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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5 08:07

오늘 지하철에선 누굴 훔쳐보셨나요?

문화의 발견!
책을 읽을수록 참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찬호가 쓴 <문화의 발견>은 KTX, 찜질방, 피시방, 노래방, 화장실, 길거리 등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 가까이에 있는 30개 공간을 중심으로 삶과 문화를 탐구한 기록이다.


그는 "평범한 세계를 낯선 눈으로 바라보면서 현상의 이면을 들추어가는 생활견문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가 주목한 30개의 공간은 우리가 늘 부딪히고 목격하고 살아가는 곳이다.

그가 생활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읽기에 주목하는 것은 "외국이론 위주의 추상 담론으로 치우치면서 정작 우리의 구체적인 경험을 읽어내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쓴 책 <문화의 발견>은 생활세계의 다양한 현장들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방문함으로서 독자들이 다시 한 번 자신을 만나는 기행문이 될 것이라고 한다.

"시각적 대상이 난삽한 도시 경관에서 그 무엇도 의미 있게 지각하지 못하듯이,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것을 보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본문 중에서)

책에 나오는 글들은 2005년 5월부터 한겨레신문에 연재했던 원고를 수정하고 확장한 것이라고 한다. 원래 신문 기사에 비하여 원고는 두 배 정도 늘어났다. 각주를 달고 관련된 시각자료를 첨부하였으며, 각 단원마다 생각할 과제를 붙여서 재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기자가 읽었던 한겨레 기사와 비교하여보아도 틀림이 없다.

문화의 발견은 모두 6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는 주제별로 각각 5곳씩 다른 공간에 대한 문화 읽기로 짜여져 있다. 예컨대 제 1부는 '이동과 교통'이라는 주제로 버스, 지하철, 승용차, KTX, 그리고 공항에 관한 문화읽기를 담은 글이다. 2부에서 6부까지는 '유희와 교류', '유통과 서비스', '거주와 돌봄', '창조와 성장', '몸과 자연'을 주제로, 총 30곳의 공간에 대한 문화읽기로 되어있다.

속도가 바꾸어 놓은 기차 승객들의 여행풍속도

책을 읽다보면 지은이가 가진 세밀함과 독특함을 엿볼 수 있는 수많은 문장을 만나게 된다. 가끔 서울에 출장을 가기는 하지만, 지하철 안내 방송에서 10가지도 넘는 안내방송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적이 없다. 지하철 기관사가 버스 운전사보다 더 긴장하면서 운행한다는 생각도 해 본적이 없으며, 시간대별로 지하철을 타는 승객들이 바뀔 뿐만 아니라 분위기 또한 달라진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였다.

심지어는 자신의 모습조차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였다. 나 자신을 비롯해 지하철을 타고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각자 자신의 삶에 몰두하여 있으며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에 지나치게 무관심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은이가 포착한 지하철 사람들의 모습은 무관심이 전부가 아니다.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비좁게 붙어 있는 동안, 서로에 대해 무관심한 척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관심의 촉수가 예민하게 움직일 때가 있다. 빼곡히 서 있을 때 창문을 거울삼아 옆 사람의 얼굴을 살짝 훔쳐보기도 하고,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을 힐끗 쳐다보면서 여러 가지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한다." (본문 중에서)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것 또한 아름다운 미풍양속이다. 하지만 '양보하지 않으면 받게 될 따가운 눈총'이 있을 뿐만 아니라 결국 자신과 타인이 노약자인지 아닌지를 지하철 만큼 민감하게 의식해고 식별해야 하는 공간도 없다는 설명이다.

KTX를 타고 여행하면서 창문 밖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본 적이 있는가? 기차를 타고 여행할 때 사람들은 한가롭게 창문 밖 경치를 보면서 여행하였지만, KTX를 타면서부터는 우주선 같은 추상공간에서 잠, 책, 신문, TV를 통해 무료함을 달랜다고 한다.

열차 바깥으로 펼쳐지는 경치, 길과 마을과 산세가 어우러지는 풍광은 증발해버렸다는 것. 빠른 속도뿐만 아니라 KTX 노선은 굴이 너무 많아 풍광의 파노라마가 너무 자주 끊기기 때문이란다. 독자들 중에도 지은이처럼 KTX를 타고가면서 창밖의 경관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노래방, 찜질방 그리고 피시방

요즘은 대부분 병원에서 태어나서 병원에서 죽는다. 물론 병원도 여러 개의 방으로 되어 있지만, 예전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자기 집 방에서 태어나서 방에서 살다가 방에서 죽었다. 최근 몇 십년 사이에 새롭게 나타난 다양한 방에 관한 지은이의 관찰도 놀랍고 재미있다. 특히 노래방, 찜질방, 피시방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방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2005년 말 현재 노래방 3만 5천개, 2004년 5월 기준 찜질방 1600개 그리고 2001년 기준으로 2만 5천여 개의 피시방이 성업 중이라고 한다. 일본 가라오케가 변형된 노래방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우리가 축제가 실종된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란다.

