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이 있는 2월은 아쉬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달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희망을 품는 달이기도 하고, 떠나고 헤어지는 아쉬움으로 서운한 달이기도 합니다. 지난 2월 제가 일하는 단체에서 운영하는 '유아대안학교'에서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준비한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졸업식은 대부분 오전 시간에 열리는 데 이 학교 졸업식은 밤에 열렸습니다. 졸업장만 전해주고 후다닥 끝내는 것이 아쉬워서, 그리고 직장 다니는 부모님들 사정을 감안하여 밤에 졸업식을 하였답니다. 사실, 낮에 하는 졸업식은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행사가 끝나기 무섭게 사진 몇 장 찍고 인사하고 돌아서기 바쁩니다.
교장 선생님 축사와 졸업장 수여 같은 판에 박힌 순서는 최대한 짧게 줄였고요. 대신 담임선생님이 아이 한 명, 한 명을 불러 1년 동안 활동을 기록한 사진을 넣어 꾸민 졸업앨범을 전해주었습니다. 보통 졸업 앨범은 모든 아이가 똑같이 인쇄된 앨범을 받아가지만, 이 앨범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주인공으로 만든 세상에 한 권씩밖에 없는 특별한 앨범입니다. 선생님이 직접 만든 가장 큰 졸업선물이기도 합니다.
밤에 개최한 유아 대안학교 졸업식
아이들은 졸업을 자축하는 공연을 펼칩니다. 노래도 부르고 동극 공연도 하였는데, 엄마·아빠와 가족들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연습 때보다 훨씬 진지하게 연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하지는 않지만 아주 특별한 졸업식이라고도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교사들이 준비한 졸업식에 이어 학부모들이 준비한 2부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졸업하는 아이들과 엄마들이 모두 나와서 선생님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아이들은 '뭉게구름'이라는 노래를, 엄마들은 '이젠 안녕'이란 노래를 불렀습니다.
공일오비가 부른 '이젠 안녕'은,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이런 가사가 담긴 노래입니다. 무대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는 학부모 중에는 헤어짐이 아쉬워 눈시울을 적시는 분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덩달아 담임선생님 눈에도 눈물이 맺히더군요.
이런 순서가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깜짝 놀란 담임선생님은 감동이 더 컸던 모양입니다. 이 날 졸업식은 학부모와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이 모두 정성껏 준비하여 서로 감동시킨 행사가 되었습니다.
학부모들이 준비한 2부 행사 인상적
대부분 졸업식 준비는 선생님 몫입니다. 학부모와 아이들은 그냥 손님일 뿐이지요. 그런데 이 졸업식은 달랐습니다. 학부모와 교사의 손길이 만나서 더 풍성하고 예쁜 졸업식이 된 것이지요. 서로서로 섬기는 따뜻한 졸업식이 이렇게 마무리되는 줄 알았는데 잠시 후 3부 순서가 또 있더군요.
어차피 졸업식이 끝나면, 각자 가족들끼리 외식을 하게 될 것이니, 집에서 한 가지씩 음식을 준비해와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제안을 어느 학부모가 하셨답니다. 서로 연락을 주고받은 학부모들이 음식과 밥 그리고 반주도 준비해왔습니다.
아빠들이 일어나 졸업식장을 정리하고 교실에 있는 작은 책상을 옮겨오자 어느새 훌륭한 졸업 잔칫상이 차려졌습니다. 처음엔 평소에 안면이 있는 가족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술과 음식을 나누다가 이내 아빠들끼리 모이고 엄마들끼리 모이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이별의 아쉬움을 나누었습니다.
올해로 문을 연 지 24년이 되지만, 이런 아름다운 졸업식은 처음이었습니다.
길게는 지난 3년, 짧게는 1년간 아이들과 교사의 만남, 학부모와 교사의 만남이 그냥 형식적인 만남이 아니었다는 것을 서로 마음으로 확인하는 그런 졸업식이었습니다.
※ 2009년 3월 20일, 경남도민일보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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