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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실업 늘고 복지 줄이면 그들이 갈 곳은 감옥뿐 !

by 이윤기 2010.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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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로익 바캉이 쓴 <가난을 엄벌하다>

범죄와의 전쟁은 민주주의나 복지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대체로 범죄와의 전쟁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타난다.

범죄와의 전쟁, 기초 질서를 강조하면 어김없이 경찰권이 강화되고 진짜 범죄자 대신 수많은 피라미들이 소탕(?)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군사독재정부 시절에 '삼청교육대'라고 하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범죄와의 전쟁 사례를 경험한 나라이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 절반을 지나는 동안 부자 감세정책, 복지 후퇴 그리고 검찰과 경찰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가 벌어지는 상황이라 로익 바캉의 <가난을 엄벌하다>는 우리 사회를 비춰보는 거울 역할을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프랑스 출신 사회학자 로익 바캉은 미국 뉴욕사례를 중심으로 연구를 해봤더니 범죄와의 전쟁으로 그냥 피라미들만 소탕되는 것이 아니라 주로 '가난한' 피라미들이 소탕의 대상이더라고 한다.

신자유주의라는 조작된 이데올로기에 지배당하는 우리들에게 세상에 "가난한 자를 위한 패자부활전은 없으며, 가난한 자를 위한 탈출구도 없고 철저히 닫힌 폐쇄회로 이쪽저쪽을 왔다갔다할 뿐이라고. 변화를, 상승을 꿈꾸며 열심히 산다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라고" 우울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불행히도, 그가 처음 책을 쓴 후 10여년 이 지났는데, <가난을 엄벌하다>에서 제기한 가설은 정확하고 끔찍한 현실이 되었다고 한다. 그의 놀라운 예측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그가 쓴 책 <가난을 엄벌하다>는 19개 국어로 번역되어 세계의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결론은 이렇다. 복지를 축소하는 정부가 몰아내는 가난한 자들이 갈 곳은 결국 감옥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어떤 이유 때문에 감옥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지, 그 감옥은 어떤 자들로 채워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흐름이 왜 지구 곳곳으로 번져가고 있는지를 규명하는 책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결론이 있는데, 프랑스 사회학자가 그걸 실증적으로 연구한 셈이다.




가난뱅이 가득 채워 일자리 늘리는 감옥 산업

아울러 범죄자를 격리하는 형무제도가 오늘날 감옥산업으로 점점 더 번창하고 있는 놀라운 현실에 들려준다. 상상해보았는가? 민간업자가 감옥을 경영하고, 감옥산업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감옥회사의 주식 값이 폭등하는 현실을.

지구촌 곳곳에서 이것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가?

"바야흐로 2010년 최초의 민영교도소가 문을 연다고 합니다. 아가페 민영 교도소인데요. 종교 단체이니 비영리를 내세우긴 합니다만 설립 비용 약 300억 원은 한국교회가 부담하고 연간 약 46억 원을 국가가 부담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전 국립교도소의 교화 실패와 형무소 과밀 수용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 고육지책을 내었다고 하는데요."(본문 중에서)

여러분은 이런 놀라운 사실을 알고 있었나? 미국에서는 이미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교정회사가 주식시장에까지 진입할 정도로 정말 잘 나가는 회사로 각광 받고 있다고 한다.

비영리로 출발한 한국 민영교도소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인류애라는 이름으로 감옥을 짓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특정 종교단체에 국가의 형벌권이 위임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예수의 사랑(?), 감옥에서는 어떻게 실천될까?

이 이야기는 저자 로익 바캉과 옮긴이 류재화의 대담 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라 더 이상 자세한 정보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에 특정 종교에서 운영하는 민영교도소가 생긴다는 것이다.

