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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으로 떠난 父子, 학꽁치 떼를 만나다.

by 이윤기 2008.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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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 송정 한솔마을 '갓후리' 전통 고기잡이 체험


영차~ 영차~ 영차~ 영차~"

가을운동회에서 줄다리기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바닷가에서 두 팀으로 나눈 아빠와 아이들이 기다란 밧줄을 잡고 뒷걸음을 치며 당깁니다. 마주보고 줄을 당기는 것이 아니라 멀찌감치 떨어져서 서로 바다를 바라보고 뒷걸음치며 줄을 당깁니다.

삼십분이 넘게 장정 40여명이 두 패로 나뉘어 운동회 줄다리기보다 힘든 그물당기기를 계속하였습니다. 팽팽하게 늘어진 줄을 삼십분쯤 당기자 커다란 그물이 딸려 들어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고개를 세운 학꽁치떼가 그물에 걸려 올라왔습니다. 여기저기서 "와~" 하는 탄성과 함성이 이어집니다.

지난 주말, 남해 송정 바닷가에 있는 한솔체험마을에서 전통 고기잡이인 '갓투리체험'을 하였는데, 150여마리가 넘는 학꽁치떼가 그물에 걸려 올라 왔습니다. 삼십 분 넘게 바닷에서 그물을 당겨 올리며 지쳤던 사람들이 얼굴에 웃음이 넘칩니다. 너도 나도 그물에서 건저올린 고기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느라고 바쁩니다.

아빠와 아이, 40가족이 '갓후리' 고기잡이이 체험에 참가하여, 150마리가 넘는 고기를 잡았습니다. 140여마리의 학꽁치와 낚시꾼들이 좋아하는 감성돔을 비롯하여 농어, 도다리, 서대, 쥐치, 한치 등을 한 상자나 잡아 올렸습니다. 

'갓후리'는 지금처럼 엔진이 있는 배가 많지 않았을 때, "배 한 척이 바다에 나가서 그물을 치면 마을사람들이 모두 바닷가에서 밧줄에 묶인 그물을 당겨 고기를 잡는 전통 고기잡이 방식"을 이르는 말입니다. 암초나 갯바위가 없고 경사가 완만하며 해저가 평탄한 해안에서 그물을 육지로 끌어들여 고기를 잡는 것입니다.

바다에 나가 그물을 드리운 선장이 깃발을 들고 신호를 보내면, 바닷가에서 양쪽으로 줄을 잡은 사람들이 균형을 맞추어 줄 당기기와 간격 좁히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바닷속에 드리운 그물을 조금씩 좁혀오는 방식입니다.

처음 '갓후리 체험'에 참가한 아빠들은, 삼십분 이상 이어지는 힘든 그물당기기에 이내 시큰둥해졌습니다.

"선생님 이렇게 힘 빼 가지고, 고기가 올라오기는 합니까?"

"한 마리도 안 올라오면 이렇게 힘 뺀 것 누구한테 보상받습니까?"

그런데, 막상 바닷가로 끌어 올린 그물에 학꽁치 떼가 올라오자 "야! 얼른 회 쳐서 소주 한 잔 해야지" 하며 아이들 보다 더 좋아합니다. 커다란 바구니에 직접 그물을 당겨 잡아 올린 물고기 들고 의기양양하게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송정마을 회장님과 사무국장님 그리고 평소 낚시 꽤 다니셨던 아버지 몇 분이 비늘을 치고 내장을 빼내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며 횟감 손질을 합니다. 횟감을 모두 손질해서 쌓아보니 식당에서 음식을 나를 때 쓰는 커다란 알루미늄 쟁반에 한 가득입니다.

여럿이 모여서 회를 썰며 소주잔을 기울입니다. 감성돔 썰어서 한 잔, 농어 썰어서 한 잔, 도다리 썰어서 한 잔, 학꽁치 썰어서 한 잔 하다보니, 회를 썰며 소주 열다섯 병을 가볍게 비웠습니다.

20센티쯤 되는 학꽁치의 뼈와 껍질을 발라내 썰어 주었더니 아이들도 맛있다며 잘 먹었습니다. 서로 "우리 아빠가 잡은 고기다", "아까 나도 고기 잡아봤다" 하며 신이 나서 매운 초고추장에 찍어서 '호호~' 맵다면서도 신이 나서 좋아하였습니다.

아이랑 아빠랑 함께 떠나는 여행, 지난 주말 제가 일하는 YMCA 아기스포츠단 가족들과 남해 송정한솔 체험마을로 '아빠랑 캠프'를 다녀왔습니다. 매년, 1년에 한 번씩 아빠와 아이가 떠나는 캠프를 진행하는데, 올 해는 남해 송정 한솔마을로 어촌체험을 다녀왔답니다.

갓후리 체험을 하고 저녁을 먹고 아빠와 아이들이 마을을 돌며 '추적놀이'를 하였습니다. 밤 열시가 넘어 아이들이 모두 잠자리에 든 후 아빠들은 냉장고에 숙성(?) 시켜두었던 학꽁치를 안주 삼아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밤 12시가 넘어까지 소주잔을 기울이며, 싱싱한 생선회를 안주 삼아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아직 학꽁치가 여러 접시가 남아있더군요. 이젠 회로는 더 못 먹겠다며, 부지런한 아빠 몇 사람이 '튀김'을 만들어 오겠다며 주방으로 들어갑니다. 밤중에 밀가루, 계란을 구해와서 학꽁치회와 손질할 때 모아두었던 살이 붙은 뼈를 튀김으로 만들어왔습니다. 

회를 실컷 먹고 더 이상 젓가락이 가지 않을 때 쯤 만들어 온 고소한 학꽁치 튀김은 다시 훌륭한 안주로 거듭났습니다. 직접 잡아 올린 싱싱한 학꽁치 회와 튀김 때문에 집에서 준비해온 돼지고기 바비큐 재료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습니다. 결국 돼지고기를 준비해 온 집에서 집으로 되가져가게 되었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돼지고기 준비 안 하는 건데…" 하며 즐거워하였습니다. 그런데, 갓후리 체험을 할 때마다 고기가 많이 잡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는 사람이 송정마을에서 '갓후리' 체험해서 생선회를 실컷 먹고 남아 아이스박스에 담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갔다가 빈 그물을 끌어올리고 실망하는 일도 많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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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마을 갓후리 체험은 한두 가족으로는 곤란합니다. 원래 마을 사람들이 함께 고기잡이에 나섰던 것처럼, 그물을 당기려면 적어도 어른 40명 이상은 참가해야하며 사전예약을 하고 가셔야 한답니다. 가끔은 빈 그물이 올라 올 때도 있기 때문에 고기를 많이 잡겠다는 마음은 내려놓고 모든 것을 운에 맡길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갖고 가셔야 즐거운 체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해 송정 한솔체험 마을 누리집은 http://sjhansol.com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