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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전자주민등록증은 됐고, 주민번호나 바꿔줘 !

by 이윤기 2010.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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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주민등록법이 개정되면, 주민등록증에 전자칩을 내장하여 개인정보를 수록하는 전자주민등록증을 2013년부터 5년간 발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행정안전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자주민등록증 발급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행정안전부는 현재의 주민등록증은 주민번호가 카드 표면에 노출되어 있어 위, 변조의 가능성이 높고 전자화되어 있지 않아 판독에 어려움이 있어 전자주민등록증 도입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자주민등록증 도입에는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고 합니다. 발급비용만 하여도 행안부에서는 2200억원의 발급비용이 든다고 발표하였지만, 감사원 감사에서는 6500억 원이 들 것이라고 지적하였다고 합니다. 전자주민등록증 도입 관련 공청회에서는 7000억 원이 들 것이라고 주장도 제기되었다고 하더군요.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시겠지만, 1999년에도 전자칩에 주민등록 등초본 등 47개의 개인 정보를 담은 전자주민증 도입을 추진하다가 정보유출 위험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행정안전부는 1999년 당시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전자주민등록증을 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등록증을 교체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행안부가 이번에 도입하려는 전자주민증은 표면에 이름과 생년월일, 발행번호, 사진 등 기본 사항만 기재하고 주민등록번호와 지문 등 민감한 정보는 모두 IC칩에 담는다고 합니다. 아울러 전자주민등록증 개인정보에는 생년월일과 성별, 국외이주국민 표시, 발행번호, 유효기간 등 7개 항목이 더해진다고 합니다.

아울러 전자주민등록증의 유효기간을 10년으로 하고, 행정기관 등은 주민증 발급 때마다 달라지는 발행번호를 수집해 활용함으로써 주민등록번호 유출과 오남용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라고 합니다.

7000억 들여서 위,변조 막는다고? 이미 인터넷으로 새나간 주민번호는 어쩌나?

행정안전부에서는 끓임 없이 증가하는 주민등록증 위·변조 범죄를 막고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전자주민등록증을 도입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주장입니다.

왜냐하면,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주민등록증을 위, 변조하여 범죄에 이용하거나 주민등록증을 통해 타인의 주민번호를 도용하는 일은 원시적인 방법에 속합니다. 이미, 인터넷상에서는 통신회사, 홈쇼핑회사, 택배회사 등에 모아놓은 수 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헐값에 유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전자주민등록증을 도입하여도 인터넷 회원가입 등을 통해 수집된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는 피해를 막는 일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운전면허증을 비롯한 각종 신분증에 주민등록번호가 그대로 쓰여 있고, 심지어 집집마다 발급된 ‘건강보험증’에는 가족전체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미,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위, 변조하지 않아도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빼낼 수 있는 방법은 수 없이 많이 있습니다.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위, 변조하는 범죄는 연간 400~500건에 불과하지만, 대량으로 수집된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어 일어나는 피해는 집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자주민등록증 도입보다 훨씬 시급한 일이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주민등록 위, 변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서 전자주민등록증을 발급할 것이 아니라 주민등록제도 자체를 없애는 방식으로 추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주민등록제도는 5·16 직후인 1962년에 도입되었습니다. “주민을 등록하게 함으로써 주민의 거주관계를 파악하고 상시로 인구의 동태를 명확히”하고 행정사무를 편리하게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은 성명, 성별, 생년월일, 주소, 세대주와의 관계 등을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신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주민등록제도의 목적만 읽어봐도 정부가 국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 분명합니다. 분단이라는 특수성과 군사정권의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도입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민등록제도의 존폐여부를 먼저 검토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민등록증 우리나라만 있다? 이참에 주민등록증을 없애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도 당연히 주민등록증과 같은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국민을 단일한 일련번호를 통해 관리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 밖에 없다고 합니다. 아울러 인터넷 회원가입을 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나라도 대한민국 밖에 없다고 하지요.

저는 어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어떤 나라에서도 국민을 단일한 일련번호로 관리하는 주민등록증 없어서 행정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 위, 변조로 인한 피해가 유독 큰 것은 전 국민이 단일한 일련번호에 의해서 관리되고 있고, 이 번호만 있으면 인터넷상에서 얼마든지 타인의 행세를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제가 주민등록정보를 제공한 통신회사와 대형 인터넷 쇼핑몰 등의 과실 때문에 제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제 개인정보는 헐값에 팔리고 있습니다. 이미 국민대부분은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었고, 어떤 경로를 통해서 얼마나 많은 곳에 유출되었는지 파악도 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저는 제 주민등록번호가 인터넷상에서 도용당하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민등록번호를 바꾸고 싶습니다. 법원에 재판을 거치면 이름도 바꿀 수 있는데, 이미 수많은 범죄 집단에 노출된 제 주민등록번호도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천억원을 쏟아붓는 전자주민등록증이 주민등록증 위, 변조를 막아줄지는 모르지만, 주민등록번호를 훔쳐사용하는 범죄는 절대로 막아줄 수 없습니다. 국민의 인권과 기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진국들처럼 이참에 아예 주민등록제도를 없애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감시통제사회를 완성하는 전자주민증 도입을 반대한다!

