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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카드회사는 어제 당신이 한 일을 알고 있다

by 이윤기 2009.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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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현대카드 안전거래 서비스] 이윤기님 09/07 21:51 카드이용. 미사용시 연락바랍니다."

아래 사진과 같은 문자메시지가 들어와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 ~ 내가 카드를 잃어버렸나, 누군가 내 카드를 줏어서 썼는가?"

순간,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지만, 그 다음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면서 카드회사 '조기경보 시스템'이 작동하였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제가, 나름 소비자운동에 오랫 동안 몸 담고 있으면서, 신용카드 관련 강의도 여러번 했습니다. 그래서, 도난, 부분실, 불법복제를 비롯한 신용카드 불법 사용을 차단하기 위한  "조기경보'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막상 조기경보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은 처음으로 경험해 보았습니다.


▲ (좌)신용카드 '조기경보 시스템'에서 보내 온 문자, (우) 신용카드 거래내역 문자



출근 길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무섭더군요.

어젯밤 저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캔맥주 9,900원어치를 구입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신용카드 회사 조기경보 시스템에 '딱' 걸린 겁니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체크'가 되고 있습니다. 사진 오른쪽에 있는 저의 거래내역 문자메시지 발신 시간과 왼쪽 사진의 '조기경보 시스템' 문자 메시지 발신 시간이 똑같은 시간입니다. 초 단위 시간은 확인할 수 없지만, 이 정도면 실 시간 확인이 틀림없지요.


어떤 분들은 여기까지 듣고, 조기경보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킨 것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신용카드 회사 컴퓨터가 정확하게 제 '라이프스타일'을 알고 있구나하는 '끔찍한'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조기경보 시스템 왜 작동하였을까?

첫째, 저는 평소에 편의점에 잘 가지 않습니다. 편의점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아는  알뜰 소비자들은 한 밤 중에 꼭 필요한 물건을 사야하는 경우가 아니면 편의점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담배를 피지 않는 저는 밤 중에 편의점에 갈 일이 전혀없는 편 입니다.

둘째, 제가 캔맥주를 샀습니다. 술자리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좋아하지만, 술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집에 일부러 술을 사다두는 일도 잘 없습니다. 10년이 훌쩍 넘게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편의점에서 술 값만 결재한 경우도 아마 처음이지 싶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신용카드 회사 조기경보 시스템이 작동한 모양입니다. 평소 저의 라이프스타일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소비가 전산망에 딱 걸린 것 입니다.

말하자면, 신용카드 회사 전산시스템은 제가 평소에 어떤 식당에 자주가는지, 어디가서 쇼핑을 하는지, 어떤 물건을 반복해서 구입하는지, 인터넷 쇼핑을 얼마나 이용하는지와 같은 것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

카드회사 '조기경보 시스템'이 신용카드 도난, 분실, 복제 등으로 다른 사람이 부정사용하는 것을 조기에 알려주는 편리함이 있지만, 반대로 제가 어제 한 일을, 아니 지난 10여년 동안 신용카드를 사용해서 한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섬뜩'하더군요.

뿐만, 아니라 이 모든 일이 자동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 입니다. 전산망이 스스로 비정상적인 지출을 체크하여, 주의를 촉구하는 문자를 보내주고 있다는 것 입니다.

여러분, 신용카드 회사는 어젯밤 당신이 무얼 먹고, 무얼 마시고, 어디서 놀았는지 모두 알고 있답니다.

기분, 어떠세요?

만약, 신용카드 회사의 전산망에 들어있는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정보를 누군가가 훔쳐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