 동일한 출판사로서 이름을 줄여 개명한 '창비'에서 『감자 먹는 사람들』로 소설집 제목만 바꾸어 재출간됨.)


*** 허핑턴포스터에 이응준이 쓴 글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 ― 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  전문 읽기 바로 가기



정문순이나 이응준 뿐만 아니라 이른바 문학계의 많은 사람들이 신경숙 표절에 대하여 알고 있었지만 이번 표절 주장에서 비롯된 출판사와 작가의 대응으로 인하여  표절논란은 더욱 확산되었고, 오히려 이른바 한국문단이 그동안 권력자인 신경숙의 표절 문제를  공개적,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하지 않았었다는 것도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졌지요. 

이응준에 따르면 "원래 신경숙은 표절시비가 매우 잦은 작가"라고 하더군요. 그는 앞서 인용했던 글에서 "재미 유학생 안승준의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의 서문과 파트릭 모디아노와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들 속 문장과 모티프와 분위기 들을 표절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하였습니다. 

아침논단에서는 바로 신경숙 표절 논란 뿐만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소위 '문학권력'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낯선 영역이지만 '문학권력'이 실재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그 위력도 막강하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회자되고 있지요. 


어쨌든 이응준의 표절 문제제기와 이후의 대응과정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신경숙의 경향 신문 인터뷰 이후 세간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신경숙은 경향 신문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문학인들을 비롯해 내 주변의 모든 분들, 무엇보다 내 소설을 읽었던 많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모든 게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내 탓”이라고 하였지요. 


아울러 “아무리 생각해봐도 임기응변식 절필 선언은 할 수 없다. 나에게 문학은 목숨과 같은 것이어서 글쓰기를 그친다면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다. 원고를 써서 항아리에 묻더라도, 문학이란 땅에서 넘어졌으니까 그 땅을 짚고 일어나겠다”고 하였습니다. 자신이 책임을 인정하였지만 일정한 선긋기를 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논란이 불러 일으킨 관심 덕분에 지역 현안을 주로 다뤄온 마산YMCA 아침논단에서 신경숙의 표절논란과 문학권력을 주제로 다루게 된 것 같습니다. 마산YMCA가 주최하는 제 66회 아침논단에서는 배대화 교수의 발표를 통해 이번 논란의 핵심 문제들을 짚어보게 될 것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