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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밀키트 소비 증가와 기후 위기

by 이윤기 202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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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12. 12 방송분)

 

코로나-19로 외식을 중단하거나 많이 자제하고 또 최근 식료품 가격 상승을 비롯한 고물가로 인한 가계 부담이 가중되면서, 식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외식 비중을 줄이고, 밀키트 등 간편식을 통해 재료를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등 식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밀키트 소비 증가로 나타나는 쓰레기와 환경문제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밀키트는 필요한 식재료를 별도로 다 구입하지 않아도 되고, 간편하게 조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1인가구 2인 가구 뿐만 아니라 가정식으로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밀키트란 식사(Meal)과 조립세트(Kit)를 합친 단어로,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와 양념 등을 정량으로 손질하여 조리법과 함께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입니다. 조리 전 상태의 식재료를 조리법대로 직접 요리할 수 있도록 제공하기 때문에 재료를 직접 구입하고 손질하는 시간과 노동력을절약하고, 신선한 재료를 직접 요리하기 때문에 외식보다 건강하고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각광받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2016년 ‘닥터 키친’, ‘프레시지’ 등의 제품이 처음 출시되었으며,  CJ제일제당과 GS리테일, 이마트 등의 대기업에서과 풀무원 등 식품 전문기업들 그리고 한 살림, 아이쿱, 초록마을 등 유기농 매장에서도 앞다투어 밀키트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지요? 동네마다 밀키트 제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무인판매점도 등장하고 있구요. 홈쇼핑 채널에서도 매일 저녁 유명 셰프들을 내세운 밀키트 제품 판매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2020년 오픈서베이라는 회사에서 조사한 식료품 구매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전년 대비 외식빈도가 감소하였고, 특히 3~4인가구의 경우 66.7%가 감소하였습니다. 짐작하시는 대로 외식을 줄인 대신에 배달/포장 그리고 집에서 만들어먹는다는 응답이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특히 30~40대, 3인 이상 가구에서 외식 대신 밀키트를 구입하여 집에서 조리해 먹는다는 응답이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편의점 도시락과 햄버거, 샌드위치, 냉동 핫도그, 주먹밥, 삼각김밥, 냉동고기류는 소비가 감소하였는데, 밀키트 소비는 11.3%로 독보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여러 식품 회사들이 앞다투어 밀키트 제조에 뛰어들면서 과거와 달리 편리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맛도 좋아서 밀키트를 구입한다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부 밀키트 전문 제조기업들은 국내 유명 맛집과 제휴하는 새로운 밀키트 제품들도 내놓고 있는데요. 해당 가게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유명 맛집과 콜라보한 상품을 출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편리하고 맛도 좋아 밀키트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라면 밀키트 포장이 제품에 비해 과하다거나 너무 많은 비닐류나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셨을 겁니다. 

요즘 같이 환경문제가 심각해 지는 때에 과연 이래도 될까하는 고민을 가진 소비자단체에서 밀키트 제품 포장재 실태와 분리배출의 문제점에 대하여 조사를 해보았다고 합니다. 1년 이내 밀키트를 구입해 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밀키트에대한 소비자 의견을 온라인으로 설문조사 해 본 결과, 응답자의 75%가  밀키트 포장 크기가 내용물에 비해 과하다는 응답하였고, 79.2%는 밀키트 제품 포장에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 과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응답하였습니다. 

 

또한 밀키트 제품에 대한 불만사항 조사에서도 79.2%가 포장재, 비닐 등 포장 쓰레기가 많았다고 답하였고, 74.5%는 기대보다 식재료가 부실했다고 응답하였으며, 73.3%는 가격에 비하여 양이 적었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예컨대 소비자들은 밀키트 제품들이 사전에 손질되고 소포장 되어 있어 편리하지만, 일반 식재료에 비해 플라스틱이나 비닐류를 많이 사용하고 포장이 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같은 단체에서 지난 7월부터 10월 사이에 국내 판매중인 밀키트 176개 제품을 구입하여 포장재별 재질, 분리배출표시, 재활용 가능 여부 및 내용별 개별포장 등을 조사하였는데요. 176개 제품의 -식품 용기 또는 용기를 담고 있는 외포장재-는 249개로 조사되었고,  외포장재 중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는 전체 249개 중 196개(78.7%)로 나타났고, 재활용 어려운 포장재는 31개(12.4%)로 대부분 유색(검은색) PET(페트) 재질이었습니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재질을 사용한 포장재는 22개(8.8%)로 대부분은 코팅된 종이류 재질을 사용하고 있었답니다. 

또한 249개 외포장재의 재질에 대해 살펴본 결과 대부분이 PET(페트) 재질의 플라스틱이 가장 많았고, 그 밖에도 비닐류(Other), 종이류, 캔류(알미늄) 등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 중 무색 페트를 사용한 포장재는 94개(37.8%), 종이 50개(20.1%), 비닐류(Other) 42개(16.9%), 검은색의 페트가 31개(12.4%), 코팅 종이 22개(8.8%)로 나타났다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유색 페트(PET)와 코팅이 된 종이로 된 포장재의 경우 재활용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한편, 이번 조사 결과 동일 제조사 제품임에도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등급에 대한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제품이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 동일한 브랜드 제품인데도 유색(검은색) 페트(PET) 용기에 재활용 용이성 등급을 ‘재활용 어려움’으로 표시한 제품도 있었고, 재활용 용이성 등급을 표시하지 않은 제품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포장재의 재활용 용이성 등급은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를 받고, 재활용의 용이성에 따라 ‘재활용 최우수’, ‘재활용 우수’, ‘재활용 보통’, ‘재활용 어려움’으로 등급화 되고 ‘재활용 어려움’은 표시를 해야하는데, 표시를 하지 않거나 재활용 어려움 등급 포장재를 버젓이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코팅된 종이류 재질 포장 용기의 경우 소비자들은 종이로 생각하고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코팅 종이의 경우 분리수거대상에서 제외해 종랑제 봉투에 배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포장은 포장재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재료와 양념포장에서도 심각성이 드러났습니다. 주재료 뿐만 아니라 소스나 양념들이 각기 개별 포장되어 있는데, 동일한 요리로 비슷비슷한 구성품을 가진 밀키트라도 제조사에 따라 최소 3개에서 최대 14개까지 비닐포장이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비슷한 재료들은 같이 포장하여 포장을 줄인 업체도 있지만, 개별 포장된 재료를 다시 이중포장하여 재료수보다 포장재를 더 많이 사용한 경우도 있었는데요. 재료수에 비해 오히려 포장재 수가 더 많이 사용된 제품은 23개(13%)로나타났습니다. 

그 밖에도 조사대상 176개 제품 중 34개 제품은 종이, 플라스틱(PP), PET 플라스틱(Other), 비닐류(Other) 소재의 받침용 트레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내용물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트레이를 사용하는 경우겠지만, 동일한 제품 유형에서도 트레이를 사용한 제품과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 있어 일부 품목은 불필요하게 트레이가 사용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밀키트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입할 때 포장재를 잘 살펴보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는데요. 밀키트의 경우 포장재에 음식물 등이 묻을 수 있으므로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라고 하더라도 잘 헹구고 씻어서 분리배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적으로 재활용이 용이한 포장재로 바꾸는 업체의 자발적인 개선 노력, 정부 당국의 규제 강화 그리고 소비자들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소비자운동가들은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는 구호를 내세우곤 하는데요. 편리함만 추구하지 않고 재활용과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구매습관 변화가 기업과 정부를 추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