전자주민증 도입 시도가 다시 시작되었다. 정부는 주민등록증의 수록사항을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주민등록법 개악안을 지난 9월 20일 국회에 제출했다. 주민증에 전자칩을 장착해 지문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저장하고, 외부에서 리더기를 통해 판독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개악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17년까지 만 17세 이상의 사람 약 4천만명이 전자주민증을 의무적으로 발급받아야 한다. 이미 10여년 전인 1999년 프라이버시 침해와 예산낭비 논란을 빚다가 결국 좌초한 전자주민증을 아무런 반성없이 다시 거론하는 정부의 후안무치함에 우리는 경악한다.

전자주민증의 도입은 단순히 플라스틱 신분증을 전자칩 신분증으로 대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자주민증은 운전면허증, 건강보험증 등 갖가지 신분증이 연계되는 통합신분증의 등장을 의미한다. 국회에 제출된 개악안은 주민증 수록사항의 범위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중 주민의 수록신청이 있는 것을 추가하고 있다. 전자칩의 특성상 앞으로 전자주민증에는 공인인증서 등 전자서명과 운전면허증, 의료보험증 등도 수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정보를 당장 통합 수록하지 않더라도 전자주민증은 주민번호와 지문이라는 연계키를 통해 온라인으로 식별될 수 있으므로 사실상 통합신분증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공공기관이든 민간영역이든 할 것 없이 앞으로는 어디서나 사람들에게 전자주민증을 리더기에 판독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전자칩에 저장된 개인정보는 순식간에 그리고 부지불식간에 리더기를 통해서 온라인으로 확인되며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로 전송, 집적될 수 있는 반면 정보주체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수집되고 유통되는지 통제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전자주민증은 특히 현재에도 불합리한 청소년보호법, 각종 매체 등급제 등을 강화시키며 연령 확인과 청소년 색출을 빌미로 신분확인 강박사회를 불러올 것이다. 한편 위변조와 유출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정보를 전자화시키는 것 자체가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을 극대화시킨다. 전자주민증이 공공영역 뿐만 아니라 민간영역에서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다 보면 판독과정이나 온라인으로 전송되는 과정에서 유출될 위험도 따라서 커질 수밖에 없다.

신분증의 위변조와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가신분증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의존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주민번호의 경우 2006년 발생한 리니지 개인정보 도용사건, 국민 절반 가까이의 주민번호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된 2008년 옥션 사태 등 도용과 유출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정부와 민간을 가리지 않고 주민번호를 요구하고 수집하는 일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민증의 경우에도 주민증을 제시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그 위변조 위험도 커지는 것이다. 다목적으로 쓸 수 있는 통합신분증의 등장은 신분증의 활용 자체를 증가시킴으로써 위변조 욕구와 암시장의 활성화를 부를 것이다. 그만큼 개인정보는 유출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미 주민번호가 인터넷을 떠돌고 싼값에 거래되는 것처럼 전자주민증에 담긴 지문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인터넷을 떠돌 날이 머지않게 된다.

전자주민증 도입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정부는 전자주민증 제작과 읍면동 자치단체의 판독 리더기 구입 등에 드는 비용을 2437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프라이버시를 극도로 침해하는 사업에 예산을 사용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배경에는 시민의 프라이버시를 제물 삼아 이윤을 추구하려는 관련 업계가 있다고 우리는 본다. 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스마트카드 신분증 시장의 확대를 위하여 전자주민증 도입을 요구해 왔다. 전자주민증을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자마자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고 한다. 추후 민간영역에서 전자주민증 판독을 하게 될 경우 관련 업계의 이익은 더욱 커질 것이다. 시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우려를 감수하면서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전자주민증을 둘러싼 상황이 이럼에도 정부는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개악안을 국무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의결한 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도입 시도가 좌절되었던 정책이라면 더욱 신중하고 민주적인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야하지 않겠는가? 이제는 국회가 나서서 정부가 일삼는 전횡을 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것이다.

정 부가 할 일은 전자주민증의 도입이 아니라 현행 주민등록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이다. 한국의 주민등록제도는 전 국민 고유식별번호인 주민번호, 지문날인, 국가신분증 등이 복합된 국가신분등록제도로서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절 도입되었다. 특히 만 17세 청소년에게 무조건 지문날인과 신분증 발급을 강요하는 잘못된 제도이다. 이렇게 포괄적이고 강제적인 국가신분등록제도는 세계적으로 드문 인권침해 사례이며 이제는 정보사회의 재앙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현행 주민등록제도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개인정보의 디지털화와 활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만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결정판이 전자주민증 도입 시도인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인권시민사회단체와 학계에서는 의무적 국가 신분증의 폐지와 용도별 선택 신분증의 도입, 주민등록번호의 폐지 등 주민등록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안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해 왔다. 이제라도 정부는 전자주민증 도입 시도를 중단하고 현행 주민등록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전자주민증 도입 시도를 막아내고 현행 주민등록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워나갈 것이다.

전자주민증 도입하는 주민등록벅 개악안 반대한다!

감시통제사회 만드는 전자주민증 도입 시도를 중단하라!

정부는 주민등록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