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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도 공부하는 건...좋은 사람 되기 위해...


[서평] 하이타니 겐지로가 쓴 <하이타니 겐지로의 생각들>


일본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해볼까? 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하였던 때가 있습니다. 바로 하이타니 겐지로라는 일본 작가 때문입니다. 이미 오래 전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태양의 아이> 같은 하이타니 겐지로의 책들을 읽은 뒤로 그가 쓴 책의 번역본은 동화부터 에세이까지 놓치지 않고 모두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가 쓴 다른 책들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졌습니다. 벌써 10여 년 전 유아대안교육에 관심이 많았을 때 <하늘의 눈동자> 유년편을 읽으며 느낀 섬세한 마음 묘사와 잔잔한 감동은 지금도 여운이 남아있습니다. 


당시 막 번역된 유년편을 읽고 소년편, 청소년편 번역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본어판이라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일본어 공부를 심각하게 고민하였던 것입니다. 


출판사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하늘의 눈동자> 전편이 번역 출판되지 않은 일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아쉽기만 합니다. 늘 그가 쓴 책의 번역을 기다리다 지난 겨울 <하이타니 겐지로 생각들>을 만났을 때 얼마나 반갑던지요. 이미 세상을 떠난 하이타니 선생을 다시 만난 것처럼요. 


10권이 넘는 책을 한꺼번에 주문해서 생일을 맞은 후배들에게 선물도 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눠 주기도 하였습니다. 그가 쓴 책은 사람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 따뜻함과 상냥함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마음을 위로하는 책, 요즘 유행하는 '힐링'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국내에 <하이타니 겐지로의 생각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이번 책은 일본에서 <상냥함이라는 계단>과 <분노는 흐르는 물처럼>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두 권의 에세이집에서 가려 낸 글들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이라고 합니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살아온 이야기 


짧은 글들을 모아 놓은 이 책의 첫 번째 글은 저자가 '등교 거부'를 선언한 소녀의 글을 읽으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괴로웠던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중학교 삼년 동안 등교를 거부했던 소녀는 결국 학교를 완전히 그만둡니다. 소녀는 학교에 다니면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고백합니다. 


"말하자면,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공부 외에, 공부 보다다 더 중요한 것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본문 중에서)


"인간에게는 상상력도 있고 창조력도 있으며, 감수성이라는 지극히 중요한 능력도 신에게서 받았다. 셋 다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판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교육의 장에서 제외된다." (본문 중에서)


예컨대 그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학교에서 말하는 학력의 칠십오 퍼센트는 암기력에 지나지 않으며, 교사가 하는 일의 칠십오 퍼센트 역시 아이들에게 뭔가를 암기시키는 일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젠 아이들마저 그 사실을 온몸으로 깨닫고 거부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지요. 


오키나와의 도카시키 섬에 살면서 길에서 만난 할머니와 잠깐 나눈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일러줍니다. 


"인간이 공부를 하는 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인간이 공부를 하는 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예요. 그러니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지요."(본문 중에서)


하이타니 겐지로는 "학교란 거저 교육행위가 이루어지는 하나의 장소"에 지나지 않으며, 자연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의 터전이라고 강조합니다. 가정, 학교, 지역공동체와 더불어 자연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교육환경이라는 뜻입니다. 




섬 사람들이 자연을 대하는 지혜


'섬에서 살다'라는 글을 읽어보면 도카시키 섬에 사는 잠수 낚시를 전문으로 하는 어부는 같은 장소에서 두 번 연이어 잠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 번 잠수한 곳은 적어도 보름 길면 반년 동안 들어가지 않는다더군요. 이 작은 섬에는 전업 어부가 두 명 밖에 없는데도 사방이 바다인 섬에 살면서도 이런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지요. 


"자연의 은혜를 누리는 것은 좋지만, 자연이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본문 중에서)


바로 섬사람들이 자연을 대하는 마음입니다. 어부들은 물고기를 함부로 다루면 굉장히 화를 낸다고 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물고기를 잡지만 그냥 물건으로만 여기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고기와 사람 사이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연대감을 가지고 있고, 물고기를 많이 잡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들만이 체험과 경험으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인생은 이십 년마다'라는 글에서 인생을 이십 년 단위로 나눠 살아온 자신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스무 살까지는 집중적으로 배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스무 살부터 마흔 살까지는 세상에 나가 일을 한다. 딱 한 번 살다 가는 인생이니, 다음 예순 살까지는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기간으로 잡는다." (본문 중에서)


그런데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 덕분에 예순 이후에도 더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럼 이때는 뭘 하고 살아야할까? 하이타니 겐지로는 예순 이후는 뜻밖에 얻은 덤과 같으니 뭘 해도 좋다고 말한다. 심지어 "여자(남자)한테 미쳐도 좋고 경마에 미쳐도 좋다"고 주장합니다. 


딱히 계획을 세웠던 것은 아니지만 저자 역시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두 번째 이십 년은 교사로 세 번째 이십 년은 소설가이자 작가로 그리고 네 번째 이십 년은 농사꾼 시늉과 어부 시늉을 하면서 자급자족 생활을 통해 인생을 즐기면서 살았으니까요.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겠지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요? 우리가 평생을 사는 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은 또 얼마나 될까요?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해보시기 바랍니다. 




농사를 잘 짓는 지혜와 사람을 사랑하는 지혜 


농부 시늉과 어부 시늉을 하면서 살기 위해서 하이타니 겐지로는 농부와 어부에게서 농사 짓는 법과 고기 잡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농사를 잘 짓기 위한 공부에서 배운 것은 바로 관심과 성실함이었더군요. 


"비결 같은 건 없어요. 밭에 있는 녀석들한테 발소리를 되도록 많이 들려주세요." (본문 중에서)


밭농사를 잘 짓는 비결을 물었을 때 들은 답이라고 합니다. 밭농사든 논농사든 모든 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어디 농작물만 그럴까요? 사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사람을 대하는 품성을 '상냥함'이라고 하였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상냥함이라는 것이지요. 


네가 모르는 곳에 

여러 인생이 있다

네 인생이 

둘도 없이 소중하듯

네가 모르는 인생도

둘도 없이 소중하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모르는 인생을 아는 일이다

(본문 중에서)


서로 모르는 인생들끼리도 발자국 소리를 자주 들려주면 사랑하는 사이가 될 게 분명합니다. 상냥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야 서로 사랑하며 다른 인생을 알아 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년 전인가 서울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사랑한 작가 이오덕, 권정생 그리고 하이타니 겐지로 특별전이 열렸었지요. 세 사람이 쓴 작품과 유품 등을 보여주는 전시회를 보러 서울까지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작가의 흔적을 발견하는 기쁨과 이미 우리 곁을 떠난 버린 서운함 같은 것을 깊게 느끼고 왔답니다. 


오랜만에 우리말로 번역된 하이타니 겐지로의 신간 <하이타니 겐지로의 생각들>을 읽는 것이 너무 설렜습니다. 비록 책을 통해서지만 그와 다시 만나는 것이 기쁘고 반가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생각들>에는 그의 '살아온 이야기'가 여러 곳에 묻어납니다.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Trackback 0 Comment 2
  1. 2017.05.19 11:27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저녁노을* 2017.05.25 05:3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책읽기가 이젠 쉽지 않군요.
    ㅎㅎ
    리뷰로 대신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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