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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2010년 7월 마산, 진해는 사라진다

by 이윤기 2009.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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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산시의회와 진해시의회가 마산, 창원, 진해 행정구역 통합을 의회의결로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창원시의회가 같은 결정을 하는 경우 마산, 창원, 진해는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행정구역을 하나로 통합하게 됩니다. 2010년 6월에 치르는 지방선거에서는 마산, 창원, 진해 통합시의 시장과 시의원을 선출하게 되는 것 입니다.

지금 통합하면 마산은 역사에서 사라진다.

마산시의회의 이번 통합 결정은 마산의 정체성과 역사성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치욕적인 통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되고나면 마산과 진해는 도시 이름도 사라지고 도시의 정체성도 사라지고 결국 사회, 문화적으로도 창원에 흡수 통합 될 것 입니다.

우선 보기에는 인구와 도시규모가 비슷하니 대등한 통합이 될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것 입니다. 행정과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은 창원이 될 것이 뻔합니다. 상업 중심지는 창원 상남동, 고급 유통의 중심은 롯데백화점, 행정 중심은 창원시청, 문화의 중심은 성산아트홀, 창원시청광장을 중심으로 하여 반경 3km이내로 블랙홀처럼 집중화 될 것 입니다.

돈과 사람도 결국 중심부를 향하여 몰리게 되어 있습니다.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마산 내서지역을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내서는 마산 인구의 약 1/4이 살고 있는 중요한 주거 중심 지역입니다. 그렇지만, 내서에 사는 사람들은 시내에 비하여 내서는 늘 차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복지와 문화에서 후순위로 밀려나고, 하다못해 영화관도 하나 없는 곳이라고 불만이 터져나옵니다.

마산 + 함안 통합에 반대하는 글을 쓰면서 마산과 통합하면 함안은 없어진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만, 마산+창원+진해가 통합하면 마산과 진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 입니다.

이제 마산 시민들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민주화의 역사 자랑스러운 역사인 3.15마산의거에서도, 부마민주항쟁에서도  마산은 조금씩 퇴색될 것이고 결국에는 역사 책 속의 한 줄이 되어버리고 말 것 입니다.

어느 유명한 광고 카피에 이런 것이 있었지요?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아마 이렇게 바꾸어도 결코 틀리지 않을 것 입니다.

"마산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하면 그 중에 가장 센놈, 가장 경쟁력 있는 딱 한 놈을 중심으로 뭉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도상으로 봐도, 인구와 도시 인프라로 봐도 결국 창원이 중심이 되고 마산과 진해는 주변부가 될 것 입니다.

문제는 주민의 삶과 이렇게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차대한 결정을 시의원들끼리만 모여서 결정하였다는 것 입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줄기차게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산시의원들이 의회에서 결정해버린 것 입니다.

한 도시의 존폐가 걸린 결정을 선거를 통해 위임 받은 권한만을 행사해야 하는 의원들이 마음대로 결정해버린 것 입니다. 시의원들은 선거 때만되면 "일꾼, 머슴,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하였지만, 사실은 자기네가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입니다. 주인이 직접 결정해야 할 일을 자기네들끼리 의사당에 모여서 결정해버렸으니 말 입니다.

실제로 마산 시민 중에는 아직도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심지어 행정구역 통합이 된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는 시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주인도 잘 모르는 일을 심부름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자기네들 마음대로 결정해버린 것 입니다. 말로는 늘 "풀뿌리 민주주의"를 외치더니, 풀뿌리 민주주의의 싹을 뭉개는 결정을 해버린 것 입니다.

정말 꼭 두고 보겠습니다. 통합을 주장하시던 분들이 외치던 것 처럼 마산이 더 살기 좋은 도시가 되는지 꼭 두고 보겠습니다. 오늘 지역 주민들이 직접 투료로 결정해야 할 중요한 문제를 자기들 마음대로 결정한 시의원들의 이름을 영원히 제 블로그에 남겨두려고 합니다. 블로그는 훌륭한 '기록관'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년 후에 과연 누가 옳았는지 꼭 한 번 따져보렵니다.

이제 내년 6월 말이면 마산시의회는 없어지게 생겼습니다. 통합 시의회에서 마산시의 역사를 얼마나 잘 보존해줄지 알 수 없어 이번 결정에 참여한 마산시의원들의 명단을 제 블로그에 옮겨둡니다. 나중에 이 분들이 얼마나 훌륭한(?) 결정을 하였는지 한 번 두고 보겠습니다.

☞ 더 보기를 누르시면 오늘 경남도민일보 기사와 마산을 역사의 뒤안 길로 보낸 결정을 한 마산시의원 명단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