로익 바캉은 범죄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감옥을 없애야한다고 주장한다. 감옥에 오기 전에 범죄 행위를 예방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소자들을 감옥에 다시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은 이들이 사회에 나가 다시 일을 찾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게 하는 것이지 감옥을 짓는 게 아니잖습니까?" (본문 중에서)

세상에 어떤 감옥도 범죄를 줄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좋은 감옥이라도 인간성을 파괴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로익 바캉은 사람들이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없애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는데도, 미국에서 시작된 '형벌국가' 제도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기막힌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톨레랑스 제로 정책

신형벌주의, 톨레랑스 제로 정책이 시작된 곳은 뉴욕 맨해튼이라고 한다. 뉴욕의 인기 판사 줄리아니가 1993년 시장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새로운 경찰 및 형벌 정책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백인 주도 공권력이 어린 절도범을 폭력적으로 체포하고, 거지, 부랑아, 노숙자를 거리에서 몰아내고 불우한 불법 체류자들을 강제 추방하는 일이 합법화되기에 이르렀다."(본문 중에서)

줄리아니 시장에게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곳은 맨해튼연구소이고, 이런 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한 책임자는 뉴욕시 경찰국장으로 부임한 월리엄 브래튼이라고 한다. 그들은 경찰과 치안인력을 늘이고, 업무 결과를 통계화 하여 정보체계를 강화하였다.

줄리아니 시장과 브래튼 경찰국장은 "만취, 난동, 구걸, 풍기문란, 단순 위협, 집없는 부랑아들이 보이는 반사회적 행동"을 모두 범죄로 규정하고 미미한 소란에도 경찰력을 투입하였다는 것이다.

브래튼은 5년 동안 치안 예산만 40%를 인상하였으며, 1만 2천 명의 경찰을 신규로 채용하였다고 한다. 대신 같은 시기에 뉴욕시 사회복지 예산은 1/3이 삭감 되었고 관련 공무원 8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복지는 줄어들고 경찰이 늘어나면 그것도 과도한 법집행을 일상적으로 하는 경찰이 늘어나면 결국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로 뉴욕시가 그 답을 보여준다.

"경찰 공권력에 의한 체포자 수가 샌디에이고에서 3년 동안 15% 감소한 데 비해 뉴욕에서는 24% 증가해 1996년 체포된 인원만 31만 4천 292명이라는 터무니없는 숫자를 기록했다. 경찰을 탄원하는 고발 건수가 태평양 연안 도시에서는 10% 하락한 반면, 줄리아니 시장이 진두지휘하는 도시에서는 60%나 상승했다." (본문 중에서)

참으로 답답한 일은 이런 현실이 세상에는 거꾸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뉴욕시가 만든 엉터리 자료를 근거로 미국 및 해외언론이 대대적으로 범죄가 줄어들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내 유럽과 남미로 빠른 속도로 번져나갔다는 것이다.

복장, 걸음, 태도, 얼굴색이 범죄의 증거

주요 언론의 펌프질(?) 덕분에 아주 짧은 시간에 뉴욕은 주요 범죄도시에서 갑자기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심각한 문제는 실제 통계를 살펴보면 뉴욕은 주요 범죄 도시였던 적도 혹은 안전한 도시였던 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유럽과 남미의 정책담당자들이 거리의 잠재적 범죄자들을 쫓아버린 뉴욕시의 치안정책에 환호하면서 '톨레랑스 제로' 정책은 짧은 시간에 '세계화' 되었다는 것. 실제로 뉴욕에서 일어난 일을 조금 더 살펴보면 이렇다.

