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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대기업 소유 80억 땅, 140억에 사는 이유 뭔가?

by 이윤기 2009.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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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부터 마산 오동동 옛 한국은행 터에 도심공원을 조성하자는 시민운동을 펼쳤던 마산YMCA는 최근 마산시가 이 터를 140억원에 매입하겠다고 하는 계획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마산YMCA 회원들은 옛 한국은행 터에 도심공원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이 땅을 마산시가 터무니 없이 비싼가격에 매입하는 것은 반대입니다. 지난 2003년 (주)부영이 84억원에 매입한 땅을 140억원에 매입하겠다고 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 입니다.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이 지역 상인연합회 회원들에 따르면 도심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오동동 일대의 땅값은 계속 해서 하락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산시는 (주)부영에 60여억원의 시세 차익을 보장해주는 납득하기 어려운 거래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마산YMCA는 옛 한국은행 터에 도심공원 들어서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특혜 의혹이 있는 과도한 예산지출로 시민의 혈세가 낭비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마산 YMCA는 지난 2002년에 오동동 '옛 한국은행 터 공원만들기 마산 시민행동' 을 결성하고 3개월 남짓 기간 동안 7만 여명의 서명을 받아 마산시의회에 도심공원 조성을 요청하는 ‘시민청원서’를 제출하였으며, 이후 100여 회의 거리 캠페인과 서명운동 등 지속적인 운동을 펼쳤왔습니다.

당시 시의회는 시민 청원을 부결하였지만 7만 여명 시민들이 공원조성을 바라는 서명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이 터를 공원으로 해야한다는 것은 보편적 시민정서가 되었습니다.

2002년 이후 국회의원선거, 시장 선거가 있을 때마다 후보들은 옛 한국은행 터를 시민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고, 습니다.  황철곤 시장 역시 출마 때마다 도심공원으로 조성을 약속하였습니다. 현직 국회의원 두 사람 역시 선거를 앞두고 이루어진 정책질의서 답변을 통해 도심공원 조성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었거나 후보자 공약으로 시민공원 조성을 약속하였습니다.

시장과 국회의원이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안타깝게도 시민공원 조성 약속은 쉽게 현실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 땅이 (주)부영이 소유한 사유지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주)부영 측에서 시민이 원하면 땅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140억 원 매입비용은 현실을 무시하는 터무니없는 금액일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주)부영이 이 땅을 가로채듯 매입하여 막대한 시세 차익을 남기는 것은 시민들의 도심공원 조성 희망을 짓밟는 부동산 투기 일 뿐 입니다.

2003년 옛 한국은행 터가 경매에 나왔을 당시 이미 마산시민 대다수가 이 땅에 도심공원 조성을 원하고 있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일 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부영은 납득할 만한 이유도, 개발 계획도 없이 이 땅을 매입하였습니다.

만약, (주)부영이 2003년 당시 계획대로 신마산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개발 사업을 진행하였다면, 옛 한국은행 터는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마산시민에게 무상으로 돌려줄 수도 있는 일 이었습니다. 
 

따라서 부영은 시민들이 공원을 만들려는 땅을 가로 채 막대한 차익을 남기는 부동산 투기를 한 것에 불과합니다. 부영이 부동산 투기를 위하여 시민공원 터를 가로챘다는 오명을 씻는 방법은 한 가지 방법 밖에 없습니다. 2003년 당시 법원 경매 구입가격인 84억 원에 마산시민들이 돌려주는 것이  온당한 일입니다.


둘째, 사업성이 없어 묵혀 둔 땅을 140억 원에 매입하는 것은 엄청난 특혜입니다.
 
대형 건설회사인 (주)부영에서는 이 땅을 매입한 후에 여러 가지 개발 계획을 세웠으나 사업성이 없어 현재까지 내버려두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몇 년 전에도 “옛 한국은행 터 1000평을 마산시가 소유하고 있는 가포부지와 교환하여 도심공원으로 개발하고, 나머지 500여 평은 부영이 도심에 복합상가로 개발"하는 계획이 세워졌지만,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없었던 일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이 땅을 그냥 내버려두고 있는 것은 빌딩을 짓거나 쇼핑몰을 세우는 것은 사업성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같은 경기 불황에 마산시가 이 땅을 매입하겠다고 나섰으니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주)부영이 소유하고 있는 옛 한국은행 터는 140억 원은 고사하고 그 절반 가격에도 매수자가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003년 (주)부영이 이 땅을 매입할 당시에 비하여 창동, 오동동 등 마산 도심 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5월말 발표한 개별공시지가만 보더라도 마산에서 가장 비싼 땅인 창동 133-1번지는 1년 사이에만 ㎡ 당 840만원에서 790만원으로 50만원이나 하락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유독 옛 한국은행 터만 2003년에 84억 원에 경매로 낙찰된 땅을 140억 원에 매입함으로써,  60여억 원의 시세 차익을 보장해 주겠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거래입니다.

마산시는 이 땅을 도로 확장을 위한 토지 수용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여, 공시지가의 1.5배를 보상해주는 140억원의 예산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옛 한국은행 터 매입은 도로확장과 같은 토지 수용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 땅은 건설업체인 (주)부영이 사업성이 없는 땅을 마산시에 매각하는 것 뿐 입니다. 따라서 시민들이 납득하고 신뢰할 만한 감정 절차를 통해 지역 부동산 시세를 반영하는 매입가격을 결정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