또한 찜질방은 휴식, 치료, 위생, 사교, 오락, 숙박, 모임이 이루어지는 동네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몸으로서 부자연스러움을 버리고 자연스러운 몸으로 타인을 만나며, 만인의 평범함을 확인하며 혼연일체가 되는 장소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시방은 어떤가?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너무 비좁은 한국사회, 인터넷 게임처럼 인생을 리셋하고 싶은 이들이 오늘도 피시방에 모여들어 가냘픈 호흡을 이어가고 있다. 전 지구로 무한하게 열려 있는 사이버 공간이 정반대로 고립과 퇴행의 음습한 지대를 낳은 것은 아이러니다." (본문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간편하게 저렴한 비용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이며, 그것은 도시 곳곳에 피시방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개인은 모두 '자기만의 사이버 공간에 온전히 몰입하여, 저마다 마음의 골방에 갇혀 외부 세계와 절연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고객의 욕망을 관리하는 '편의점'

최근 십여 년 사이에 노래방, 찜질방, 피시방 못지않게 많아진 방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편의점'이다. 2006년 전국의 편의점 수는 1만 개가 넘었고, 2007년에는 1만 4천개가 될 것이라고 한다. 지은이는 도시문화의 산물인 편의점이 사람들에게 주는 편안함중에는 '무관심의 배려'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고객을 정면으로 응시하지 말 것, 다른 행동을 하고 있더라도 고객에게 인사할 것, 쇼핑은 전적으로 고객의 자유에 맡길 것, 모든 상품은 정해진 곳에 정해진 수량대로 정렬할 것"(본문 중에서)

구멍가게와 슈퍼마켓을 밀어내고 촘촘히 들어서는 편의점은 소비자들의 욕망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편의점 점원들은 물건값을 계산할 때마다 구매자의 성별과 연령 대를 계산기에 입력하며, 그 정보는 실시간으로 본사로 전송된다는 것.

아울러 편의점의 모든 업무는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 메뉴얼에 따라 기계적으로 처리된단다. 따라서 이곳에서 만나는 편안한 안정감과 친밀감은 사람에 대한 따뜻한 배려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관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김찬호가 쓴 <문화의 발견>은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식을 많이 하는가? 인터넷 댓글 문화의 기원은 어디인가? 병원에서는 왜 환자들 간에 쉽게 공동체가 형성되는가? 정보화시대에 아파트(집)는 가족의 관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화장실이 깨끗해질수록 지구는 왜 점점 더러워지는가? 공간의 의미에서 학교의 크기는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와 같은 흥미 있는 질문에 아 ~하고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답을 내놓는다.

대안교육에도 참여하고 있는 지은이는 학교의 크기는 학급당 학생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 여러모로 공감이 되어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학교의 크기는 학생들 사이에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날 정도로 커야 하고, 모든 학생과 교사들이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아야 한다." (본문 중에서)

책을 읽는 동안 지은이가 지닌 여러 분야에 지닌 박식한 지식과 사물에 대한 다면적인 관찰과 통찰에 감탄할 때가 많다. 그리고 다시 떠올린다. 그가 문화인류학과 사회학을 전공하는 학자라는 사실을 .......그렇지만 그래도 부럽다. 그가 가진 세상을 다면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독자들은 지은이가 소개한 KTX에서 찜질방까지 30개의 공간을 '문화읽기'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될 것이다. 아울러 그의 바람대로 "사람과 사물을 보다 입체적으로 보게 되고, 생활 속에서 관찰하고 생각하는 공부의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 틀림없다. 또한 생활세계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서 거침없이 새로운 문화읽기를 해내는 지은이의 탁월함을 나처럼 부러워하게 될 것이다.

<문화의 발견> 김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292쪽,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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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피아름드리 2008/10/15 10:10 address edit & del reply

    지하철의 다양한 표정들...떠오르네요^^
    하지만...
    분류하면 딱 두가지죠^^...웃는얼굴, 안웃는 얼굴~~

    • 이윤기 2008/10/15 10:34 address edit & del

      저는 졸고 있는 사람과 눈 뜬 사람으로 나누는데요. 가끔 서울가서 지하철 타보면 참 졸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 땅에는 늘 피곤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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