"전국도시연맹에 따르면 톨레랑스 제로 부대가 민간 복장으로 복면 패트롤카를 타고 수사를 벌여 2년 동안 길거리에서 복장, 걸음, 태도, 특히 얼굴색만 보고 검거, 체포한 자만 4만 5천 명이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3만 7천 건이 관련 없다고 판명되었고 남은 8천 명 중 절반이 법원에 의해 기소 무효 처리되었으며, 남은 4천 명만이 체포 혐의가 입증되었다. 11명 중 1명꼴인 셈이다." (본문 중에서)

정작 같은 기간에 뉴욕에서는 수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대대적인 시민 불복종 시위가 일어나고 1천 2백명이 넘는 시위대가 경찰 본부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 지역구, 전국구 의원 1백여 명과 전 뉴욕시장 퇴직한 흑인 경찰관 등 다수가 참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똑같은 상황에 대해 뉴욕시에 사는 백인들의 평가는 달랐다. "뉴욕 백인은 58%가 범죄 엄벌주의를 실시한 줄리아니 시장을 칭찬했고, 87%는 이제 덜 위협 받고 사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줄리아니 시장의 톨레랑스 제로 정책은 흑인과 유색인종,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적대적 폭력적 힘으로 작용하였지만, 부유한 백인들에게는 '안전'이 강화 되었다는 느낌을 주었던 것이다. 결국, 반인권적인 형벌강화 정책이 빠른 속도로 세계화 된 것은 바로 부유한 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이런 이유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영국을 거쳐 유럽 여러 나라로 빠르게 확대되었으며 북유럽 복지 국가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고 한다. "톨레랑스 제로, 야간 통행금지, 히스테리 수준의 청소년 범죄 고발, 큰물고기 대신 피라미만 잡은 식의 마약 판매책 일망타진, 사법 처리 대상 연령의 하향화, 전과자 구속 강화, 재판 부속 기관들의 민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어졌다.

한 번도 법을 위반한 적 없는 수만 명의 젊은이를 잡아가두는 일이 세계 도처에서 벌어진 것이다. 인건비와 장비를 늘이면서도 실제 효력도 없고 명분도 없는 치안조치는 점점 더 확산되었다.

직장, 복지에서 내쫓기면 감옥으로...

유럽 국가들은 사회보장을 줄이는 대신에 형벌을 강화하였고, 일자리 만드는 정책 대신에 감옥과 경찰서를 늘이는 정책을 채택하였다. 감옥을 늘이는 정책의 본보기도 역시 미국이다. 아래는 미국교정연합이라는 감옥회사의 눈부신 프로필이다.

"총 매상고 4억 달러, 재소자 5만여 명, 나스닥 주식시장에서 회사명만으로도 순이익을 내며, 10년 사이 시가가 40배 오른 미국 최대 교정 기업이다."
"영국 민영 형무소 내 재소자 수는 1993년 2백 명에서 지금(1999년)은 4천명 가까이 된다."


형벌강화 정책, 톨레랑스 제로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이들 정책이 치안예산을 막대하게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을 감옥에서 돌보는(?)데, 세금을 쏟아 부은 것이다. 1975년 38만 명이었던 수감자는 85년에 74만 명으로, 95년에는 1백만 5천명으로 98년에는 2백만 명에 이른다.

아울러, 주류 정치권과 언론의 사탕발림과 달리 미국 감옥에는 위험한 강력범들 대신에 잡범, 절도 혹은 공공질서 단순 교란범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복지혜택에서 밀려난 노동자 계층, 유색인종, 무산계급들이 감옥을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로익 바캉이 쓴 <가난을 엄벌하다>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는 책이다. 세계화와 복지국가의 쇠퇴가 경찰국가, 감옥국가를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책의 탁월함은 '형벌 강화 정책'이 확산되는 이유와 변화 모습을 제대로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적 규제 완화, 노동 유연화로 계급 간 계층 간의 갈등이 심해지자 강력한 형벌 정책이 등장하였다는 것이다. 사회복지를 포기한 정부가 모든 책임을 도시 외곽의 가난한 자들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에 출간된 책을 번역한 류재화는 프랑스에서 로익 바킹을 직접 인터뷰하여 한국어판에 보태는 특별한 노력을 더했다. 더 놀라운 자료와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독자들은 직접 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가난을 엄벌하다 - 10점
로익 바캉 지음, 류재화 옮김/시사IN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