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블로그 풀뿌리 정치와 통(通)할까?

by 이윤기 2010. 1. 27.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지난주 수요일 서울 노원구에서 풀뿌리 정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인 '좋은정치 노원씨앗 모임'에 가서 블로그 활동 사례 발표를 하고 왔습니다. 기라성 같은 파워블로그들이 서울에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촌(?)에 있는 경력 16개월의 동네 블로그가 서울까지 가서 강의를 하였답니다. 

서울에 있는 잘 나가는 파워 블로거들 보다 블로그를 더 잘 해서라기 보다는 제가 지역 운동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블로그 활동으로 연결짓는 포스팅을 열심히 하고 있었기 때문인 듯 합니다. 보다 직접적인 계기는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한 풀뿌리활동가를 위한 인터넷 리더십 교육에서 제 발표를 들었던 활동가분의 추천이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좋은정치 노원씨앗 모임은 지역 풀뿌리 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민들의 모임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모임에서 주최한 <좋은정치 씨앗학교>에 세번째 강사로 참여하였습니다. 이번 1월 6일(수)부터 2월 3일(수)까지 열리는 이번 강좌에는 노원지역 촛불시민, 각정당(민노당, 진보신당, 참여당, 민주당)에서 구의원 후보로 출마하려는 사람들과 일반 당원 그리고 지역운동 단체 활동가들이 참가하였다고 합니다.


<좋은정치 씨앗학교 강의 내용 자세히 보기>

제가 받은 강의 주제는 블로그가 통通)할까? 풀뿌리 소통 그리고 블로그 였습니다. 솔직히 블로그 16개월 한 제가 아직 블로그를 주제로 담론을 이야기할 만한 고민과 경험이 없기 때문에 주제와 상관없이 지난 16개월간 체험한 저의 블로그 활동 경험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먼저 제가 블로그를 하게 된 계기를 말씀 드렸습니다. 개그맨 전유성씨의 유명한 광고 카피 중에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라는 것이 있었지요. 저는 "블로그 1년만 하면 이윤기 만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부터 풀어나갔습니다.

실제로 불과 16개월 전에 저는 블로그가 뭔지 모르는 이른바 '블맹'이었습니다. 블로그 한 번 해보라는 권유에 '다음에도 블로그 있고, 네이버에도 블로그 있는데 무슨 블로그를 또 하라는 이야기야?'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2008년 9월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한 '시민운동가 인터넷 리더십 교육'에 참가하였던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1인 미디어로서 블로그 활동에 눈뜨게 되었지요. 제가 블로그를 만들어서 초기에 어떤 글을 어떻게 포스팅하였는지, 어떤 글이 네티즌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는지 하는 사례를 소개하였습니다.

그날 강의에서는 저의 대표적인 블로그 활동 사례로 우유 강제 급식 문제, 한국은행 터 부지 매입 비용 문제, 도시철도 문제 그리고 점자 보도 블럭 문제를 말씀 드렸습니다. 특히 점자보도 블럭 문제는 지역 블로그들이 자연스럽게 같은 주제에 대한 포스팅을 이어가면서 이슈로 부각되고 마산, 창원, 진해로 연결되면서 '실비단안개님'이 중요한 성과를 만들어낸 이야기까지 풀어갔습니다.

아~ 그리고 블로그들의 포스팅을 통해 이슈로 부각되고 결국은 방송 보도를 이끌어낸 '사이판 총기 사건'이 블로그를 통해서 증폭되는 과정도 짧게 소개하였습니다.

강의를 하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경블공 모임과 경남도민일보 블로그 강좌를 통해 공부한 것들이 소중한 밑천이 되고 있더군요. 어느 순간 경블공 모임과 경남도민일보 블로그 강좌에서 듣고, 토론하고, 고민했던 이야기를 막 써 먹고 있더군요.



두 번째는 시민운동을 하는 제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를 말씀드렸습니다.

