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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교육

11년 동결 가정양육수당 인상해야...

by 이윤기 2023.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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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10. 31 방송분)

 

오늘 오전 11시 20분, 국회 정론관에서 가정양육수당 인상을 요구하며 전국에서 모인 학부모 대표 9명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가정양육수당은 0~5세의 자녀를 둔 부모들중에서 아이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고 직접 돌보는 부모들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양육수당입니다. 오늘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는 어린 자녀를 두고 국회에 모여 기자회견까지 했던 엄마, 아빠들의 주장과 정부의 차별적인 영유아 보육 및 교육 지원 정책 그리고 가정양육수당 인상 문제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영유아 교육과 보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시작된 것은 1999년 저소득층 자녀의 유아학비 지원에서 시작되었고, 2002년부터는 전국의 만 5세 유아학비 지원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린이집에 취원 학부모에 대한 보육료 지원도 2000년부터 시작되어,2006년부터는 민간 어린이집의 기본보육료 지원과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부모 소득에 따라 차별적인 지원이 이루어졌지만, 점차 정부 지원이 확대되어 지난 2013년부터는 부모소득과 상관없이 전국의 모든 0~5세 아이들에 대하여 유아학비와 기본보육료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정부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 발달을 지원하고, 정부의 영유아 지원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하여 2009년부터 양육수당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초기에는 만 3세까지 그리고 저소득층 자녀만 지원하였으나 2013년부터 부모 소득에 상관없이 0~5세 양육수당 지원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에 대한 지원과 가정양육수당은 차이가 많았습니다. 2013년 부모소득과 상관없이 전 계층에 양육수당 지원을 시작하였을 때, 사립유치원이나 민간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경우 월 39만원 ~ 월 29만원을 지원하였는데, 가정양육수당은 20~10만원을 지원하였습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들은 가정양육을 하는 부모들보다 2~3배로 많은 지원금을 받게 되었는데, 이 비교는 학부모 지원금 차이일 뿐이고 실제로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대한 직접 지원금을 포함하면 5~6배의 지원금 차이가 발생하였습니다. 

바로 이런 정부의 차별적인 지원정책 때문에 가정양육에 대한 기피 현상이 발생하였고, 2010년~2015년 사이에는 이른바 보육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지금만큼 출산율이 낮지 않았고, 집에서 엄마, 아빠가 아이를 돌보면 정부지원금을 1/5 ~1/6 밖에 못받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한꺼번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면서...전국의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신입생 모집 전날 밤에 담요를 덮고 밤을 새거나 추첨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정부가 유치원, 어린이집 입학을 온라인으로 하도록 일원화하고, 마구잡이 중복지원을 할 수 없도록 해놓았지만, 마음에 드는 유치원에 입학시키기 위해 온 가족이 유치원마다 가서 입학 추첨을 하거나 선착순 모집을 하는 유치원 앞에서 줄을 서서 밤을 새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보육 및 교육대란은 2015년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유치원 어린이집 온라인 접수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대부분 해소 되었습니다만, 가정양육수당을 받는 아이들과 부모들에 대한 차별적인 지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2년 기준으로 어린이집(또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의 경우 매월 35만원(5세) ~ 55만원(만 2세, 24시 기준)까지 보육료(또는 유아학비)를 학부모에게 지원합니다. 그런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만 2세는 15만원, 만 3~5세는 100,000원의 가정양육수당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운영을 위하여 보육(교육)기관에 직접 지원하는 예산을 제외하고도 가정양육수당은 보육(교육)기관 지원금의 1/3~1/5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직접 지원하는 기관보육료와 각종 지원금을 모두 합치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1인당 지원금은 가정양수당의 7~8배나 많이 지원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지속되고 있는 것일까요? 이것은 우리 정부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통해서 지원하는 돈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과 보육비로 사용되지만, 가정양육을 하는 부모에게 직접 지원하는 돈은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아이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낼 때 지원해주는 정부지원금을 아이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엄마, 아빠에게 똑같이 지원해주면, 아이를 교육시설이나 보육시설에 맡기지 않고 그 돈을 받아 주식투자를 하거나 그냥 생활비로 써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지원금을 차등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13년 전 계층 가정양육수당이 도입된 이후 0~1세 20만원, 2세 15만원, 3~5세 10만원으로 책정된 가정 양육수당은 10년째 동결되어 있습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는 아이들의 유아학비와 기본보육료는 매년 조금씩 인상되고 있는데, 가정양육수당은 한 푼도 인상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0~1세 아이들에 대한 지원은 가정양육수당 대신 영아수당을 새로 만들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해부터 인상하였습니다.

사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대신 가정양육을 선택한 학부모들은 다 저마다 사정이 있습니다. 이들은 영유아기 아이들은 보육시설 보다 엄마나 이모, 할머니 등 가족과 함께 양육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분들입니다. 또 유치원 입학 연령인 만 3세 이상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이 가정양육을 하는 경우는 아이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아토피, 천식 혹은 ADHD와 같은 신체적 어려움 때문에 가정양육을 선택한 경우도 있고, 국가가 정한 표준 교육(보육) 과정 대신에 ‘대안교육’을 선택한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심지어 마땅한 보육시설이 없는 농산어촌 지역에 사는 경우도 있는데, 이 인원은 전체 영유아의 약 4%(만 3세 이상)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런 사정을 가진 엄마, 아빠들이 오늘 오전 11시 국회에 모여서 기자회견을 한 것입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경우에는 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으니 정부가 아이들을 차별하지 말고 똑같이 지원해달라는 요구를 하였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가정양육수당을 최소 20만원 이상으로 요구해달라는 주장과 함께 앞으로는 유치원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사정이 있는 아이와 부모들에게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과 차별없이 똑같이 지원해다라고 요구하였습니다. 


이것은 기관에서 아이들을 양육하는 보육교사나 유아교사의 노동은 사회적 노동으로 인정하면서 가정양육을 하는 양육자(엄마, 아빠)의 노동을 육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심각한 차별입니다. 보육전문가들은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갖지 못한 어머니(어머니)들을 대상으로 돌봄 노동에 대한 보상을 통해 공적 영역의 양성평등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차별적인 영유아지원정책이 올해 예산 국회에서 학부모들의 바람대로 꼭 고쳐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