"살아가면서 신문 기자에게 혹은 방송국에 취재 요청하고 싶다. PD 수첩이나 추적 60분에 제보 했으면 좋겠다 싶은 일이 있었다면 블로그를 하세요"

저는 사람들에게 블로그를 해보라고 권유할 때 이렇게 말 합니다. 저 역시 신문에 제보하고 싶은 이야기 방송에 제보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 블로그를 통해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보도자료 작성하고 취재 요청하고 성명서 작성하던 노력을 조금 변형하여 블로그를 통해 네티즌들 직접 소통하며 아울러 신문, 방송 등 기존 매체와도 소통하고 있는 것이지요.

제 경험으로 볼 때 보도자료나 성명서를 작성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블로그를 통해서 자기가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풀뿌리 단체 활동이나 크고 작은 모임에서 활동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블로그 활동에 정착 할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나 아고라 토론방 같은 곳에 긴 댓글을 달아 자기 주장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구요. 친구에게 시시콜콜한 주변 이야기, 살아가면서 느끼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해줄 수 있는 분들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구요.

블로그에서 통(通)하는 이야기는 심각한 주장이나 문제제기 보다도 친구에게 이야기 하듯이 하는 이야기들이 더 잘 통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딱딱한 성명서 보다는 친구에게 '어이없는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이야기 해주듯이 글을 쓰는 것이 네티즌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쓴 글, 그리고 제가 아는 블로그들이 쓴 글 중에서 이런 저의 생각을 뒷받침해줄 만한 글들을 골라서 직접 보여 주며 말씀을 드렸습니다. 역시 블로그 강의는 PPT 보다는 블로그 화면에 적절하게 링크를 걸고 꼭 필요한 내용만 PPT로 만들어서 블로그에 올려 놓고 함께 보면서 강의하는 방식이 좋은 것 같습니다.

강의 말미에는 지난번 경남도민일보 블로그 강좌 때 '커서'님께서 발표하셨던 양산 보궐선거 사례 중에서 몇 가지 이야기도 전해드렸습니다. 특히,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기존 매체를 통해서 유권자들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블로그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강조해서 말씀드렸습니다.

10대, 20대, 30대의 인터넷 이용률이 98%를 넘는 나라에서 블로그를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을 시도하는 노력을 시도 조차 하지 않는 것은 곤란하다는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 본인은 물론이고 후보를 지지하는 단체나 개인들이 블로그를 통해서 후보를 알리는 활동을 해 볼 수 있겠다는 제안도 하였습니다. 아울러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자 집단'과의 일상적 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하였습니다.

질의응답 시간과 뒷풀이 시간에 나눈 이야기 중에는 지역신문과 블로그 활동을 적절하게 연계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마침 수강생 중에 지역 신문을 발행하시는 사장님이 계셨는데, 메타블로그 구축은 물론이고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하면서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을 지면에 싣는 저희 지역 사례를 도입하겠다는 생각을 밝히시더군요.

강의를 다녀오면서 개인적으로 참 부러웠습니다. 서울은 경남지역 보다 범야권이나 개혁 진영의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지 몰라도 기초의원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만약 저희 지역에서 이런 강좌를 열어 출마예상자들을 모집하였으면 과연 몇 명이나 모였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니 참 서글펐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블로그가 풀뿌리 정치와 통(通)할 수 있다는 사례가 여러 곳에서 만들어지는 선거가 되리라고 예상해 봅니다.

※ 인문학 카페 '엘까미노'
강의 장소는 노원문고 본점 옆에 있는 인문학 카페 '엘까미노'였습니다. 크지 않은 카페였지만 빔프로젝트를 비롯한 강의 시설이 비교적 잘 되어 있었습니다. 커피맛이 좋은 아늑한 북카페였는데, 아마 이번 강좌를 위하여 장소를 공짜(?)로 제공해주신듯 하였습니다.

이날 노원문고 사장님께서도 강의에 함께 참여하셨더군요. (사진에 보시면 멋있는 신사분이 있습니다.) 나중에 벽에 붙어있는 포스트를 보니 인문학 강좌도 정기적으로 열리는 모양이었습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마련한 지역사회의 사랑방 같은 훌륭한 문화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 기사 - [서평]블로그 명박을 쏘다

블로거, 명박을 쏘다 - 10점
김용민.MP4/13 지음/별난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